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대공 유도무기체계 중동 수출 타진, '공동개발' 한화와 갈등에 또 발목 잡히나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3-31 17:35:38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LIG넥스원이 장거리 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의 중동 시장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과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중동 진출의 검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IG넥스원과 한화는 대공 유도무기 체계를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라크 ‘천궁Ⅱ’ 수출 계약에서 가격과 납기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업계 일각에선 L-SAM 수출에선 양측 간 불협화음이 더 크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가 장거리 대공 유도무기 체계(L-SAM)의 중동 시장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 체계를 공동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수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LIG넥스원 >
31일 LIG넥스원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회사의 L-SAM 중동 수출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SAM은 50~60킬로미터의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기존 방어체계인 패트리어트(PAC-3)와 천궁II(M-SAM2)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3사는 지난해 11월 L-SAM 체계 개발 사업을 마쳤다. 방위사업청은 3사와 1조7천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연내 체결하고,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실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L-SAM의 국내 양산 시작을 계기로 중동 수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주요 계약 체결 대상으로는 기존 중고도 대공 유도무기체계(M-SAM) 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꼽힌다.
LIG넥스원은 2021년 UAE와 중고도 대공 유도무기체계(M-SAM)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2년부터 L-SAM 계약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L-SAM의 국내 배치가 완료하면, M-SAM 천궁Ⅱ를 운용하는 기존 국가들을 상대로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동은 한국의 다층 미사일 요격망 구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배치가 확정된 천궁Ⅱ 외에도 L-SAM,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추후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LIG넥스원의 중요한 영업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0월 대공망 체계 생산시설 등 기반시설 투자에 1조5천억 원, 대공체계 설계·분석 등 연구개발 투자에 1조5천억 원 등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대공망 체계 사업 확대의 포석을 뒀다.
중동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높은 폴란드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필수 공략 지역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역인만큼 방산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 중동이기 때문이다.
▲ LIG넥스원과 한화 측이 공동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모습. < LIG넥스원 >
다만 L-SAM 해외 수출에 앞서 대공 유도무기체계를 공동 개발한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LIG넥스원과 한화그룹 측은 지난해 5월 체결한 이라크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사업 계약 추진을 놓고 진통을 겪어왔다. 이 계약은 3조7천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다.
LIG넥스원이 방공망 포대를 통합해 운영하는 체계 종합을 맡아 교전 통제소를 제작하고, 한화는 미사일·발사대·다목적레이더를 맡기로 했다. 하지만 가격과 납기 등을 놓고 서로 갈등을 빚으며, 국회와 방사청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천궁Ⅱ 계약은 LIG넥스원과 한화 측의 가격 협의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초기보다는 갈등 상황이 많이 해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천궁Ⅱ의 경우, 이미 체결된 기본계약을 실행계약으로 성사시키고자 하는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앞으로 수출할 L-SAM에서 양측이 주도권을 갖기 위한 갈등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