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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살려야 한다' 한국거래소 의지 무색, 갈지자 행보에 신뢰만 더 악화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4-11-21 16: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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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에 대해 시장에선 냉랭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밸류업지수 리밸런싱(재조정)의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신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밸류업 살려야 한다' 한국거래소 의지 무색, 갈지자 행보에 신뢰만 더 악화
▲ 한국거래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정책에는 미온적인 반응만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증시에 상장된 13종의 밸류업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11개 주가가 하락마감했다. 

이들 밸류업 ETF 주가는 장 초반에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거래소가 조성한 2천억 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가 이날부터 투자를 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나마도 강보합세에 그쳤으며 장마감을 앞두고는 대부분 하락전환한 채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펀드에 추가로 3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시장의 온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밸류업 ETF들의 주가는 출시 당일인 이달 4일에 반짝 상승하면서 1만 원대를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이후 약세가 이어지면서 9천 원대 초반까지 내렸다.

거래소는 정은보 이사장이 해외 자본시장 업계를 만나 한국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고 있으며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등 밸류업 테마를 살려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한 모양새가 되면서 시장이 밸류업 정책에 보내는 실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지수 리밸런싱은 그 내용이 시장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려 실망감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기업들을 최대한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 다음달 20일 밸류업지수 특별변경 리밸런싱을 진행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밸류업지수 발표 당시보다 현재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을 조기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리밸런싱에서 지수로부터 편출되는 종목은 없다.

그러나 밸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밸류업지수 선별 기준에는 정성적인 요소도 들어가는데 최근 후진적인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종목들이 편출되지 않고 여전히 밸류업지수에 남기로 하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를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출을 시행하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애초에 종목 선별이 잘못됐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거래소의 갈팡질팡 행보에 개인투자자들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주식투자 토론방 등에서는 ‘고려아연,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가 들어가 있는데 누가 밸류업지수를 신뢰하겠나’ 등의 의견이 달리고 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리밸런싱은 차별성과 종목 선정 적절성 등에 대한 비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편출이 없다”며 “편출 없이 편입만 이뤄지는 경우 지수 종목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각 종목에 배정되는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선 일본의 밸류업 사례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의 밸류업 투자 참여가 성공의 열쇠 중 하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밸류업 ETF 시가총액 1위인 ‘타이거 코리아밸류업’이 출시된 4일 이후 이날까지 14거래일 가운데 11거래일 동안 이 ETF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은 거래소의 밸류업 투자자금이 투입됐음에도 170억 원을 팔아치우며 가장 큰 순매도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2위인 '코덱스 코리아밸류업' ETF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밸류업 살려야 한다' 한국거래소 의지 무색, 갈지자 행보에 신뢰만 더 악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알리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정책은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결국 기업 지배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이 다소 주주환원 확대에만 치중한 면이 있는데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주주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행보에 대한 관리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며 “밸류업의 롤모델인 일본의 정책에는 앞서 10년 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티로우프라이스(T.Rowe Price)도 지난 7월 한국의 밸류업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에서 “재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로 인해 주주의 이익보다는 지배력 강화를 중시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밸류업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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