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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 잘 끝낼까, 미중 패권다툼은 변수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  2021-05-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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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순조롭게 마무리할까?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반도체 공급부족까지 심화하면서 각국 정부들이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엄격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9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5월 들어 영국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위한 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은 11일까지 낸드플래시시장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사업부의 결합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인수가 시장의 공정경쟁을 침해하는지를 40일 동안 들여다본 뒤 승인이나 반대, 혹은 추가 심사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4월13일부터 유럽연합(EU)의 결합심사도 받고 있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는 5월20일 안에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석희 사장은 심사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을 것으로 반도체업계에선 바라본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11.6%의 4위, 인텔은 8.6%의 6위 회사였다.

지난해 말 기준 1위 삼성전자가 32.9%, 2위 일본 키옥시아는 19.5%, 3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C)이 14.4%, 5위 미국 마이크론이 11.2% 점유율을 보였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합산 점유율 20.2% 만으로 시장의 2위 회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은 분열돼 있다.

시장에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다고 해서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지역은 이전부터 반독점법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글로벌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여럿 무산된 곳이기는 하다”면서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유럽 반독점법에 저촉될 요소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으로 이번 결합심사의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시선도 만만찮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이 최근에는 반도체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급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수합병에 정부가 안보의 잣대를 들이대며 직접 개입하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 나라가 영국이다.

현재 영국 경쟁시장청이 미국 그래픽 프로세서회사 엔비디아의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ARM 인수에 따른 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4월 영국 정부는 경쟁시장청에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심사 보고서를 7월3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4월19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영국 기술산업의 번영을 지원하는 외국의 투자를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거래는 국가안보의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거래는 영국에게 제3국 사이의 거래다. 때문에 미국 회사가 영국 회사를 인수하는 엔비디아와 ARM의 경우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 선진국들이 미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석희 사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T12(기술 민주주의 12개국 연합)’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이미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중국에 D램 공장과 파운드리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의 핵심 생산기지도 중국 다롄에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영국이나 유럽연합에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반도체 패권경쟁이 제3국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어그러뜨린 것으로 여겨지는 사례가 실제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장비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4조 원을 들여 일본 장비회사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는 계획이 앞서 4월 중국의 결합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데 따른 보복조치로 해석된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아직 T12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 점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성공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반도체업계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국가 연합체 중심의 보호주의가 강력해지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중립지대에 있다”며 “이는 국내 반도체회사들의 인수합병 시도에 뜻하지 않은 암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위해 10조31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사업에서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 중국 우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D램 공장. < SK하이닉스 >

이 사장에게 이번 인수는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이익체력을 다지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이 사장은 3월 열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인텔은 서버에 강점이 있는 만큼 1+1=2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향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이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 등 8개 나라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결합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미국은 지난 3월 이 결합을 승인했다. 7개 나라에서는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빠르게, 그리고 긍정적 결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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