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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각에 인수합병도 활발, 삼성전자도 뛰어들까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6-01 14: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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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공급 부족현상과 함께 성장성도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각에 인수합병도 활발, 삼성전자도 뛰어들까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인수대상으로 꼽히는 회사들은 모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대형회사들인데 앞으로 선택이 주목된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종합반도체회사(IDM)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르네사스)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다이얼로그)의 인수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르네사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19억9천만 달러(2조2천억 원가량)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이얼로그 인수금액인 60억 달러(6조6천억 원가량)의 일부를 유상증자 조달자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르네사스는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회사로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나 이미지센서 등에 특화된 종류를 말한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르네사스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15%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특히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으로 좁히면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NXP)와 함께 시장 점유율 31%의 공동 1위다.

다이얼로그는 차량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설계에 특화된 회사다. 르네사스는 다이얼로그 인수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전력관리반도체로 확대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르네사스의 다이얼로그 인수는 글로벌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연말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현상이 장기화하며 완성차회사들이 공장 가동을 빈번하게 중단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의 모빌리티 전환기와 맞물려 전장(차량용 전자장비)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IHS마킷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이 지난해 380억 달러(42조 원가량)에서 2026년 678억 달러(75조 원가량) 규모로 연 7%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의 생산장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로서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인수합병을 통해 설비와 노하우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생각하면 삼성전자는 단순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인수합병을 넘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수준의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업계에서 4월 말부터 삼성전자가 NXP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 퍼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IHS마킷에 따르면 NXP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의 21%를 점유한 1위 회사다.

이에 앞서 1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발언 이후 삼성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한 움직임을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NXP를 포함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높게 뛴 상태다”며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으로 볼 수 있는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계산한 뒤 움직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시도할 만한 위상의 차량용 반도체회사들을 살펴보면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전날 장 마감가격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41억4900만 달러(37조8천억 원가량)로 집계돼 1년 전보다 47% 뛰었다.

NXP는 시가총액이 651억7800만 달러(72조 원가량)로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인피니언)는 534억8900만 달러(59조1천억 원가량)로 5.9% 올랐다.

기존 삼성전자가 시도한 인수합병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 80억 달러(9조 원가량)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회사 하만이었다.

삼성전자가 인수 지분의 비율이나 대금 지급방식 등 딜의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에 따라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인수합병의 투자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하만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을 합친 현금 동원능력은 131조8650억 원에 이른다.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피니언처럼 인수합병시장에서 발빠르게 움직여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의 수혜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는 시선이 많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각에 인수합병도 활발, 삼성전자도 뛰어들까
▲ 네덜란드 나이메겐에 위치한 NXP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설비.

인피니언은 지난해 5월 차량용 반도체 경쟁사인 미국 사이프러스세미컨덕터를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점유율 19%의 2위 회사로 올라섰다. 선제적 인수합병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 상승의 수혜를 크게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인피니언이 올해 연결기준 매출 15조340억 원, 영업이익 2조365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1.2% 늘고 영업이익은 204.4% 급증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에 신중하게 접근해도 될 만한 여유가 아직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는 생산장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대규모 증설도 제한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상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회사들이 대규모 증설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CPU(중앙처리장치) 등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12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의 증설은 눈앞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는 뜻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5월31일 열린 글로벌 반도체행사 ‘컴퓨텍스 2021’의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파운드리회사들의 생산량 확대 조치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단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파운드리회사들의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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