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산업 설비 가동과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며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선 사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 공급망 불안 사태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여러 소재로 확대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관리 역량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며 반도체 호황에 수혜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망 데이터 기업 소서빌리티는 1일 홈페이지에 “이란 전쟁은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국가와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공급망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히 이러한 변수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한국의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에도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여파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서빌리티는 텅스텐을 비롯한 반도체 핵심 소재 가격이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에 영향을 받아 급등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및 수요 확보 측면에서 모두 공급망 차질과 관련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전쟁은 화석연료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경제 구조 전반의 약점을 보여줬다”는 싱크탱크 카네기재단의 분석도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CNBC는 텅스텐에 이어 황산과 헬륨 공급 차질 문제도 구체화되며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텅스텐과 황산, 헬륨은 반도체 제조와 세척 등 과정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이들은 모두 이란 전쟁이 벌어진 뒤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NBC는 이란 전쟁 이전과 비교해 황산 평균 가격은 30%, 텅스텐은 50% 이상, 헬륨 단가는 두 배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다며 이는 유가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사기관 S&P글로벌에너지는 이와 관련해 “항로가 2~3개월 정도 봉쇄된다면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화물선 통행이 어려워지고 요금 및 보험료도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헬륨의 경우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1 가량을 책임지던 카타르의 산업 설비가 이란의 폭격을 받으면서 단기간에 복구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CNBC는 해당 반도체 소재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하던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던 상황에서 이란 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 상황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홍보용 사진.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의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이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해 이들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수 소재의 수급 문제로 반도체 생산을 축소해야 하거나 원가 부담이 커진다면 이러한 효과를 온전히 거두기는 어려워질 공산이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헬륨 공급이 끊긴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가 모두 반도체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영향이 이르면 몇 주, 또는 몇 개월 안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로이터는 헬륨 재고가 6월까지 남아 있어 상반기 안에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에 이란 전쟁과 공급망 불안 사태는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속히 해결하는 데 성과를 내며 공급망 관리에 최고 수준의 역량을 증명했다는 점이 이런 시각의 근거로 제시됐다.
테크인사이츠는 “그동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약 9건의 대형 공급망 악재가 벌어졌다”며 “하지만 실제 반도체 판매량에 타격으로 이어졌던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던 9건의 사례가 벌어지고 1년 뒤 반도체 매출은 유사한 수준을 지켰고 평균 가격은 약 1% 상승했다는 통계도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이란 전쟁으로 본격화된 반도체 소재 공급 차질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공급망 관리 역량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소서빌리티는 이번에 발생한 반도체 공급망 차질 문제가 에너지 위기와 소재 공급 차질, 수출통제 등 여러 악재에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전보다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