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대독한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 만에 있는 일이다.
한 총리는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있는 단상에 올라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문을 읽었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을 일컫는 것으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 진행하고 나머지 해에는 총리가 대독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취임 첫 해에만 한다는 관행을 깬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4년 연속 국회 예산심의가 열리는 첫 날 시정연설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2021년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임기 5년 내내 새해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뒤 2년 연속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시정연설은 돌연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맡겼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대통령의 녹취 공개 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국무총리에게 떠맡긴 것으로 해석한다.
우원식 의장은 한 총리가 시정연설문을 읽기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국회 수장으로서 유감을 표시했다.
우 의장은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 총리의 시정연설에 앞서 연설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는 해프닝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무총리 공보실은 동시에 해당기관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시정연설문을 배포했다.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문’이라는 제목의 34페이지 분량의 연설문에는 시정연설의 주체가 누구인지 이야기가 따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연설문을 한 총리가 대독하는 것인지 아니면 총리가 본인 명의로 연설하는 것인지 취재진의 문의가 이어지자 총리실 측은 출입기자단에 ‘오늘 시정연설은 대통령 대독이 아닌
한덕수 총리의 시정연설’이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대통령실은 정반대로 출입기자들에게 “오늘 시정연설은 대통령의 연설을 총리가 ‘대독’하는 것이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잠시 뒤 국무총리 공보실은 다시 공식 공지를 통해 “오늘 시정연설을 하는 주체는 총리이고, 총리가 읽어도 국회 공식기록인 속기록에는 ‘대독’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11년 만에 대독이 이뤄짐에 따라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공지에서 혼선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