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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경영 수완으로 태광그룹 사세 확대, 다수의 사법 리스크로 이미지 실추 [2025년]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5-1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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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이호진은 태광산업의 고문이다.

태광그룹 전 회장으로 회사의 미래 전략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곧 경영일선 복귀가 점쳐진다.

1962년 12월8일 부산에서 이임용 태광산업 창업주의 3남3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 대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흥국생명에 이사로 입사한 뒤 1997년 아버지가 작고하자 35살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외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이 사임하고 장남인 이식진 부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2004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고 회장에 취임했다.

인수합병을 적극 활용해 태광그룹의 금융 사업 영역을 손해보험, 증권 등으로 넓히고, 미디어 부문에서는 케이블 TV 1위 사업체를 키워 내는 등 태광그룹의 사세를 확장하며 오너 2세로서 빼어난 경영 수완을 보였다.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해 만기 출소했다.

다수의 '사법 리스크'에 얽혀 있으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는 등 태광그룹 뿐 아니라 재계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킨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Former Chairman of Taekwang Group
Lee Ho-jin
경영활동의 공과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1월4일 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 조사를 받기위해 피의자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사업 화장품·부동산·신재생에너지에 1조5천억 ‘배팅’
태광그룹은 석유화학·섬유 등 모태 사업의 업황이 악화되자 화장품·부동산·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721억 원, 영업손실 162억 원을 거뒀다.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2.3%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회사는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중국 스판덱스 생산공장의 2025년 내 철수를 위해 1천억 원을 투입키로 2025년 7월31일 결정했다. 투입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남은 기간 운영자금에 쓰인다.

중국 스판덱스 생산법인 태광화섬(상숙)은 2005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2024년까지 누적 매출 2조6143억 원, 영업손실 686억 원을 냈다. 특히 2022~2024년 3년 누적 영업손실이 935억 원에 이르는 등 사업성이 나빠진 상태였다.

태광산업은 2025년 9월29일 유태호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최적화하고, 높은 수익성 사업은 증설·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해 흔들림 없는 수익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석유화학사업본부·섬유사업본부·경영지원본부 등을 아우르는 사업총괄직을 신설하고, 이부의 태광그룹 미래경영협의회 지원단 기획팀장을 사업총괄로 임명해 기존 사업 재편과 체질개선 작업을 맡겼다.

한편 회사는 기존 석유화학·섬유 사업 중 가발용 섬유소재 ‘모다크릴’의 사업을 확장하고 방호·방탄, 통신용 광케이블, 고무보강재 등으로 쓰이는 소재 아라미드와 금을 채굴하기 위한 소재인 청화소다(NaCN) 등의 생산설비는 증설키로 했다.

핵심 사업 분야에서는 ‘선택과 집중’ 기조로 나아가겠다는 것인데, 화장품·부동산·에너지 등 신사업 진출 청사진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우선 미래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정인철 부사장을 총괄 추진실 임원으로 영입했다.

신사업별 청사진을 살펴보면, 우선 화장품 분야에서는 애경산업을 인수해 시장 진입 뒤 소재·마케팅·유통을 아우르는 역량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나아가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스페셜티 등 연관산업 분야로 사업을 확대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동산 개발업에서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달고 있는 국내 호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다른 부동산 개발 자산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2025년 9월 서울 남대문 인근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인수에 나섰다. 2025년 9월 회사는 매각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에너지 사업에서는 전선케이블 소재, 송배전 설비 기업을 통해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진입한 후 중장기적으론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 발전 분야의 시장조사와 사업성 검토를 거쳐 지분투자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회사는 2027년까지 투자에 집중하고, 2030년까지는 신사업을 안정화 뒤, 2030년부터는 주주환원에 힘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태광산업은 2025년 10월1일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변경, 이부의 사업총괄의 사내이사 선임 등 주주서한에서 언급한 내용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모두 통과시켰다.

태광산업은 신사업 진출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앞서 2025년 7월1일 태광산업은 신사업 진출에 1조5천억 원을 2026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조원을 2025년 하반기 안에 집행한다.

회사 측은 당시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1조9천억 원에 이르지만, 신규 사업에 실제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원 미만이라고 강조하며 교환사채 발행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기존 사업인 석유화학·섬유 분야에 대한 5천억 원 이상의 투자자금과 예비운영자금 5600억 원을 감안한 금액이다.

태광산업은 투자금 조달을 위해 자사주 24.51%를 활용해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2025년 6월 공시했다.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태광산업의 실적. <그래프 비즈니스포스트>
△‘모태 사업’ 부진으로 3년 연속 적자의 늪 빠져
태광산업은 모태 사업의 부진으로 실적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721억 원, 영업손실 162억 원을 거뒀다.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2.3%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사업별로는 석유화학 사업이 상반기 매출 7382억 원, 영업손실 14억 원, 섬유 사업은 매출 1225억 원, 영업손실 100억 원을 냈다.

