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6-18 14: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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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뷰티 전문 유통기업 실리콘투가 한국 화장품의 전세계 흥행에 따른 경쟁 유통사들의 선전에도 당분간 선두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해외 대형 유통사들이 한국 화장품과 관련한 매대를 넓히면서 K뷰티 유통 전문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로서는 먼저 열어놓은 길에 후발주자들이 가세하는 탓에 거센 경쟁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다만 물류망과 재고 공급 능력, 거래 데이터에서 벌려놓은 격차가 큰 만큼 실리콘투의 업계 위상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화장품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해외 주요 유통사들의 K뷰티 운영 방식은 개별 브랜드 입점 중심에서 카테고리 단위 운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인기 브랜드를 하나씩 들여오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여러 K뷰티 브랜드를 묶어 전용 매대에 올리거나 스킨케어, 선케어, 마스크팩 등 품목별로 상품군을 구성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단발성 유행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매대와 카테고리로 자리잡기 시작한 셈이다.
K뷰티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년 중간 유통사들의 역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해외 대형 유통사가 K뷰티 매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브랜드 발굴, 상품 조합, 재고 공급, 물류, 현지 규정 대응을 한꺼번에 맡아줄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리콘투는 이런 수요를 가장 먼저 파고든 회사로 평가된다. 2002년 설립돼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하다가 2012년 화장품 유통에 뛰어들었다. 2015년 미국 서부법인을 설립하고 스타일코리안글로벌 사이트를 열어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에서 '3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2017년 미국 동부 물류센터 설립, 2017년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설립, 2022년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 일본 합작회사 설립 등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냈다.
현재 전세계 160여 나라에 국내 인디 화장품 브랜드를 공급하며 K뷰티 해외 진출의 ‘쇄빙선’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실리콘투가 열어놓은 시장이 커질수록 후발주자들에게도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대형 유통사들이 K뷰티 매대를 확대하면서 기존 실리콘투 중심이던 K뷰티 유통 시장에도 경쟁 구도가 생기고 있다. 그레이스와 이공이공, 한성USA, 우마, 모스트 등 K뷰티 중간 유통사들이 글로벌 대형 유통사와 공급 계약을 늘리며 해외 오프라인 채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공이공은 북미 중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90여 곳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 거래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성USA는 얼타뷰티, 코스트코, 타깃 등 북미 주요 유통 채널에 K뷰티 브랜드를 공급하고 있다. 모스트도 코스트코와 세포라 등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해 K뷰티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후발 중간 유통사들의 외형 확대 속도도 빠르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 최대 납품사로 알려진 그레이스를 꼽을 수 있다. 그레이스의 연결매출은 2023년 839억 원에서 2024년 1355억 원, 2025년 1945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천억 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 화장품 수출 확대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114억 달러(약 17조3326억 원)로 2024년보다 12.3%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처음으로 한국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에 올랐고 수출 대상국도 202개 나라로 넓어졌다.
▲ 실리콘투가 다른 중간 유통사들의 선전에도 당분간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을 예상됐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실리콘투 광주 물류센터 전경. <실리콘투>
K뷰티 해외 수요가 커지고 유통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중간 유통사들의 사업 기회도 함께 커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후발주자들의 몸집 확대가 곧바로 실리콘투의 위상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리콘투는 이미 외형과 수익성에서 후발주자들보다 여러 단계 앞서 있다. 실리콘투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1163억 원, 영업이익 2054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물류와 재고 관리 능력도 실리콘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실리콘투는 유럽 폴란드 물류센터를 기존 2970㎡(900평)에서 1만3200㎡(4천 평) 규모로 확대한 데 이어 최근 6600㎡(2천 평) 규모의 물류센터 확장도 완료했다. 유럽 물류센터 규모가 모두 1만9800㎡(6천 평)으로 커지면 재고 관리 및 물류 처리 능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투는 현재 유럽에서 약 300억 원 규모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뷰티 중간 유통사 가운데 이 정도의 재고 규모와 공급망을 갖춘 업체는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데이터도 후발주자와의 차별점 가운데 하나다.
실리콘투는 연간 150만 건 수준의 기업 간 거래(B2B) 데이터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운 대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수요를 읽고 브랜드 구성과 재고 배분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뷰티 중간 유통사들의 경쟁은 앞으로 단순히 많은 브랜드를 확보하는 싸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대형 유통사가 원하는 것은 잘 팔릴 브랜드 조합, 안정적 재고 공급, 가격 관리, 현지 규정 대응 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아마존, 브랜드 직접 진출, 중소형 유통사 증가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실리콘투가 출혈 경쟁보다 유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리콘투는 유럽의 로스만, DM, 부츠 등 대형 유통사에 K뷰티를 공급하며 선점효과를 키우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대형 유통사들이 K뷰티 브랜드 구성을 넓히면서 상품 선별과 공급 능력을 갖춘 파트너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사들이 K뷰티를 정식 카테고리로 편입하면서 여러 인디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검증된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브랜드 선별과 상품 구성, 안정적 공급 능력이 중요해진 만큼 실리콘투의 경쟁력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