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쩡위췬 CATL 설립자 겸 회장(왼쪽)이 7일 회사 본사가 위치한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서 로이터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대선 결과로 '중국 리스크'를 털어버릴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인 중국의 CATL 회장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더구나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마저도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만큼은 우호적인 입장을 내보여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게 됐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열린 마음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요지의 쩡위췬 CATL 회장과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들어서면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했던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 인상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중국 배터리의 미국 유입도 견제할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모두 중국 전기차 산업을 경계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겠다는 태도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는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 수입품에 최소 60%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다수의 생산 거점을 앞서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경쟁사의 미국 수출과 관련한 우려를 한층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쩡위친 회장이 미국에 직접 CATL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강력한 공세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도 최근 중국 전기차나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이 향후 미국 배터리 사업이 큰 불확실성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이래 매년 수조 원 가량의 시설투자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미국 생산거점 설립에 집중했다.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미국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작업자들이 배터리 제조 장비를 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테슬라> |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보조금을 줄 필요 없이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정부 출범이 오히려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 내 투자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사업에 새로운 '중국 리스크'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특히 CATL이 테슬라의 배터리 협력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정부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 기업을 유치하고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된 CATL 배터리를 조달하면 전기차 원가 측면에서 한층 유리해질 수 있어서다.
테슬라는 현재 증설하는 미국 네바다주 공장에서 향후 전기차 배터리셀을 만들 때 CATL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CATL 기술이 도입된 배터리셀은 2025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쩡 회장은 “테슬라가 CATL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계약을 맺으면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에 자본투자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CATL이 일론 머스크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제조 기지를 만들면 향후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CATL은 미국 내 완성차 기업에 아직 의미 있는 물량의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3사를 앞서는 영향력을 보이며 사용량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다면 더 강력한 경쟁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CATL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219.6기가와트시(GWh)로 한국 배터리 3사 합산 사용량인 124.8GWh를 크게 웃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 배터리 생산 보조금 삭감을 추진해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CATL의 현지 생산 거점 확대 가능성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CATL과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면 상당한 전문성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