태광산업의 석유화학 부문은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 고순도테레프텔산(PTA), 프로필렌, 아크릴로나트릴, 금·은 도금 소재 청화소다, 아세토니트릴, 황산암모늄, 과산화 수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품목의 비중을 늘렸으나, 중국 정부의 석유화학 자립 기조에 따른 대량 증설과 역내 공급 과잉 등에 의한 업황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1년 영업이익 3412억 원을 거둔 이후 영업손실이 2022년 1045억 원, 2023년 994억 원, 2024년 272억 원 등으로 이어지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애경산업 4700억 원에 인수 결정, 일각서 주주권익 침해 주장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신사업인 화장품 분야 진출의 발판을 놓고 있다.

인수대상인 애경산업은 AGE20'S, 루나, 포인트, 에이솔루션, 포인트앤, 투에딧 등 화장품 브랜드와 스파크, 리큐, 울샴푸, 르샤트라, 순샘, 트리오, 케라시스, 블랙포레, 2080, 샤워메이트, 랩신 등의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생활용품 기업이다.

회사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224억 원, 영업이익 172억 원을 거뒀다.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49.3% 쪼그라들었다.

태광산업은 2025년 10월20일 애경산업 지분 63%를 약 4700억 원에 인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AK홀딩스·애경자산관리 등과 체결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달 만이었다.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향후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애경산업 지분을 소유할 예정으로, 지분 취득시점은 2026년 2월19일로 정해졌다.

이와 더불어 태광산업은 거래상대방인 AK홀딩스에 1510억 원, 애경자산관리에 605억 원을 대여키로 했다. 만기는 2027년 2월19일까지 1년3개월이며 금리는 연 4.6%였다.

다만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주 24.51%를 기초자산으로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당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시 부양을 위해 ‘자사주 의무 소각’ 법제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교환사채 발행은 신주 발행과 달리 회계상 지분 희석은 없지만,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 하락 압력 등 시장의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의 4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교환사채 발행이 공개돼자 이에 반발해 법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주주 손바뀜 과정에서 인정된 주가 프리미엄에서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이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총 30.38%다.

박세연 연구원은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의 기회비용은 약 914억 원(9월12일 종가기준)으로 추정된다”며 “피해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익챔해의 가능성·우려가 존재하며,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동산 사업 진출에 속도, 수천억 규모 대형 인수전에 뛰어들어
태광그룹은 각종 부동산 자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호진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흥국생명은 2025년 11월11일 진행된 국내 1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본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 한화생명은 매각 측으로부터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앞서 흥국생명은 2025년 10월 계열사 흥국코어리츠에 사옥을 매각해 72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기본 수십년 단위의 보험상품 판매로 유입된 자금으로 자산운용사를 인수한다면 안정적으로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에 나선 배경으로 읽힌다.

흥국리츠운용도 KT&G가 매각하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6년 준공된 이 건물은 400실 규모의 4성급 호텔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을 인수한다면 인근에 있는 흥국생명 빌딩들과 대규모 통합 개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5년 10월30일 흥국리츠운용의 자회사 흥국코어리츠에 512억 원, 흥국화재보험도 흥국코어리츠에 480억 원, 흥국생명이 608억 원 등을 출자하는 등 부동산 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에 계열사들이 나섰다.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9년 5월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진 경영복귀 시점 ‘오리무중’, 태광산업 대표이사 연쇄교체
이호진이 건강 등 일신상의 문제로 201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태광그룹의 연말 임원인사 때마다 경영복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이호진은 비상근 고문으로 태광산업의 임원명단에 등재돼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호진은 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 대주주의 역할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 태광산업에서는 2025년 들어 대표이사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태광산업의 대표이사는 2025년 11월4일 기준 이호진의 복심으로 알려진 유태호 사장이 맡고 있다.

유태호 대표는 2025년 정기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오용근 전 대표가 2025년 4월30일 사임한 뒤로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 전 대표는 2024년 12월 선임된 인물로 대표 선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다만 회사의 사내이사 직은 이후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025년 3월13일 선임된 정안식 공동대표는 같은 달 28일 사임하는 등 보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 전 대표는 태광산업 4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제안으로 선임된 인물로 태광산업에서 영업총괄을 맡고 있었다.

태광산업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의 시작점은 2025년 2월 성회용 전 대표의 사임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2월 발탁된 성 전 대표는 중앙일보, SBS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태광그룹에는 2022년 6월 합류했다.

티캐스트 대표이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부의장, 태광그룹 미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겸직하던 그가 태광산업 대표로 선임돼자 이호진이 경영일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성 전 대표가 사임한 2025년 2월 이후 태광그룹 내부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과 관련한 논의가 중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트러스톤 측은 2025년 3월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이호진의 등기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태광그룹과 소통이 끊긴 상황에서 경영정상화와 주가 저평가 해소를 위해 최대주주인 이호진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트러스톤 측 주장이다.

다만 회사는 주주서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호진 전 회장이 2023년 8월 복권 이후 경영복귀를 준비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상근 집행임원으로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며 “경영복귀 시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일정을 정해놓고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고 건강호전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으로 끝난 10조 원 규모 투자 계획
태광산업은 주력 사업 강화 등에 10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2022년 말 발표했으나 3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도록 실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회사는 2022년 12월19일 석유화학 사업에 약 6조 원, 섬유 부문에 약 4조 원 등 2032년 말까지 총 10조 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시했다.

