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세대 '모바일 HBM' 주도권 경쟁 불붙는다, 삼성은 'VCS' SK는 'VFO' 기술 채택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10-13 16: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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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HBM 제조를 위한 장비 수입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의 차세대 ‘모바일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시장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저전력 D램을 위로 쌓아 올리는 모바일 HBM을 위해 삼성전자는 ‘VCS(수직 구리기둥 적층)’ 패키징 장비 반입을 늘리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VFO(수직 와이어 팬아웃)’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와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기존보다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모바일 HBM은 기기 내에서 강력한 인공지능(AI) 연산이 필요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보롯해 로봇 등 저전력과 내구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먹거리 선점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9월 초 일본 디스코 등에 VCS D램 제조 장비 발주를 늘렸다”며 “지난해 본격화한 VCS D램 개발이 장비 반입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도 최근 일본 반도체 장비 업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최근 삼성전자의 VCS D램 관련 장비와 AI 맞춤형 반도체(ASIC)를 위한 HBM3E 관련 소재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VCS는 저전력(Low Power, LP) D램인 ‘LPDDR’을 계단 형식으로 쌓아올려 만드는 패키징 방식으로, 전선이 아닌 구리기둥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리 기둥이 쌓아올린 D램을 지지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VCS D램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적층, 장치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D램 사이의 거리를 짧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정보 처리를 위한 시간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높여 상당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강운병 삼성전자 마스터는 지난해 열린 ‘첨단 패키지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 행사에서 “VCS D램은 LPDDR보다 정보가 지나가는 통로(I/O, 입출력단자) 수가 8배 많으며, 대역폭은 2.6배 높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다른 방식의 모바일 HB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리 기둥이 아닌 구리 와이어를 수직으로 연결해 공간을 최소화하고 전력효율을 높인 ‘VFO’ 패키징 방식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VFO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검증용 샘플 준비해서 모바일 고객사와 검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리 기둥과 수직 구리 와이어를 이용한 것 외에도 두 회사의 패키징 방식은 비용, 제품 안정성, 성능 등에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VCS 패키징은 단단한 구리기둥을 활용해 제품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D램을 좀 더 촘촘히 배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입출력단자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둥 구멍을 만들기 위한 식각 과정이 필요하고, 구리기둥의 가격이 비싸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 삼성전자가 모바일 HBM용 제조 장비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디스코(DISCO)의 회사 내부 모습. <디스코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가 일본 장비 제조사 디스코를 통해 반입한 장비 역시 이를 위한 식각 장비로 알려졌다. 디스코는 반도체를 자르고 절단하는 연마 장비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구리 와이어 방식은 구멍을 뚫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얇은 구리선을 조정해야 하는 세부 공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또 구리기둥을 세우는 것과 비교해 부족한 성능을 낼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성능과 안정성을 앞세운 삼성전자와 가격 경쟁력을 높인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모바일 HBM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확장현실(XR), 스마트 안경, 로봇 등에서 점차 더 고도화된 AI 연산이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HBM은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엣지(Edge) AI’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엣지 AI 시장 규모는 올해 261억4천만 달러(약 35조7천억 원)에서 2030년 589억 달러(약 89조4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HBM 양산 시점은 고객사 사정에 따라 달라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