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철강·전기차 밀려오는데 덤핑·상계관세 늑장대응, 탄핵정국 와중에 산업 피해 눈덩이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5-01-09 14: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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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저가 철강, 전기차, 석유화학 제품이 국내 밀려들어오며 국내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정부는 탄핵 정국 혼란을 핑계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중국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3' < BYD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산 저가 철강, 전기차, 석유화학 제품 등이 국내 시장에 밀려들어와 관련 산업 피해를 키우고 있지만, 정부는 탄핵 정국 혼란 속에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 등에 늑장 대응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물론 베트남, 튀르키예, 멕시코를 비롯해 남미 칠레까지 중국산 철강, 전기차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자국 산업 보호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 혼란 속 신속한 대응 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산업 보호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관련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중국산 철강과 전기차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 대거 공급됐거나 본격 판매를 시작할 상황인데도 아직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처럼 중국산 전기차 유입 억제를 위해 상계관세 부과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기업의 피해 신고가 있을 경우에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의 올해 1월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상계관세 검토가 이뤄지고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EU는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 결과, 수십 퍼센트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며 "우리도 상계관세를 부과할 근거 조항이 관세법에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내 산업 이해 관계자 등이 보조금 조사 신청을 해온다면, 보조금 협정과 관세법에 따라 조사를 할 수 있다"며 "더욱이 대통령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하기는 외교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선제적 보조금 조사와 상계관세 부과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상계관세는 특정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된 품목이 수입된 나라의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초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한 경제 위협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철강 산업의 경우 이미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반덤피 조사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별다른 정부의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 경상북도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 공장 내부 모습. <포스코>
현대제철은 물론 포스코까지 중국 저가 철강 제품 피해로 잇달아 제철소를 폐쇄하는 등 산업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그제서야 공식 반덤핑 관세 부과 전이라도 지난해 말까지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잠정 관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이처럼 늑장 대응하는 동안 그냥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올해 1월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한 예비판정을 앞두고 있다. 예비 판정 이후 절차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내 관세 부과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철강 업계는 이미 관세 부과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아무리 늦어도 12월에는 잠정 관세가 도입됐어야 했다"며 "이미 1월이고 이제 곧 예비판정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예비판정 조사 결과가 제대로 나와 이 문제를 해결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탄핵 정국 속에서 정부 리더십 부재로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5월 중국산 특정 철강 제품에 관세를 기존 0~7.5%에서 25%로 인상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했다. 또 베트남이 최대 38.34%, 튀르키예가 최대 43.3%의 관세 인상을 결정했다. 심지어 남미 칠레도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전기차와 관련해선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올렸다. EU는 또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를 확정했다.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했다. 또 중국 BYD는 올해 1월부터 국내서 저가 전기차 판매에 들어간다. 또 중국 립모터인터내셔널, 중국 지리그룹이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 전기차뿐만 아니라 이미 저가 석유화학 제품 범람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