사업별 주요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4조 원을 투입해 친환경·고기능성 소재 중심 신사업을 육성하고, 2조원은 설비·자재 구매 최적화, 촉매 기술 내재화 등 기존 공장 설비 및 환경 개선에 투자한다.

섬유 부문의 경우 1조5천억 원은 탄소섬유 등 신규 사업 추진에 투입하고, 2조4천억 원은 스판덱스·아라미드 공장 증설, 저융점섬유(LMF) 국내 증산, 울산공산 용수처리 신설, 나일로 설비교체 등 기존사업 개선에 사용한다.

투자 집행일정은 2027년 말까지 8조 원을, 이후 5년 간 2조 원 등으로 정했다.

태광산업은 2022년 조진환 전 티엘케미칼 대표와 정철현 전 알켄즈 전무를 각각 석유화학본부·첨단소재사업본부 대표로 앉히고,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신사업 검토·검증을 지속해왔다.

이호진의 사법리스크가 2011년 불거진 뒤로 태광산업이 10여년 만에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되면서 재계의 관심이 많았다.

일각에선 10조 원 투자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이 6250억 원에 불과하고, 적자를 기록한 태광산업의 투자는 무리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 역시 태광산업이 이전에도 비슷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제한적이었다고 꼬집었다.

회사도 10조 원 투자계획을 내놓은 뒤 2024년 8월에 이르러서야 1500억 원 규모의 청화소다 증설 안건을 승인하는 등 실제 투자 집행은 지지부진했다.

△자녀 승계 준비
이호진은 태광그룹의 오너 3세 시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호진은 부인과 슬하에 이현준씨, 이현나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현준·이현나씨는 현재 태광그룹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다수의 그룹 계열사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 이현준씨는 대한화섬 3.15%, 이채널 6.13%, 티시스 11.3%, 티알엔 39.36%, 흥국증권 우선주 100%, 티투프라이빗에쿼티 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딸 이현나씨는 티시스 0.55%, 티알엔 1.24%, 티투프라이빗에쿼티 9% 등의 지분을 들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주목할 회사는 태광산업 지분 11.22%를 갖고 있는 티알엔이 꼽힌다.

티알엔은 이밖에도 대한화섬 33.53%, 티캐스트 100%, 흥국생명 2.91%, 흥국증권 31.25% 등 태광그룹의 각 계열사 지분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의 승계를 위한 자금줄이 될 회사로는 사모펀드 티투프라이빗에쿼티가 언급된다.

이현준·이현나씨가 각자 지분 9%씩을 들고 있다. 이밖에 태광산업 41%, 티시스(태광산업 자회사)가 41%로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의 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티투프라이빗에쿼티는 2025년 10월 태광산업,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애경산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애경산업의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 티투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회수한 투자금이 어떤 형태로 두 사람에게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이호진의 조카인 이원준씨의 존재는 태광그룹 승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원준씨는 이호진의 큰 형인 이식진 전 태광그룹 부회장의 장남이다.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장손’으로 태광산업 지분 7.49%를 보유하고 있다.

이호진은 이임용 창업주의 삼남이다.

이원준씨는 티시스 2.08%, 흥국생명 14.65%, 흥국자산운용 2.00%, 고려저축은행 23.15% 등 태광그룹 비상장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원준씨가 금산분리 규정들며 보유한 태광산업 주식을 통해 향후 고려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계열사를 가지고 독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태광산업 4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불편한 동거’
태광산업의 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0년 최초 지분 취득 이후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요구를 회사 측에 전달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5년 7월18일 OK캐피탈에 태광산업 주식 3만362주(지분율 2.73%)를 매각했다. 해당 매각은 공동보유계약에 따른 것이며 매각 사유를 전략적 주주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 측 태광산업 지분율은 2.96%, OK캐피탈 측 지분은 2.73%로 합산 지분율은 5.69%가 됐다. 트러스톤은 OK캐피탈을 옆에 두고 주주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2020년 태광산업 투자 결정 이후 경영진과의 비공개면담, 주주서한 전달을 통해 기업가치 저평가 해소를 요구해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2년 12월15일 태광산업 지분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했다. 당시 트러스톤 측 태광산업 지분율은 5.8%였다.

태광산업이 지분 관계가 아닌 회사를 위해 태광산업이 자금을 지원한다며 흥국생명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것을 두고 반대했다.

이후 트러스톤은 다양한 주주활동을 펼치며 태광산업에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6월 태광산업이 자사주 25.41%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32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하자 트러스톤은 이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교환사채 발행절차가 중단됐다.

트러스톤 측은 ‘자사주 의무 소각’이 법제화 되기 전 태광산업 측이 이를 서둘러 처분하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이 같은 해 9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트러스톤 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태광산업은 2025년 7월28일 금융감독원에 트러스톤 측의 주주활동을 ‘그린메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보냈다.

