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현대차그룹의 내수 차 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KGM과 르노코리아가 내년부터 친환경차 출시를 본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내년 국내 출시 예정인 프랑스 르노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 <르노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의 국내 국산차 시장 연간 판매 점유율이 사상 처음 9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중견 완성차업체인 KG모빌리티(KGM)와 르노코리아는 내년부터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 신차 출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며, 내수를 장악한 현대차그룹에 도전장을 내민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10월 국내에서 88만7873대의 승용차를 팔아 같은 기간 판매된 모든 국산 승용차 판매량(97만2103대)의 91.3%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량(118만7347대)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4.8%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 가운데 하나의 브랜드가 보유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점유율이다.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세계 판매 1위 도요타그룹의 점유율은 40% 수준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 내 판매 1위 브랜드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연간 내수 점유율은 약 40%, 미국 판매 1위 제너럴모터스(GM)그룹의 점유율은 약 17%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속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자동차를 이듬해 현대차가 인수하면서 현대차-기아차-대우자동차의 삼각구도가 무너졌다.
그 뒤 현대차그룹이 세계 판매량 3위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하는 가운데 2000년 25%를 넘어섰던 대우(한국GM의 전신)-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현 KGM) 등 중견 3사의 국내 합산 점유율은 2018년 22%, 2019년 20.3%, 2020년 18.7%, 2021년 13.9%, 2022년 13.5%, 2023년 10.2% 등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1~10월엔 8.7%로 처음 연간 10%선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특히 최근 중견3사의 내수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한 핵심 원인으로는 세계적 친환경차 전환 추세 속 기존 휘발유차와 경유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중견 3사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하이브리드차 16종, 전기차 13종 등 모두 29종의 친환경 승용차가 판매되고 있다. 그중 25종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제품이다.
올해 1~10월 전년 동기 대비 국내 휘발유차 판매량은 13.2%, 경유차 판매량은 53.8%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4.8% 증가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을 받아 올해 누적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하반기 7~10월엔 4.6% 성장세로 돌아섰다.
KGM과 르노코리아는 내년 친환경차 라인업을 본격 확대하며 시장 판도 뒤집기에 나선다.
KGM은 현재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란도 EV와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 단 2종에 그치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내년 최대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내년 1분기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 KGM의 전기 픽업트럭 'O100'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
O100은 토레스 EVX(73.4kWh)보다 용량을 늘린 80.5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2륜구동 모델(2WD)은 400km 이상, 4WD 모델은 370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4WD 모델에는 앞·뒷바퀴에 각각 152kW(킬로와트) 모터가 탑재된다.
이미 출시를 위한 준비는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올 연말과 내년 1분기 중 O100 판매에 유리한 출시시점을 놓고 고민하다 최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는 내년 1분기 출시를 결정했다.
내년 상반기엔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내놓고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에는 1.5리터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과 1.8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목표 연비는 국내 기준 리터당 16km로 국내 최고 인기 모델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리터당 15.7km)보다 소폭 높게 잡았다.
내년 하반기 KGM은 가솔린, 전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모두 아우르는 준중형 SUV 'KR10'(프로젝트명)도 출시한다.
▲ KGM의 준중형 SUV 'KR10'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
KR10은 소형·준중형(B+, C세그먼트) 시장 동시 공략을 통해 판매량을 확대하고, 파워트레인 다양화를 통해 국내외 판매 확대 기회를 창출한다는 목적 아래 개발중이다.
KGM은 내년 하반기 KR10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델을 먼저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KR10 등으로 늘려나가는 전략을 펼친다.
KR10 하이브리드까지 출시되면 기존 전기차 2종에 국한됐던 친환경차 라인업이 전기차 4종, 하이브리드차 2종 등 6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9월 4년 만의 신차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 판매를 본격 시작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1.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 함께 출시됐다.
이에 기존 아르카나(옛 XM3) 하이브리드 모델 1종에 그쳤던 르노코리아 친환경차 라인업이 2종으로 확대됐다.
친환경 신차 출시의 판매 확대 효과는 분명했다.
지난달 그랑 콜레오스는 국내에서 5385대가 팔려나가며 르노코리아 전체 내수 판매량 6395대의 84.2%를 책임졌다. 전년 동월(1451대)과 비교한 판매량은 4.4배나 뛰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자체 신차 개발 프로그램인 '오로라 프로젝트' 차량들을 비롯해 매년 국내에 신차를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내년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를 국내에 수입해 출시한다.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은 지난 2월 제네바 국제모터쇼에서 22개국 58명의 심사위원 평가로 최고상인 '2024 올해의 차'를 수상한 차다. 유럽(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625km를 주행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 오로라2(프로젝트명)를 출시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로 확장한다. 회사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 모델인 오로라3 프로젝트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 르노코리아의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 <비즈니스포스트> |
지난달 KGM,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3사의 월간 합산 점유율은 11%로 지난 8월(8.06%)과 비교해 3%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9월부터 그랑 콜레오스뿐 아니라 KGM의 중형 SUV 가솔린 신차 액티언도 본격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액티언은 지난달 국내에서 브랜드 내에서 가장 많은 1482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내수 점유율은 그룹 경영진 내부에서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서는 안방 시장에서 치열한 품질·마케팅 경쟁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와 KGM 등 중견업체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신차 출시는 국내 소비자들의 친환경차 선택지를 넓히고 각 브랜드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