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영풍이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으며, 사업장 폐쇄와 이전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4일 국회에 출석해 석포제련소의 폐쇄·이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그동안 석포제련소 폐쇄·이전이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
장기 적자에 빠진 영풍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더해 주력 사업인 석포제련소 이전 요구까지 '삼중고'에 빠지며 김기호 사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비철금속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영풍의 석포제련소의 폐쇄·이전 여부는 관계 관청인 경상북도청에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김 사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경상북도청이 꾸린 태스크포스(TF)에서 (폐쇄 이전 등의 결론을 낸다면) 그에 맞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청은 지난 2024년 11월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복원을 위한 제련소 부지 이전 TF 구성 계획(안)을 마련하고 전담팀 구성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2024년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석포제련소는 2014년부터 환경법 위반 103건, 검찰 고발 33건, 조업정지 110일 등의 처분을 받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진 곳이다. 환경단체·시민단체는 영풍과 정부측에 석포제련소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한편 낙동강 상류 환경 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영풍 측이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석포제련소 인근 경북 봉화와 강원 태백시 지역사회는 낙후된 지역 경제를 유일하게 지탱하는 것이 석포제련소라며, 폐쇄·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또 영풍의 석포제련소 노동조합도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폐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풍은 별도기준으로 2022년 1078억 원, 2023년 1424억 원, 2024년 884억 원 등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1434억 원을 내며 4년 연속 적자가 유력해 보인다.
영풍의 실적 부진은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의 탓도 컸다. 2019년 폐수 무단 방류로 환경부가 내린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처분이 확정돼 올해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조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아연, 황산, 황산구리, 구리(전기동), 은 부산물 등 5개 품목을 생산하는데, 공장 가동률은 35%로 2024년 상반기 58.4%보다 23.4%포인트나 하락했다.
▲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 연합뉴스> |
그룹 창립 이후 75년간 동업관계였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로부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시도도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은 2024년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리며 당시 35.4%의 지분율을 확보한 최윤범 회장(우호세력 포함) 측에 앞서며 이사회 장악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이사회 정원 19인 제한’. ‘순환출자 형성에 따른 의결권 제한’ 등의 카드를 꺼내들며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과반 장악이 저지됐다. 2025년 주총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 19인 가운데 영풍 측 이사는 4인이다.
기존에는 연합 측이 2027년 주총을 통해 이사회 과반 장악이 확실시됐지만, 지난 8월 상법 개정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 의무가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됨으로서 최 회장이 소액주주의 지지를 통해 경영권을 사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 김기호 영풍 대표 겸 석포제련소장이 지난 4월18일 친환경·안전·상생 다짐하는 선포식 ‘영풍 석포제련소 리스타트(Re-Start)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풍> |
영풍은 앞서 석포제련소 오염배출 저감을 위해 총 8000억 원 규모의 ‘종합 환경개선 계획’을 세우고, 2019년~2024년 말까지 4426억 원을 투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시스템 구축·확장(2021년) △오존 분사식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산소공장 완공(2025년) △지하수 확산방지시설(2025년 완공) 등이 있다.
또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풍은 지난 13일 풍력발전 기업 유니슨과 협약을 맺고 총 43MW급 풍력발전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환경개선 투자는 석포제련소 폐쇄가 결정되면 수포로 돌아가고, 영풍의 재무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