그린메일이란 기업 사냥꾼이 특정 기업 지분을 매입한 후 경영진에게 고가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해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이른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2025년 2월과 3월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에 자산매각과 자사주 고가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당시 요구한 자사주 매입가는 1주당 200만 원에 총 1800억 원 규모로, 서한이 도착한 2월3일 기준 태광산업 주가 62만 원의 3.2배에 해당했다.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이 태광산업 주가가 오른 뒤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러스톤은 5월20일부터 6월11일까지 태광산업 주식 9023주를 매도했다.

이호진의 경영복귀를 공개적으로 요구키도 했다. 트러스톤 측은 2025년 3월 주주서한을 통해 이호진의 태광산업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소집을 청구했다.

당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 부사장은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태광산업 측은 이호진의 건강상태가 상근 집행임원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이사 선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2024년 주주총회에서는 트러스톤 측의 주주제안을 모두 수용하면서 타협에 이르렀다.

2024년 3월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에서 열린 태광산업 정기 주총에서 회사와 주주제안 안건 모두가 가결됐다.

이날 트러스톤 측이 제안한 이사후보 3인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으며, ESG위원회 신설, 불필요한 사업목적 삭제,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등 내용의 정관 변경이 이뤄졌다.

이번에 트러스톤 측 이사 후보 3명이 모두 선임됨에 따라 전체 7명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3명이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인사로 채워졌다.

대주주인 이호진이 전격적으로 주주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이성원 트러스톤 ESG부문 대표는 “그동안 2대주주로서 태광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회사와 꾸준히 소통했다”며 “주주제안을 회사가 전격 수용한 것은 회사와 대주주가 우리의 진심을 믿어준 결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트러스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트러스톤 측은 2024년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증액 등의 주주환원에 대해선 요구하지 않았다.

1년전인 2023년 주주총회에서는 분리선출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두고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트러스톤의 요구를 반영해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사주 취득 등을 안건에 올렸지만,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이 요구한 후보를 올리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최원준 후보의 선임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며 트러스톤 측이 새로운 후보를 추천했으나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태광그룹의 흥국생명빌딩 앞 공공 설치 조형물 '해머링 맨'.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지시해 2002년 흥국생명 사옥 앞에 설치됐다. 해머링 맨은 높이 22m, 무게 50톤으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여 초에 한 번씩 망치질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흥국생명>
△흥국생명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사태
태광그룹의 계열사 흥국생명보험(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과정에서 자본시장에 ‘암묵적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인 성격의 채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요건을 갖췄을 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길고,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쿠폰금리로 발행된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만기와 상관없이 발행 시 약정한 금리인상 시점(스텝-업) 발행회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암묵적 관행이었다.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로서는 금리인상 시점에 원리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간주하기에,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발행회사의 상환여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흥국생명은 2022년 12월21일 2300억 원 규모의 기명식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정정공시를 냈다. 신주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2천억 원, 티캐스트가 300억 원 규모로 인수한다.

해당 유상증자는 흥국생명이 발행한 7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대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회사가 조기상환하면 지급여력(RBC) 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지기에 이를 막기 위해 자본을 확충해야했기 때문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같은 해 11월7일 5억 달러(약 7천억 원)어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번 결정은 최근 조기상환을 연기해 금융 시장에 발생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며 “모회사인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틀 뒤 회사 내부자금으로 전액 상환을 완료했는데 자본 건전성지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상증자 실시, 환매조건부채권 발행 등에 나섰다.

문제의 신종자본증권은 흥국생명이 2017년 11월9일 발행한 물량으로 2022년 11월9일이 금리가산시점이었다. 흥국생명은 2022년 11월1일 조기상환권 미행사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미행사의 배경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차환 발행에 차질이 생기자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앞서 흥국생명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과 신종자본증권 상환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는 11월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에 미칠 파장과, 회사의 자금사정 등을 고려해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조건을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독당국의 판단과 달리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는 시장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 미행사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서 미행사를 결정한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충격에 따른 인지도 하락 등 평판 리스크 및 쿠폰 상승에도 불구하고, 빠듯한 자본 수준(RBC비율 157.8%)과 위축된 투자수요가 조기상환 미실시를 야기했다”며 “채권 가격 하락과 향후 투자 수요 위축이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롯데쇼핑에 막힌 우리홈쇼핑 인수시도, 20년째 ‘동거 중’
이호진은 2005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운영사) 인수를 시도했다가 롯데쇼핑의 난입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홈쇼핑 지분을 양분한 롯데쇼핑과 태광그룹은 20년째 우리홈쇼핑의 경영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말 지분율은 롯데쇼핑이 53.49%, 태광그룹이 합산ㄴ 44.98%(태광산업 27.99%, 대한화섬 10.21%, 티시스 6.78%) 등이다.

