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이 합성흑연과 리튬 채굴 등 신사업에 진출하며 화석연료 사업에 의존을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이 리튬과 흑연을 비롯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친환경 전환 흐름에 맞춰 화석연료 사업에 의존을 낮추는 동시에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고객사를 통한 성장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전기차 전문지 인사이드EV는 16일 “엑손모빌이 리튬 공급업체로 입지를 키우는 데 이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도 점차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주력 사업인 정유 분야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전기차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런 우드 엑손모빌 CEO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배터리 수명을 약 30% 늘릴 수 있는 새로운 흑연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기술이 배터리 성능에도 혁신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잠재력을 적극 강조했다.
엑손모빌이 개발하는 합성흑연 기반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 및 수명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엑손모빌은 미국 흑연업체 슈페리어그래파이트를 인수했다는 소식도 밝혔다. 이를 통해 2029년까지 합성흑연 상업 생산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 사진은 엑손모빌의 아칸소주 리튬 채굴 프로젝트 작업장. |
엑손모빌의 합성흑연 소재는 이미 다수의 전기차 제조사에서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꼽힌다.
다만 전 세계 흑연 공급망은 중국이 약 95%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사들이 모두 중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국가나 지역에도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이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의 합성흑연은 이러한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연에서 채굴하는 흑연보다 노동력 등 측면에서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사이드EV는 합성 흑연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다는 점도 엑손모빌과 같은 정유사가 진출하기 유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은 흑연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생산에도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아칸소에서 추진중인 엑손모빌의 첫 번째 리튬 생산 프로젝트는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을 목표로 두고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추가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자연히 흑연과 리튬 등 소재 수요가 상당한데 이를 중국 공급망에만 의존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소재 비중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도입한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공급 차질이나 관세 등 리스크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인 엑손모빌이 적극적으로 나서 현지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일은 한국 배터리 업체에도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화석연료 기업의 원유와 석탄 채굴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인사이드EV는 미국의 화석연료 자원 매장량에 한계가 있어 엑손모빌과 같은 기업이 새 성장동력을 꾸준히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이드EV는 “트럼프 정부에서 시행된 화석연료 관련 지원법이 마법처럼 땅 속에 에너지 매장량을 늘릴 수는 없다”며 “결국 정유사들이 다른 수익원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쉘과 BP 등 다른 대형 정유사들도 전기차 충전 사업에 투자하며 관련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