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사진)가 17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 직접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바이오회사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기업설명회에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상훈 대표는 미국 일라이릴리와의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계기로 회사를 ‘차세대 BBB 셔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일라이릴리와 계약 및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라이릴리는 단순한 비만치료제 회사가 아니라 CNS(중추신경계) 분야에서도 글로벌 넘버원으로 평가받는다”며 “그런 회사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혈액뇌장벽) 셔틀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릴리와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대 25억6200만 달러(약 3조7487억 원) 규모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삼아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기술을 말한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주요한 장애물로 꼽혀왔다.
여기에 더해 일라이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 지분투자에 나서면서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3자 배정 방식으로 모두 일라이릴리에 총 22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주 17만5079주로 발행가는 1주에 12만5900원이다.
물론 전체 주식의 0.3%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바이오기업에 지분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그는 이번 일라이릴리 계약의 핵심을 ‘확장성’으로 설명했다.
기존 BBB 기술이 주로 항체 기반이었다면 릴리와의 협업을 통해 SIRNA(짧은 간섭 RNA) 기반 치료제까지 BBB를 통과시키는 모달리티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비만치료제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적응증 확장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뇌뿐 아니라 근육·지방조직 등 말초 조직까지 전달을 넓힐 수 있다는 초기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BBB 셔틀은 이제 뇌질환을 넘어 근육·대사질환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계약까지 포함해 에이비엘바이오에서 11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앞서 지난 2023년에는 사노피에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물질 ‘ABL301’을, 올해 4월에는 GSK에 그랩바디-B를 기술이전했다.
사노피·GSK·일라이릴리에 이르는 글로벌 빅파마 3연속 기술이전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텍 중에서도 독보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이날도 “준비된 자만이 때가 왔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사이언스로 글로벌에서 이미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2018년 동아에스티·트리거테라퓨틱스·디티엔사노메딕스·유한양행, 2019년 티에스라이프사이언스, 2020년 시스톤파마슈티컬·한독, 2021년 컴파스테라퓨틱스, 2022년 사노피, 2025년 GSK, 일라이릴리 등이다.
물론 이 가운데 반환된 계약도 있지만 이제는 성과가 기대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ABL바이오의 첫 신약 후보인 담도암 치료제 ‘ABL001’(컴파스 테라퓨틱스 라이선스 아웃)은 내년 1분기 톱라인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반응률 데이터를 보면 기존 치료 대비 3배 이상 우수해 승인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허가를 받으면 ABL의 첫 로열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고 언급했다.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 파이프라인(ABL111·ABL503)과 ADC 파이프라인(ABL206·ABL209)을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임상 진입시키는 구상도 구체화 중이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으로 단기 성장을 이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후기 임상까지 자체적으로 가져가 대형 블록버스터를 목표로 하겠다”며 “목표는 단순한 바이오텍이 아니라 플랫폼·신약·ADC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