우리홈쇼핑은 패션기업 경방이 2001년 설립한 회사이다. 태광그룹은 2005년 말부터 장외매수를 통해 우리홈쇼핑 지분을 모으다가, 기존 대주주인 아이즈비전의 보유지분을 인수, 경방과의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이에 경방이 홈쇼핑사업 진출 기회를 엿보던 롯데쇼핑을 끌어 들여 4667억 원에 지분 53.47%를 매각하면서 시작된 롯데-태광그룹의 악연은 20년이 지난 2025년 11월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태광그룹은 자사 임직원을 우리홈쇼핑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투입하면서 2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 롯데그룹 측이 우리홈쇼핑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태광그룹 측의 의사를 타진해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았다.

특히 롯데그룹 측이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우리홈쇼핑을 활용해 부진한 계열사에 금전을 지원할 때면 태광그룹이 이에 반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3월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우리홈쇼핑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태광산업이 2023년 9월 결국 공정거래위원에 김재겸 우리홈쇼핑 대표이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등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신고했는데 2년만에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우리홈쇼핑 2023년 7월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서울 영등포구 양평 사옥을 2039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옥 매입을 결정한 이사회에는 롯데그룹 측과 태광그룹 측 이사 등 모두 9인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사옥 매입 결정 의결 과정에서 하자를 인지했다며 반대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우리홈쇼핑이 사옥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고, 이는 일부 계열사의 재무위기 해결을 위한 롯데그룹 차원의 부당지원 행위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 강행 방침이 롯데그룹의 경영위기 상황이 작용한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시점에서 당장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롯데홈쇼핑을 경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은 우리홈쇼핑에 이사회를 다시 열 것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태왕산업은 2023년 8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우리홈쇼핑이 롯데건설에 대여금을 지원하는 안건 의결 과정에서도 태광그룹 이사들의 반대로 계획보다 적은 액수의 금액을 대여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홈쇼핑은 2024년 롯데건설에 1천억 원을, 금리 연 7.65%로 대여해주기로 정했다. 롯데그룹 측은 애초에 5천억 원을 대여키로 계획을 세웠지만, 태광산업 측 이사의 찬성표를 충분히 얻지 못해 대여금 규모는 축소됐다. 해당 결정을 위해선 이사회 구성원 3분의 2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했다.

우리홈쇼핑 내에서의 두 기업간의 갈등은 롯데쇼핑의 인수 초기부터 벌어졌다.

태광그룹은 2007년 롯데그룹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방송법 위반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인수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약 5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이 롯데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또 인수 직후 태광그룹의 방송사업 계열사 티브로드가 한동안 롯데홈쇼핑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두 그룹의 오너 일가가 사돈관계라는 점이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고 본다. 이호진의 배유자인 신유나싸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로,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장녀다.

표면적으로는 태광산업이 이미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 둔 우리홈쇼핑을, 사돈인 롯데그룹이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줘가며 인수한 모양새다.

다만 롯데그룹으로서도 그동안 홈쇼핑 사업 진출을 위해 공을 들인만큼 태광그룹과 기존 대주주 경방과의 경영권 분쟁이 ‘숙원사업’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롯데그룹은 1994년, 2001년 진행된 홈쇼핑 사업자 선정에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사업권 획득에 번번이 실패하고 태광그룹보다 앞선 2003년 우리홈쇼핑 인수를 추진하다 가격협상에서 결렬돼 물러난 바 있다.

두 그룹 간의 갈등으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가 며느리인 신유나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2주간 일본 친정에 머물렀고 이후 이호진 가족이 이선애 상무의 집에서 분가했다는 재계 후문이 돌았다.

△지배구조 개선
태광그룹은 2017년부터 20개월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계열사 수를 26개에서 22개로 축소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고, 내부거래 논란도 대부분 해소했다.

당시 이호진은 1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병보석 기간 중이었다.

이호진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 과정에서 자신이 소유했던 계열사들을 합병·증여 등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이에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

특히 이호진은 2017년 10월 자신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IT계열사 티시스(사업회사)와 서한실업, 동림건설, 에스티임 등을 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그룹 전체에서 지배력을 확대했다.

여기에 2018년 4월1일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의 투자부문, 쇼핑엔티를 합병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에도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호진은 태광그룹의 지주사격인 티알엔을 통해 주요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간소화됐다.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부친인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 선대회장. <태광그룹>
△태광그룹이 걸어온 길
태광그룹은 재계서열 59위(공정위 발표 기준)의 기업집단으로 석유화학·섬유, 금융, 미디어, 인프라 등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매출 9조1700억 원, 자산 46조6000억 원, 계열사 22곳을 거느리고 있다.

1950년 이임용 창업주가 동양실업에 지분투자로 동업한 시점을 태광그룹의 모태 태광산업의 출범으로 보고 있다.

태광산업은 나일론, 스판덱스 등 다양한 제품을 바탕으로 섬유업 호황기에 대규모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양모 대체품 아크릴 특수에 힘입어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였다.

197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1973년 흥국생명을 인수했다.

1975년 대한화섬을 인수했다.

1978년 고려저축은행을 인수했다.

2003년 태광화섬(상숙)을 인수했다.

2006년 흥국화재·흥국증권·예가람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창업주 이임용 선대회장이 1996년 별세한 뒤로, 이임용 회장의 처남인 이기화 전 회장과 장남인 이식진 전 부회장, 삼남인 이호진 사장 등 3각 경영체계가 구축됐다.

