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애플과 엔비디아를 겨냥한 미국 내 투자 확대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엔비디아 핵심 협력사인 폭스콘의 중국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특히 애플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내 아이폰 공장 설립 등 요구를 받았던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폭스콘을 비롯한 협력사의 미국 투자가 활발해질 공산이 크다.
15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폭스콘과 페가트론, 콴타컴퓨터 등 대만 제조사들이 미국에 설비 투자를 서두를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은 애플 아이폰,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반 서버 등을 제조하는 핵심 협력사다.
대만 제조사들은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수입 관세를 인상하거나 미국에 생산 투자 확대를 압박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생산 제품에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으로 앞세워 왔기 때문이다.
리우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14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미국 새 정부 출범 뒤 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투자 전략을 발빠르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콘이 미국에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미 50여 곳의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5천여 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덩밍지 페가트론 CEO도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 인상이나 미국 내 투자 확대 요구가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모두 대만 협력사에 주요 제품 공급망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미국 투자 압박에 취약한 타깃으로 꼽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자. |
특히 애플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던 만큼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은 현재 대부분의 물량이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 제조 거점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공약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60%의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애플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애플 제품에 이러한 관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정부 기조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애플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미국 내 투자 요구에 맞춰 일부 제품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데이터센터를 새로 설립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애플 제품에 부과하려던 수입 관세에 대부분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러한 전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압박의 수위는 이전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이 트럼프 당선자의 지난 임기보다 더욱 첨예해졌고 대중국 정책도 자연히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이 아이폰 등 주요 제품 공급망을 중국 이외 국가로 당장 이동하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 정부 요구에 적극 대응하려는 노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역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둔 인공지능 반도체 서버 공급망 재편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