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0-31 16: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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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상장폐지와 그룹의 계열분리라는 큰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허 대표는 그룹사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주택사업 경쟁력 확보 등 중장기 성장동력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그룹 일감과 자체 주택사업 두 분야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신세계건설 보통주 공개매수에 응한 137만6841주를 사들이며 신세계건설 지분을 88.21%(684만5302주)까지 끌어올렸다.
당초 이마트는 9월30일부터 10월29일까지 주당 1만8300원에 신세계건설 주식 212만661주를 공개매수해 신세계건설이 들고 있는 자기주식 2.21%(17만1432주)를 제외한 모든 주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개매수로 자진 상장폐지 기준인 지분율 95%를 채우지는 못했으나 이마트는 현금교부 방식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절차를 거쳐 남은 신세계건설 주식 전부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후 신세계건설은 예정대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 1999년 코스닥시장, 2002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합류 이후 25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장하게 된다.
올해 5월 허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체제 ‘1호’ 인사로 선임된 뒤 신세계건설의 첫 대규모 변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허 대표는 선임 직후 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신세계건설 자금수혈 작업도 완료했다.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 신세계건설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을 147.7%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신세계건설은 상장폐지 절차를 끝내기도 전에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날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부문과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부문의 계열분리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및 신세계 보유 지분 축소, 이마트(45.6%)와 신세계(24.4%)가 모두 엮여있는 SSG닷컴 지분 정리, 이어질 공정거래위원회 계열분리 심사 등이 남아있어 계열분리가 이뤄질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유경 회장의 회장 승진을 기점으로 두 회장의 각 부문에 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면서 2019년부터 준비해 온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세계건설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 즉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 건설사로 그룹 계열분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올해 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신세계건설이 당초 이마트 100% 자회사였던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품으면서 이마트가 쥔 신세계건설 지분율은 기존 42.70%에서 70.46%로 높아졌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나 이 계열사가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내부거래 규제를 적용받는다. 정용진 회장(18.56%)과 이명희 총괄회장(10.00%)이 20%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이마트 아래 신세계건설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올해 6월 신세계건설이 수주에 성공한 계열사 일감 스타필드청라 신축공사(8227억 원) 입찰과정이 수의계약 대신 경쟁방식으로 이뤄진 것도 신세계그룹에서 내부거래 규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열분리가 신세계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계열분리 이후에도 두 그룹의 총수가 친족인 탓에 신세계건설이 수주하는 신세계 계열 일감은 공정위의 감시망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계열사 공사임에도 규제가 이어진다면 신세계 계열을 벗어난 수주 필요성은 더 커지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부거래 규제대상은 수의계약 등의 과정에서 부정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 수주 자체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계열분리 이후에도 각 총수가 친족 관계로 엮여 있다면 총수일가의 부당거래를 막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별개의 그룹이 될 신세계 계열 일감 자체의 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초 계열사 의존도 낮추기가 근본적 과제로 꼽혔던 점 등을 고려하면 허 대표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지속해서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수행 경험이 발주처나 시공사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면이 커 건설사가 계열분리 이후에도 이전에 같은 그룹 아래에서 수행했던 공사를 꾸준히 따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결국 계열분리 이후에는 다른 그룹이 되는 것이고 건설사를 떼어낸 다음 다시 새로 건설사를 둬 그룹 공사를 수행하게 한 사례도 있다”며 “결국 기술보안 등의 성격이 강한 일감이 아니라면 그룹사 공사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은 건설업계에 오랜 과제”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건설은 허 대표 체제에서 상장폐지 이후 건설 사업구조 재편과 중장기 전략 수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허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그룹사 공사 수행을 통해 부진한 실적을 반등하는 데 힘쓰면서 부침을 겪고 있는 주택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신세계건설은 2030년 매출 4조 원을 목표로 하면서 그룹 시너지 창출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주택사업 시장점유율 상승 등을 장기적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신세계건설 매출 구조를 보면 상업부문과 주거부문으로 나뉜 민간 건축공사매출이 전체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상업부문이 67.7%, 주거부문이 23.8%을 책임졌다.
▲ 신세계그룹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필드청라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먼저 허 대표는 지난해 연간 매출에서 18.81%(2827억 원)를 기여한 스타필드수원 신축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스타필드청라 신축공사와 향후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는 화성 국제테마파크(사업비 약 4조6천억 원) 등 그룹사 일감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집중한다.
허 대표는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사내메일을 통해 대규모 그룹사 공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브랜드 ‘빌리브’를 앞세운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도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빌리브는 신세계건설이 강조해온 사업다각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이어져 왔다.
신세계건설이 최근 10년 사이 내부거래 비중이 21.2%로 가장 낮았던 2022년에 주거부문 매출 비중이 35.3%로 가장 높게 찍히기도 했다.
다만 당장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 미분양 사태로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북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258세대), 달서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606세대)는 각각 공정률이 92%, 69%를 지나고 있지만 아직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신세계건설은 올해 분양계획을 세우지 않고 연초 사업관리담당을 신설하는 등 주택사업 분야에서 리스크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 수주 활동과 함께 설계, 공법, 시공 및 원가 절감 등 건설사로서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