이식진 전 부회장이 그룹운영 전반과 금융계열사 경영을, 이호진 사장이 석유화학·섬유 등을 책임지고 경영했다.

다만 이식진 부회장이 2003년 사망으로 3각 경영체제는 막을 내린다.

이호진이 2004년 태광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호진의 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은 경영전반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이기화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그룹내부 임원들을 동원해 ‘이호진 퇴진’을 요구하며 내홍을 치렀으나 이호진 회장 체제로 굳어졌다.

이호진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수사를 받다가 2012년 2월 회장직을 내려 놓은 뒤로 태광그룹은 표면적으로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고 있다.

동일인(총수)로 지정된 이호진 전 회장이 지분구조의 최상단에서 부문별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흥국생명보험을 비롯한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밖에도 티알앤, 대한화섬, 티시스 등에서도 최대주주인데, 이들 계열사들이 통해서 태광그룹의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계열사별 지분 관계가 복잡하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호진의 태광그룹 경영일선 복귀 시점에 재계의 주목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2025년 7월 화장품·부동산·에너지 등 분야에 2026년까지 1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오너인 이호진의 경영일선 복귀를 점치는 관측이 다수 나오고 있다.

다만 그에게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는 경영 복귀의 부담요인이다.

이호진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법인카드 사적 유용‘, ’골프장비 대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자녀인 이현준·이현나씨로의 승계 시나리오도 재계의 관심사다.

이호진은 1962년 생으로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만큼 급작스러운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두 자녀들은 태광그룹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호진은 태광산업 지분 29.48%, 대한화섬 지분 20.04%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상속·증여한다면 약 1500억 원 규모의 상속·증여세가 발생한다.

납부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이현준·이현나씨가 각각 지분 9%씩 보유한 사모펀드 티투프라이빗에쿼티의 투자 성과가 관건이다.

다만 장자승계 원칙을 지켜왔던 태광그룹의 후계 구도를 놓고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광의 장손은 고 이식진 부회장의 장남인 이원준씨인데 태광산업의 지분 7.49%를 들고 있다.

◆ 평가

태광그룹 경영 일선에 나선 뒤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사세를 확장시켰다. 오너 2세 경영인으로서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수완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 이임용 회장이 1996년 타계하기 전까지 46년 동안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켰을 만큼 태광의 현금동원력은 막강했다. 이호진은 이를 바탕으로 과감히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었다.

섬유업이 주력이었던 태광그룹의 업종을 미디어로 확대하고 금융 부문은 손해보험, 증권 등으로 분야를 확대했다. 이밖에도 석유화학, 서비스, 레저 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태광그룹은 계열사 50여 개를 보유하며 한 때 재계 서열이 30위권까지 상승했다.

금융 쪽으로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는 등 보험에서 증권, 투신, 자산운용, 대출, 예금에 이르기까지 종합 금융서비스 회사로 성장시켰다.

일각에서는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송 진출 결정 당시에도 측근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이호진의 결정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태광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내부 고발에서 비롯됐을 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제보와 폭로가 잇따랐던 것도 이 전 회장의 독단적 경영에 대해 불만을 품은 내부 인사들이 많았다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호진은 재계 총수들 가운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부 노출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런 면은 아버지 고 이임용 창업주와 닮았다. 이임용 창업주는 회장 재직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벌 모임에도 얼굴을 내비친 적이 없다.

이호진은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언론 인터뷰를 사절한 것은 물론 외부 공식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직원들조차 이호진의 얼굴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예의 바르고 부친을 닮아 검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잇단 소송과 법정 출두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며 이호진의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병보석 당시엔 '황제 보석' 논란이 되며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이호진은 처음 '황제 보석'이 논란이 된 뒤 2018년 간암으로 몸이 안 좋다는 상황에서도 떡볶이를 먹으러 간 것이 포착되는 등 병보석 중에 평범한 일상생활을 보낸 것이 알려지며 비난을 샀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훈남형 외모을 갖고 있다.

영화, 미술, 음악 등 예술에 조예가 깊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 공공설치 조형물 ‘해머링 맨’의 설치를 추진한 것도 이호진이었다.

높이 22m, 무게 50톤의 해머링 맨은 매일 망치질을 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 한 예술품으로 정해진 주기마다 망치질을 하며 광화문의 랜드마크가 됐다.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의 구장을 이따금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자비로 격려금을 주는 등 옛 구단주로서 여전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배구여제’ 김연경 선수가 기량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하자 ‘큰 물’에서 겨뤄보라며 대가없이 해외진출을 허용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배구단에 복귀하며 “(이호진) 회장님이 배려해 주신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돌아왔다”고 소감을 남겼다.

사건사고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24년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노조 간부출신’으로부터 횡령·배임 고발당해
이호진을 향한 고발과 수사는 2025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5년 7월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공투본)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앞서 같은달 공투본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이호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이호진이 2022년 7월 티브로드 지분 매각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며 검찰고발했다.

