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만 TSMC가 2026년 연간 설비 투자금을 대폭 상향해 내놓으며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물량 공세 전략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을 앞두고 선제적 투자로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반도체 공장 사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인텔을 비롯한 경쟁사의 도전에도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전면에 내비치고 있다.
TSMC는 고객사들이 다른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검토하는 사이 생산 투자를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압도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18일 외신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TSMC의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놀라움을 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TSMC의 투자 계획은 블록버스터급”이라며 “투자자들이 이 정도의 지출 계획을 본다면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분명한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연간 투자 지출액을 최대 560억 달러(약 82조5천억 원)로 제시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7% 늘어나는 수치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투자 증액을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았다면 TSMC에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고객사들의 반도체 수요에 확신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린 뒤 이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현재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과 고성능 PC 및 스마트폰 프로세서 설계 업체의 파운드리 주문을 사실상 독점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되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는 ‘AI 버블’ 붕괴 현상이 수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웨이저자 회장은 “인공지능 산업의 반도체 수요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나조차도 불안하다”며 “하지만 주요 고객사들과 논의하며 만족스러운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TSMC의 대규모 투자 확대 결정은 수요 증가에 분명한 확신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첨단 파운드리 경쟁사가 향후 TSMC의 고객사 수주 물량을 일부 빼앗아올 가능성도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TSMC의 반도체 공급 부족과 잇따른 가격 인상이 반도체 설계 기업들에 부담을 키우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파운드리 협력사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모간스탠리 연구원은 TSMC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일을 우려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물었다.
인텔의 기술 경쟁력이 최근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TSMC가 점유율 하락 가능성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질문한 것이다.
웨이저자 회장은 인텔이 강력한 잠재 경쟁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지난 30년에 걸쳐 꾸준히 경쟁을 벌여 왔다”며 “지속 성장에 자신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시스템반도체의 기술 난이도가 높아져 설계와 생산 준비에만 2~3년, 실제로 양산에 들어가기까지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SMC의 고객사들이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결과로 이어지기까지는 3~5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강력한 잠재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 등 TSMC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근 삼성전자와 협력을 본격화하면서 미국 공장에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삼성전자와 3나노 반도체 수주 경쟁에서 대형 고객사들의 주문을 사실상 독점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 지위를 강화해 왔다.
결국 TSMC가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을 의식해 물량공세를 강화하며 장벽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수 년에 걸쳐 삼성전자 또는 인텔과 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하는 동안 TSMC의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대만에 7곳의 2나노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곳을 추가로 증설하기 위한 부지를 물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제2 반도체 공장 가동 목표 시점을 최근 수 개월 앞당겼고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투자 금액도 큰 폭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대형 고객사 반도체를 수주하기 전까지는 설비 투자 확대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물량 공세에 힘을 실은 셈이다.
이러한 투자 효과가 향후 수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나타나면 TSMC의 반도체 생산 능력과 수율, 원가 경쟁력은 파운드리 경쟁사 대비 훨씬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
결국 TSMC의 과감한 투자 확대가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효과적 전략으로 남게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TSMC의 설비 투자 증액은 확고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며 “매출과 순이익 성장세도 증권가에 연이어 놀라움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