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삼성전자’가 탄생했다.”
국내 1위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배우기획사이자 드라마제작사로 배용준씨가 최대주주로 있던 키이스트를 인수하자 이런 말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흥행 이후로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듣고 있는데
이수만 회장이 야심찬 ‘한 방’을 터뜨린 셈이다.
이 회장은 한국형 아이돌 육성시스템의 창시자로 불린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1996년 소년그룹 H.O.T. 1997년 소녀그룹 S.E.S를 데뷔시켜 대성공을 거뒀다.
이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 쟁쟁한 아이돌그룹을 키워내며 국내 1위 연예기획사로 존재감을 단단히 굳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서워지면서 이 회장이 더 이상 1위를 지키기 어렵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다.
이 회장은 이런 우려를 비웃 듯 키이스트 지분 인수 ‘빅딜’에 성공했다.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의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며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부동의 지위를 굳힐 태세다.
이 회장은 이번 인수로 자연스레 키이스트 모회사 FNC엔터테인먼트와도 손을 잡았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드라마 제작뿐 아니라 공연, 방송기획 등으로 사업분야가 넓다.
키이스트만 봐도 최대주주 배용준 씨를 비롯해 김수현, 한예슬, 손담비, 주지훈, 손현주, 엄정화, 정려원, 인교진씨 등 톱스타가 즐비하다.
이 회장은 이미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며 사업영토를 넓혀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질투의화신’ ‘미씽나인’ ‘효리네민박’ ‘아는형님’ 등 드라마 제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왔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양광예체능’ ‘스타대탐정’ 등을 만들면서 해외 콘텐츠 제작사로서 발돋움했다.
이 회장은 단숨에 일본시장도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키이스트 자회사 디지털어드벤처(DA)는 일본을 대표하는 한류채널 KNTV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채널 DATV를 운영하고 있다. 키이스트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매출이 70%를 차지한다.
이 회장은 한류 전도사로 불렸지만 사실상 전략가에 가깝다. 그동안 시장의 큰 변화를 읽고 한 발 앞서 기회를 만들어왔다
이 회장은 2015년 모바일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IT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공지능 미디어 기기를 통한 음악 구매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이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7년 1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가수 목소리를 담은 인공지능 비서 위드(Wyth)’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컴퓨터가 아닌 '아이돌'을 선택한 것도 파격으로 꼽힌다. 당시만 해도 가수 지망생을 발굴하면 바로 데뷔시켰는데 이 회장이 최초로 수년 동안의 연습기간을 거치게 했다. 이후 이런 형태가 연예기획사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한 방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