또 2023년 4월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 휘슬링락컨트리클럽(CC) 회원권 매입을 강요해 1천억원대 배임을 저질렀다며 마찬가지로 검찰고발했는데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그를 재고발 했다.

태광그룹은 시민단체들의 고발을 두고 ‘명백한 음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발인들이 계열사 노동조합의 상근간부로 활동하며 기밀 유출로 면직된 인물이며, 이후 지속적으로 시민단체들을 조직해 태광그룹을 비난했다고 해명했다.

△400억 규모 ‘차명 유산 소송’에서 누나에게 승소
이호진은 아버지인 이임용 태광그룹 회장이 남긴 400억 원 규모의 ‘차명유산’을 두고 누나인 이재훈씨와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2025년 1월9일 이호진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재훈씨가 153억5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두 사람 간의 분쟁은 이임용 선대 회장이 1996년 사망하며 남긴 유언이 발단이 됐다.

딸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의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것이 유언의 내용이었다.

이후 검찰과 국세청이 2010~2011년 태광그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임생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무기명채권 735억 원, 회사채 126억 원 등의 존재가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이재훈씨에게 2010년 차명 채권을 전달했으나 2012년 이를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이재훈씨가 “이임생 회장의 유언 자체가 무효”라며 해당 요청에 응하지 않자 이호진은 자신이 ‘나머지 유산’인 해당 채권을 단독 상속했으며 자금 관리인을 통해 이재훈씨에게 일시적으로 맡긴 것이라며 이를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손해 400억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2020년 제기한 것이다.

1심에서는 이호진이 청구한 400억 모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는 손해배상 규모를 153억5000만 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악연’
이호진은 한때 태광그룹의 ‘2인자’였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과 고발을 주고 받으며 악연 관계애 놓여있다.

김기유 전 의장은 이호진이 2011년 구속된 이듬해인 2012년 태광그룹에 합류한 인물로 2014년부터 태광그룹 내에서 실세로 부상했다.

김 전 의장은 2022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맡으며 그룹 2인자로 등극했다.

김 전 의장이 (당시 수감 중이던) 이호진의 개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고 있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호진이 수감 당시 김 전 대표의 경영 관련 결정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둘 간의 관계는 2023년 8월 태광그룹이 내부 감사를 통해 김기유 전 의장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그를 해임하면서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측은 김기유 전 의장이 그룹의 부동산과 골프장을 관리하는 계열사 티시스를 동원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봤다.

태광그룹은 2023년 11월 김 전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의장은 지인에게 150억 원을 부당 대출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맞서 김 전 의장도 이호진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2023년 10월 이호진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호진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2024년 10월4일 “증거 인멸과 도주 염려가 적다”며 기각했다.

2025년 11월 기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23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 통해 복권
이호진은 14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관련 복역을 마친 뒤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이번 사면은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며 “이번 사면을 토대로 국가 전반의 활력을 회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회복하는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호진이 같은 해인 2023년 10월 비자금 조성 관련 혐의를 새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특별사면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호진이 2023년 4월 횡령 등 혐의로 고발돼 있었는데도 광복절 특사 대상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사면복권은 헌법상 제도며 해당 사안은 이미 형기를 다 치른 상태에서 복권 문제였다”고 말했다.

△‘황제 보석’으로 사회적 물의빚어
이호진은 건강문제로 병보석을 받았으나, 서울 도처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발견돼 건강 문제의 진위여부를 의심받았다. 이른바 ‘황제 보석’ 논란이다.

대법원이 2019년 6월 이호진에게 배임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로서 장장 9년에 걸친 이호진 횡령 재판이 마무리됐다.

재판은 무려 8년간 진행됐는데 이호진이 건강 문제로 병보석 상태에서 쭉 재판을 받은 것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다.

이러한 사실은 박주민·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의해 최초 문제제기됐다. 이들은 2016년 9월22일, 이호진이 병보석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밝혔다.

2년 뒤인 2018년 10월 한 매체가 이호진이 형기 3년6개월 가운데 실제 수감 기간은 63일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간은 병보석으로 풀려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호진은 병보석 기간 서울 도처에 있는 주점과 떡볶이 식당을 이용했다.

병보석 중인 이호진이 실제로는 건강 문제가 없다는 의혹에 설득력이 실린 가운데, 대법원이 이호진 재판의 상고심을 열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2심에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병보석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2016년 검찰이 보석조건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며 검찰 측의 진상조사 요청도 유야무야 넘긴 적이 있어, 법조계에서는 이호진의 병보석 유지가 봐주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짙었다.

수감 도중 건강이상으로 과거 10년간 사망한 자가 200명에 이르는 가운데, 이호진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회삿돈 400억여 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을 헐값에 매도해 태광그룹에 97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돼 2017년 4월 21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 원을 받았다.

2010년 검찰과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던 중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간의 35% 이상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이호진은 간 이식 수술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1년 검찰에 구속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휠체어를 타고 수염을 기른 채 수척한 모습을 대중 앞에 드러내기도 했다.

