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4-10 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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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변하는 정책에 따라 실적 전망이 요동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상호관세와 엔비디아의 중국용 인공지능(AI) 칩 수출 규제 가능성에 악영향이 예상됐지만, 트럼프의 상호관세 90일 유예와 AI 칩 중국 수출 규제 보류로 긍정적 영향이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규제 정책에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효 다음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 관세유예를 발표했으며, 엔비디아의 중국용 인공지능(AI) 칩 ‘H20’ 수출 규제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상호관세에 따른 AI 서버 수요 감소와 회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 중국용 AI 칩 수출 규제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바뀐 미국 정책 기조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게 됐다.
미국 방송사 NPR은 9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으며, 그 뒤 미국 정부는 중국용 H20 AI 칩의 규제 계획을 보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제작한 AI 칩이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데이터센터 추가 투자를 제안하며, 중국용 H20 수출 규제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H20 수출 규제를 고민해왔다.
중국 AI ‘딥시크’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데 성공하자, 중국 기업들은 H20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이에 중국 AI 고도화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H20 수출 규제를 검토했다.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삼성전자에 위험 요소였다.
삼성전자가 H20에 탑재되는 4세대 HBM인 HBM3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삼성전자를 중국 AI 투자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최신 AI 칩 ‘블랙웰 울트라’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인증을 아직 받지 못해, 중국용 H20 판매가 중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H20 수출 규제를 보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중국 빅테크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은 H20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로이터는 3월 말 중국 최대 서버 제조사인 H3C를 인용해 현재 H20 재고가 거의 바닥 난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새로운 H20 공급은 4월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간스탠리는 “새로운 H20 출하가 시작되는 2분기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전체 AI 반도체 매출의 10%가량인 40억 달러(약 5조86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H20용 HBM3 수요가 포함된 상반기 매출은 상승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준비하는 차세대 중국용 AI 칩에도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4월부터 엔비디아 공급용 HBM3E 8단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으며, 엔비디아가 준비하는 차세대 중국용 AI 칩 ‘B20’과 ‘H20E’에는 HBM3E 8단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관세 부과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전히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60여 개 국가에 부과된 상호관세 발효 바로 다음 날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 유예를 발표하는 등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자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서버 성장 전망치를 최대 10.3%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하고 관세 협상 가능성도 남겨두면서 다시 긍정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유예는 삼성전자 2분기 실적 가시성 확대의 직접적 요인”이라며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에 힘입어 약 7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