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사장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바이오사업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이끌면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 사장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신약개발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 평가받는 한미약품 출신이다. 그는 최근 들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바이오산업에서의 입지 강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사장(사진)이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5일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쓴 누적 연구개발비용은 약 332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4% 확대됐다.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쓴 금액의 88%에 이르는 수준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3상에 진입하면서 연간 연구개발비가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연구개발에 쓴 비용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셀트리온이 올해 3분기까지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3128억 원이다. LG화학의 투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유한양행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비로 약 1894억 원을 투자하며 역대급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LG화학에게 견줄 정도는 아니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적자까지 감수하고 있다. 3분기에 영업손실 10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LG화학은 기업설명자료에서 “3분기 생명과학사업부문은 당뇨치료제, 난임치료제, 백신 등 주요 제품의 안정적 매출 성장이 있었으나 글로벌 신약개발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면서 소폭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본부가 지난해 영업이익 280억 원, 재작년 영업이익 730억 원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기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올해 누적으로는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3분기 적자가 났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 사장이 신약개발에 적극적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LG화학의 연구개발비 지출 확대는 임상 확대에 따른 측면이 크다. 해외에서 임상3상을 시작하면서 들어가는 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로 LG화학의 연구개발 지출 확대의 의미를 축소하기는 어렵다.
손 사장이 LG화학에 합류한 것은 LG화학이 당시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던 2017년이다. 사실상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첫 본부장으로 현재까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가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7년여간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제약·바이오사업의 핵심인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해왔다.
LG생명과학이 LG화학에 흡수됐던 시절만 하더라도 연구개발비는 1천억 원에 미치지 못했고 신약후보물질도 2개에 그쳤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LG화학은 3천억 원 수준의 연간 연구개발비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손 사장이 한미약품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면서 바이오산업의 꽃으로 여겨지는 항암제 분야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손 사장은 해외 제약사에서도 일한 경험을 갖춘 의약사업 전문가로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핵심 역량을 신약개발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2022년 미국 항암제 전문제약사 아베오 지분 100%를 5억6600만 달러(약 7934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2023년 1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더욱 강화할 채비를 마쳤다.
LG화학은 바이오사업을 장기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손 사장은 회사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이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 LG화학이 14일 공시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사업을 포함한 신성장 사업을 바탕으로 매출 50조 원을 내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바이오를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와 함께 3대 신성장 사업으로 꼽았다.
손 사장의 이런 신약개발에 대한 진심은 조만간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LG화학은 미국에서 경구용 통풍 치료제 신약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치료제는 최근 주요 임상 데이터를 의미하는 톱라인 결과에서 효능을 입증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신약은 LG화학 바이오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통풍치료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2개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두경부암 치료제와 관련해서도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2030년에는 일부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사로서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에서 내과 교수까지 역임하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서 항암제 신약물질 탐색 등으로 경력을 전환했다.
이후 2010년 한미약품으로 자리를 옮겨 CMO(의약품 위탁생산) 겸 신약개발본부장으로 신약개발부터 기술수출까지 성공시키는 경험을 쌓았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도 신약개발 명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약개발에 적극적인 회사로 평가받는다. 손 사장이 한미약품에서 쌓은 경험을 LG화학에도 옮겨 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