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주 당국이 지역 내 원자력 에너지 발전 및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목표와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지분을 보유한 텍사스 남부 원자력 발전소.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텍사스주 당국이 원자력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세부 정책을 발표하며 관련 생태계를 강화해 안정적 전력 공급망을 갖춰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번에 공개된 정책은 텍사스주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력난을 해결하고 전기 요금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현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각) 텍사스주가 세계 1위 원자력 발전 산업단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목표와 세부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원자력 발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을 설립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인력 양성과 생산거점 설립, 전력 공급망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텍사스주는 지난 1년에 걸쳐 원자력 발전 산업을 활성화해 지역 내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해 왔다.
가뭄과 폭설 등 극단적 기후 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텍사스주에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며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주 당국 차원에서 일반 가정에 전기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예상치 못한 폭설로 전력 공급이 끊겨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가동을 일시중단하는 등 경제적 피해도 발생했다.
텍사스주 당국은 바이든 정부 정책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하며 전력 공급 확대에 힘썼다. 지난해 전체 발전량의 약 31%가 태양광 및 풍력으로 조달됐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날씨 변화에 취약하고 효율성이 다소 낮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세부 계획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이전부터 긍정적 시각을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대선에서 승리한 점도 텍사스주의 이번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도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원자력 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을 발표하며 텍사스주 당국의 목표 수립과 달성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현장. |
애봇 주지사는 텍사스주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두고 적극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기업의 생산 투자를 유치하며 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해 왔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주변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테슬라도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한 데 이어 최근 오스틴 공장 규모를 약 50% 확장하는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관련 당국에 제출했다.
글로벌 대형 제조사들의 생산 투자 확대는 텍사스주 지역경제 발전에 큰 성과로 꼽히지만 전력 수요도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텍사스주 당국은 보고서에서 “제조업 활성화와 경제 발전 등 영향으로 지난 10년 동안 하절기 전력 수요는 평균 30% 증가했다”며 전력 공급에 한계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히 텍사스에 지금과 같은 전력 공급 불안과 정전 사태가 지속된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의 공장 운영이나 추가 투자에도 변수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텍사스주 정부가 이러한 전력 수급 문제를 원자력 발전으로 해결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만큼 기업들이 이와 관련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언론 KXAN이 보도한 텍사스 전력망 관리위원회(ERCOT)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전력 공급에 차지한 비중은 10% 안팎에 그쳤다.
텍사스주 당국은 원자력 에너지 산업 발전이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예고한 원자력 산업 육성 정책과 시너지를 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 맞춰 텍사스에 설립하는 파운드리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약 61조2400억 원)로 늘렸다.
텍사스주 당국의 원자력 발전 활성화 계획은 전력 공급에 안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중장기 투자 확대에 긍정적 변수로 꼽힌다.
당국은 보고서에서 “텍사스는 반도체와 자동차, 항공우주 등 주요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원자력 공급망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