이호진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났는데 골프를 치러 갈 정도로 건강하다는 의혹이 일어나 그룹이 이를 해명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2016년 9월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 본부과 이호진의 병보석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농지로 쓰겠다던 땅 골프장으로 둔갑
이호진은 2005년 강원도 춘천의 농지 27만㎡을 구매하면서 논에는 벼를 심고 밭에는 고추를 심겠다는 농업경영 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수십만㎡ 이상의 농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농업경영 계획서를 제출해 농지 취득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이호진은 2008년 3월 춘천시로부터 골프장 조성 인허가 결정을 받자 같은 해 5월에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동림관광개발에 농지를 넘겼다.

태광그룹은 “농업을 하기 위해 농지를 취득한 것 맞다”면서도 “하지만 농업전문가가 아닌 만큼 농사 직접 짓기가 쉽지 않았고 잘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2018년 12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993년 흥국생명보험 이사로 입사했다.

1995년 흥국생명보험 자산운용부문담당 상무이사를 맡았다.

1997년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장, 대한화섬 대표이사 사장 등에 선임됐다.

2004년 태광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 태광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2024년부타 태광산업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있다.

2025년부터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세화고등학교, 세화여자고등학교, 세화여자중학교) 이사장과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 학력

1981년 서울 대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1991년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가족관계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부친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오른쪽)과 모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가이 1977년 학교법인 일주학원을 설립한 뒤 현판 제막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태광그룹>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와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 슬하에서 3남3녀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임용 창업주는 1921년 생으로 일본에서 실업학교를 졸업한 뒤 1942년 귀국해 이선애 전 상무와 중매 결혼했다.

이 창업주는 1996년, 이선애 상무는 2015년에 각각 별세했다.

이호진은 부인 신유나씨와 사이에 이현준씨, 이현나씨 등 1남1녀를 두었다. 이현준씨는 1994년 생으로 현재 태광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신유나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이다.

이호진의 두 형은 대학을 졸업한 뒤 태광산업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으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큰 형인 이식진 전 태광그룹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태광그룹에 입사해 부회장까지 올랐다가 2003년 55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별세했다.

둘째 형 이영진씨는 연세대학교 상대를 졸업해 태광산업에 입사한 후 계열사 대우파일·흥국생명·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일했다. 1994년 사고로 사망했다.

이호진의 남매들은 큰 형 이식진을 제외한 형제들 모두가 정계 관계 재계 유력인사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특히 유교적 관습을 따라 연애 결혼을 반대했던 이임용 창업주의 뜻을 받아 모두 중매 결혼한 점이 눈에 띈다.

이식진 전 부회장은 태광산업 영업과장으로 있던 1975년 개인사업을 하던 진재홍씨의 맏딸 진임순씨와 중매 결혼했다. 이정아씨, 이성아씨, 이원준씨 등 1남2녀를 두었다.

이호진의 작은형 이영진씨는 1976년 장상준 전 동국제강 회장의 막내딸 장옥빈씨와 결혼했다.

큰 누나 이경훈씨는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의 막내아들인 허승조 전 GS리테일의 대표와, 둘째 누나 이재훈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인 양원용 경희대학교 의대 교수와 각각 결혼했다.

이호진의 셋째 누나 이봉훈씨는 한태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전 회장과 결혼했다.

양택식 전 시장 가문과의 혼인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노신영 전 국무총리, 김한수 한일합섬 창업주 등과 한 다리 건너 사돈 관계로 이어진다.

이호진의 외삼촌은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와 이기화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이기화 회장은 태광그룹 창업 초기부터 이임용 창업주와 함께 회사를 일군 인물이다. 2019년 별세했다.

◆ 상훈

1999년 제33회 조세의 날 성실 납세자로 선정돼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 기타

이호진은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태광산업 보통주 32만8189주(29.48%), 대한화섬 보통주 26만6183주(20.0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25년 11월3일 종가 기준 태광산업 2612억 원, 대한화섬 310억 원의 가치를 각각 가진다.

비상장회사 지분으로는 이채널 14만5985주(지분율 7.3%), 티시스 40만 주(4.23%), 티알엔 155만4960주(51.83%) 등의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 분야 비상장 주식으로는 흥국생명보험 764만7981주(56.3%), 흥국증권 499만7825주(68.75%), 흥국자산운용 40만주(20%), 고려저축은행 68만304주(30.5%)등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1학번 동기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있으며 코넬대학교 MBA 동문으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차석용 휴젤 회장(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등이 있다.

어록
[Who Is ?]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1월22일 서울 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안에서 성실히 답하겠다.” (2011/01/04,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로 가는 길에)

“TechTV의 프로그램 가운데 국내에 적합한 10개 프로그램을 선별해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오는 9월4일부터 주당 5시간씩 내보내고 내년부터는 주 20시간씩 최신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TechTV가 외국인 출자 지분한도인 33% 범위내에서 e채널에 직접 투자키로 약정했다.” (2000/08/22, 정보통신 전문 케이블 채널인 e채널이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방송국인 TechTV(전 ZDTV)와 프로그램 독점 공급 및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C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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