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8일(현지시각)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규정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13일(현지시각)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적용 범위를 최소 1천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대기업으로만 한정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CSRD에 더해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도 적용 기준이 직원 5천 명, 연매출 15억 유로(약 2조4753억 원) 이상 기업으로 변경됐다. 금융 지주사와 상장 자회사도 이를 면제받는다.
두 지침은 원래 모두 최소 25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잡고 있었는데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럽연합이 미국을 의식해 이와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앞서 9일(현지시각) CSRD와 CSDDD가 전례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요르겐 바르본 유럽국민당 의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우리는 유럽의 경쟁력 보존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럽연합 기업들도 기존 CSRD와 CSDDD가 지나친 부담을 준다며 이를 완화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이번 달에도 독일과 프랑스 기업 약 30여 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공동서한을 보내 ESG규정들을 아예 폐지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두 국가 지도자 모두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유럽의회가 지나치게 ESG규정들을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베아테 벨러 '글로벌 위트니스' 유럽연합 선임 캠페인 담당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오늘은 유럽의 어두운 날"이라며 "유럽연합은 기업들이 자행한 오염 피해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대기업들이 진짜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유럽의회 의원들은 결국 대기업들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