▲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국 지자체 등과 수소 분야 협업을 강화하며 수소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정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점유율 1위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턱없이 부족한 승용차 선택지와 충전 등 인프라 부족으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하락세를 거듭하는 형국이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쟁 완성차업체, 지방자치단체 등 수소산업 주요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며 수소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26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 수소차 총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4% 감소한 9946대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가 3095대를 팔아 31.1% 점유율로 1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634대를 판매해 16.4%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수소차 시장 규모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 약 9010만 대의 0.018% 수준인 1만6413대로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마저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022년 2만704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0.7%, 올해 들어 1~9월까지 17.4%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 각국 지자체 등과 수소 분야 파트너십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완성차 업체이자 현대차와 함께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그룹과 수소분야 협업을 타진 중이다.
그는 지난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요타와) 수소를 잘 얘기해서 같이 협력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도요타와 수소 협력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회장은 도요타그룹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 올해 들어 3번째 만남을 가졌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일본에서 도요타 아키오 회장을 만나 수소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엔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GR) 페스티벌'에서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는 WRC용 경주차에 동승해 고난도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업계에선 두 오너 경영인의 잇따른 만남을 계기로 조만간 두 회사가 수소 생태계 확장과 관련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산업장관이 만나 '청정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개발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한일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및 활용 협력 플랫폼' 발족을 추진하는 등 민간 차원의 수소분야 협력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9월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판매1위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수소차 기술 공동 개발·생산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M은 현재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자사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하이드로텍'에 기반한 픽업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수소 상용차 분야에서 GM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현대차 대표이사에 내정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최근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곧 (GM과의) 상세한 협약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바라 제네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아울러 현대차는 이달 들어서만 3곳의 도시와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지난 25일 현대차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울산시와 '수소 생태계 공동협력 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3자가 참여하는 '수소산업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별 정기회의를 열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또 수소생태계 구축 선도사례 공유·협력방안 모색 위한 수소포럼 개최, 수소에너지 생산∙공급∙활용 등 수소산업 전 주기에 걸친 실증사업 발굴, 수소기술 경쟁력 확보 위한 산학연 공동 연구과제 수행 등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광저우시는 현대차가 중국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해 해외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 'HTWO 광저우'를 구축한 곳이다.
울산시와는 이달 12일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별개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국내 최초 수소트랙터 시범사업을 시행을 포함해 선박·트램·발전·지게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적용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19일엔 전북특별자치도와 '수소산업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2026년 착공을 목표로 도청사 내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정 회장은 2021년 9월 수소차 비전을 발표하는 하이드로젠웨이브 행사를 열고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2023년 선보일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과 비교해 부피를 30% 줄이고, 가격은 50%이상 낮춰 2030년에는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2022년 9월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런 결정에는 기술적 어려움뿐 아니라 수소차 수요가 충분치 않은 시장상황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세대 시스템 출시는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현대차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장 플레이어들과 협업 풀을 늘리면서 수소차 로드맵 이행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 콘셉트카 '이니시움'. <비즈니스포스트> |
현대차는 지난달 말 2018년 첫 출시된 수소차 넥쏘의 후속 모델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최초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됐는데, 출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콘셉트카 디자인이 상당 부분 실차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수소연료시스템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넥쏘 후속 모델엔 2.5세대 시스템이 적용된다. 수소탱크 저장 용량을 늘리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휠 적용 등을 통해 기존보다 40km 넘게 늘린 650km 이상의 1회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또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 기존(113kW)보다 약 33% 늘린 최대 150kW의 모터 출력으로 보다 향상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현재 실물이 나온 상황으로 기술 개발이 연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부 신뢰성 검증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관련된 설비, 자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현대차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수소차 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할 준비를 마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일 넥쏘 차세대 모델을 중심으로 수소버스, 수소트럭 등 판매 확대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