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증권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리테일(개인금융) 고객 유치를 위해 통큰 혜택을 베풀던 핀테크 증권사도 최근 예탁금 이자 지급에 인색해졌다. 예컨대 이런 풍경이 벌어질 수 있다.
## 31일 아침에 잠에서 깨 다른 날처럼 카카오페이증권 앱을 켜고 예탁금 이자를 수령한 A씨는 무언가 평소같지 않음을 느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고객이 계좌에 넣어둔 현금(예탁금)에 대해 0~30만 원, 30만 원~100만 원, 100만 원 초과의 세 구간별로 이자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30만 원까지 구간이 최고이율, 30만 원 이상~100만 원까지는 그 절반의 이율, 그 이후부터는 이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식이었다. 따라서 여유자금 100만 원까지를 예치해두기 적당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에 100만 원 예탁금을 넣어둘 경우 매일 약 88원 씩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회식 등 이후에 개인 정산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송금하기’가 자주 쓰이는데, 이 때 계좌도 바로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이다. 기왕 필수로 현금을 넣어둬야 하는 계좌인데 예탁금 이자도 쏠쏠했던 것이다.
유튜브 생태계 등에서 현금 넣어놓기 좋은 ‘꿀 계좌’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A씨가 확인해 보니 이번 주부터 이자가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24일 예탁금 이용료를 크게 줄이겠다고 공지했는데, 이것이 이달 24일부터 적용되기 시작된 것이다.
▲ 카카오페이증권이 지난달 24일 올린 공지문. <카카오페이증권 홈페이지 캡처> |
이 공지문에 따르면 30만 원~100만 원 구간 이율이 연 1.25%에서 연 0.15%로 거의 90% 삭감됐다.
증권사가 예탁금 이율을 조정하는 일은 흔하다.
문제는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리테일 고객 유치를 위해 한때 ‘평생 5% 금리’ 등 자극적인 문구를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후 카카오페이증권은 이자율을 계속해서 줄여 왔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자동으로 예탁금 이자가 지급되었으나 추후에는 카카오페이 앱을 깔아서 직접 접속해 버튼을 눌러야만 이자가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어쩐지 금액이 다르다 했다’, ‘통지하진 않고 조용히 공지사항에만 적어뒀다’, ‘이런걸 한 달 전에 공지하는 경우가 있냐. 잊어버리라는 것 아니냐’, ‘돈 바로 뺐다’, ‘금감원 민원감이다’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예탁금 이자에 인색한 건 카카오페이증권뿐 아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정무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해 6923억52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 중에서 32.2%(2230억3900만 원)만이 투자자에게 예탁금 이자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증권사의 예탁금 이자 금리 평균도 1.26%로 현행 기준금리인 2.5%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더 받고 덜 주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돈은 더 벌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예탁금에 지급하는 이자는 줄인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이 흑자전환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예탁금 이자를 크게 줄였다”며 “최근 증권사 실적경쟁 심화로 투자자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모양새”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