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상장을 기념해 나스닥 타워 외벽에 송출된 기업 로고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를 연결고리로 세계 금융시장까지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캐나다 증시에서 통신장비 업체 노텔의 시가총액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가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렸던 사례와 현재 한국 증시 구조를 비교하는 시각도 제시된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코스피의 과도한 변동성이 세계 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23일 직전 거래일보다 9.99% 내린 8203.84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미국 현지시각으로 6월23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나스닥 100 지수 선물도 2% 이상 빠졌다.
나스닥 100 지수 선물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5천여 개 종목 가운데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만 주 이상인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코스피가 전장 대비 8.95% 내렸던 이달 13일에도 미국 증시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렇듯 증시별로 주가가 연계되는 상황이 앞으로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면서 두 기업의 주가 변동이 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봤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서 코스피의 변동성이 미국 투자자에게 직접 전달될 통로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DR은 외국 기업이 본국의 주식 상장을 유지하면서 해외 증시에서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서다. 미국에 발행하면 ADR이라고 부른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거 투자했고 신용거래 규모도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추가 매도를 유발하고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SK하이닉스 ADR을 통해 미국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세계 금융 시스템은 서로 다른 위험이 연결돼 충격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이러한 전파 가능성을 가진 연결 고리”라고 분석했다.
배런스는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이 2000년대 초반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가 2009년 파산 신청을 하면서 시장 전체를 끌어내렸던 사례를 한국 증시와 비교했다.
당시 노텔은 토론토 증권거래소 300지수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후 토론토 거래소는 주요 지수에서 특정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한했다.
배런스는 “특정 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시장 구조가 유사하다”며 “SK하이닉스가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증시의 변동성 충격이 ADR을 통해 미국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바라봤다.
다만 배런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반도체 실수요로 뒷받침된다며 노텔 사례와 반드시 비슷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