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의 상용차 자회사 KG커머셜(KGMC)은 오는 25일부터 9미터 전기버스 'KGC090'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KGM은 지난해 9월 법원의 회생 종결을 기점으로 KGMC(옛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국내 9미터 전기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KGMC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기존 11미터 전기버스와 자체개발한 9미터 친환경 버스 등 총 300대 친환경 버스를 계약했다. 매출로는 1천억 원 수준이다. 115대를 팔아 매출 380억 원을 거뒀던 전년과 비교해 160% 성장했다.
올해 누적 계약 300대 가운데 227대는 고객 인도가 완료됐고, 미출고 물량 73대는 고객사의 일정에 따라 전달한다.
KGMC는 2015년 설립 이래 매출 1천억 원 고지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곽 회장은 작년 9월 에디슨모터스 회생절차를 조기종결한 뒤 곧바로 11미터 전기버스에 국한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9미터 전기버스 자체개발을 시작했다. KGMC는 최근 9m 버스 개발을 완료하고 11월 군산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국내 9미터 전기버스의 시장 수요는 연간 약 2400대 규모다. 곽 회장은 연간 1천 대 이상을 판매해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면 자체개발한 9미터 전기버스로 3천억 원 규모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곽 회장은 7미터 전기버스를 앞세워 중형버스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전장이 9미터 이상이면 대형버스로 분류한다.
KGM 측이 7미터 전기버스를 개발하는 데는 앞으로 1년6개월~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 회장은 7미터 전기버스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면 국내에서만 5천억 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GM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400억 원을 내며 작년 4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출시한 브랜드 주력 모델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 EVX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앞서 곽 회장은 2022년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했다. 그는 같은해 7월 출시된 가솔린차 토레스의 국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듬해 회사를 7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토레스 역시 올해 판매 3년차를 맞아 1~10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62.3%나 꺾였다.
이런 가운데 곽 회장은 전기버스 판매·라인업 지속 확대를 통해 이를 KGM의 확실한 매출원으로 키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KGMC는 K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전기버스 수출 방침도 추진해왔다.
다만 중국 저가 전기버스가 신흥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GMC 관계자는 "저가 중국산 전기버스 때문에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국산 전기배터리로는 가격경쟁력이 없어 독자적 시장개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국내 전기버스 생산업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KGMC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한 전기버스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KGMC는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과 협력해 정부 ODA의 일환으로 중국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는 파라과이에 11미터 전기버스 '스마트 110E) 5대를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KGMC의 사상 첫 해외 수출이다.
▲ KGM커머셜의 9미터 전기버스. < KGM커머셜 >
KGMC는 현재 ODA를 통해 방글라데시로의 두 번째 전기버스 수출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 역시 중국 제품 유입으로 국내업체들의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올해 정부가 배터리 에너지밀도와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개편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2021년 62.2%에서 2022년 58.2%, 지난해 45.9%로 지속 감소세를 보였던 국내 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올 상반기 59%로 반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이 있어 국내업체들이 싼 값에 전기버스를 가져와 비싸게 팔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저가 배터리를 단 저가 중국산 제품과 직접 맞붙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국내 상용차 사업에서 목표로 잡은 5천억 규모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내수 시장 판매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 뒤 수출을 통한 추가 매출을 노리는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00대 판매로 첫 1천억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KGMC는 내년 판매목표를 66.7% 늘린 500대로 잡았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