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7-01 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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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모 무신사 대표이사가 6월1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미디어 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가 일본에 이어 이번엔 ‘대륙’으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확장의 시동을 건 이후 두 번째 타깃은 중국이다.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무대에 오른 박준모 무신사 대표이사가 직접 해외 비전을 천명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중국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인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트너는 중국 스포츠웨어 강자 안타스포츠(ANTA Sports Products Ltd)다. 무신사는 안타스포츠와 손잡고 현지 공략을 위한 다양한 협업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스포츠는 올 초 무신사 구주 500억 원어치를 인수하며 지분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단순 협업을 넘어 중장기 전략과 리스크를 공유하는 ‘실질적 동맹’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글로벌 플랫폼 전략이 물류 협력을 넘어 자본과 사업을 공유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파트너십을 넘어 실질적인 ‘공동 전선’을 형성해가는 모양새다.
안타스포츠는 올해 초 약 500억 원 규모의 무신사 구주를 인수했다. 주당 가격은 약 1만5천 원. 전체 발행주식 수 2억65만5418주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3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 셈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안타스포츠는 무신사 지분 약 1.7%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스포츠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으로, 살로몬, 아크테릭스, 윌슨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단순 제조회사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매출 규모만 봐도 존재감은 뚜렷하다. 2023년 기준 안타스포츠의 매출은 86억3천만 달러(약 11조6954억 원)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세계 3위권 스포츠 의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고성장 중인 아웃도어·테크웨어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브랜드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향후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무신사의 구주 인수를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을 염두에 둔 ‘전략적 동맹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순 투자나 파트너십을 넘어 장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안타스포츠는 과거 휠라코리아, 코오롱FnC와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시장에서 공동 사업을 전개한 이력이 있다. 이 같은 선례를 고려할 때 무신사와의 합작법인 설립 역시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 관계에서 벗어나 합작 모델로 전환하면 파트너사 간 이해관계가 장기적으로 정렬된다”며 “안타스포츠의 무신사 구주 인수는 무신사의 중국 진출 전략이 실행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안타스포츠 매장 전경. <안타스포츠>
무신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연간 거래액 3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기업공개(IPO) 추진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행보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준모 대표는 간담회에서 “K-컬처가 주류가 된 지금이 한국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무신사는 그동안 카테고리, 판매 채널, 소비자층, 사업모델을 확장해왔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과 성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일본에 이어 무신사가 주목하는 전략적인 거점 시장 가운데 하나다. 무신사는 지난 4월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과 총판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바 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은 그다음 단계로서 자연스러운 확장 흐름에 놓여 있다. 내부적으로도 상당 수준의 전략과 실행 계획이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무신사는 올해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계획하는 등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타스포츠와의 협업은 무신사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물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무신사는 물류를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박준모 대표는 최근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를 통해 해외 배송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타스포츠는 현재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5+N 물류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내 주요 거점 도시 5곳에 초대형 물류 허브를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인근 위성 도시에 중소형 창고망을 방사형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는 넓은 영토와 지역 간 물류 격차가 큰 중국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빠른 배송은 물론 재고 회전율과 유통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해당 물류망을 공유하게 되면 중국 현지 배송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무신사는 안타스포츠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입점 브랜드의 재고 관리, 통관, 현지 배송 등 복잡한 해외 물류 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단순한 플랫폼 판매를 넘어 주문부터 최종 배송까지 전 과정을 현지화함으로써 차별화된 K-패션 유통 모델 구축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무신사의 중국 현지 단독법인은 설립이 완료된 상태”라며 “현지 파트너사와는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