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가 해외궐련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나머지 핵심 사업에서 앞으로 성장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 KT&G > |
[비즈니스포스트] KT&G가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해외궐련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 사업부문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과 궐련형 전자담배(NGP) 시장은 구조적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어 앞으로도 해당 사업에서 추가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은 차세대 담배 시장 선점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지만 그 또한 현재 시장 구도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KT&G 실적발표 IR 자료에 따르면 1분기 해외궐련 사업을 제외한 궐련형 전자담배, 건기식 등 나머지 핵심사업 실적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KT&G는 앞서 2023년 ‘글로벌 톱 티어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전자담배·해외CC(궐련담배)·건기식을 3대 핵심사업 축으로 집중 육성하고, 2027년 매출을 10조 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G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911억 원, 영업이익 2856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2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시장기대치(컨센서스)를 6% 상회한 호실적이다.
다만 3대 핵심사업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NGP)사업은 매출이 159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베트남 정부의 전자담배 규제에 따라 현지 전자담배 플랫폼 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영향을 받았다. 해당부문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KGC인삼공사가 운영하는 건기식 사업은 매출이 3144억 원으로 1.9% 소폭 늘었지만 내수 침체 속 국내 마케팅 비용 지출 확대로 인해 영업이익이 20.9%나 뒷걸음쳤다. 2020년 11.9%를 기록했던 건기식 사업 영업이익률은 2023년 8.4%, 지난해 7.4%, 올 1분기 5.8%까지 떨어졌다.
KT&G는 해외궐련 사업에서 판매량 증가와 가격 인상에 힘입어 매출이 53.9%, 영업이익은 312.5% 급증하면서 1분기 전체 실적을 개선했다.
문제는 해외궐련 사업을 제외한 핵심사업에서 반등을 노릴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전자담배 사업은 내수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외형을 추가적으로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올 1분기 KT&G 전자담배 국내외 매출 규모를 보면 국내가 1385억 원으로 해외 매출 205억 원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기존 권련 담배와 달리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궐련담배 판매량은 2017년 34억4470만 갑에서 2024년 28억7330만 갑으로 7년 만에 16.6%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가연 담배 판매량은 국내 시장이 열린 2017년 7870만 갑에서 2024년 6억5590만 갑으로 8.3배나 뛰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전자담배시장의 성장률을 보면 2022년 21.3%에서 2023년 12.6%, 지난해 8.2%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전자담배 침투율은 23.2%를 보였다. 흡연자 4명 중 1명은 이미 전자담배로 전환한 셈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이 성숙기에 진입했다”며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하기보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조사해 기존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니코틴 파우치 제품 이미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
KT&G의 국내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4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5% 수준의 점유율을 보유한 한국필립모리스와 1% 안팎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건기식 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역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KT&G는 수익성 낮은 품목과 비효울 사업을 정비하고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는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올 1분기 KT&G 건기식 사업 내수 매출은 2470억 원으로 전체 건기식 매출의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방 사장은 본업인 담배사업에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해 추가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창립기념식 행사를 열고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향후 궐련 중심 사업에서 확장한 새로운 개념의 ‘모던 프로덕트’를 선보임으로써 마켓리더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KT&G는 신개념 담배 제품으로 니코틴 파우치를 점찍고 있다. 니코틴 파우치는 연기가 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어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니코틴 파우치는 사용자가 잇몸이나 뺨 안쪽에 넣어 서서히 니코틴을 흡수할 수 있는 제품이다.
KT&G는 전날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해당 제품의 직접 개발, 외부 인수, 협력사와 공동 개발 등 다방면으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세계 니코틴 파우치 시장 규모는 35억5천만 달러(약 5조 원)로 추산되지만 수요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편중돼 있어 KT&G의 주요 시장인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KT&G 역시 이를 고려해 니코틴 파우치 제품 개발·출시 관련 구체적 일정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KT&G는 해외 생산기지 확장을 통한 해외궐련사업 성장에 집중하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KT&G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방경만 사장이 지난해 취임한 뒤 적극적으로 펼쳐온 글로벌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 전략이 본격 성과로 이어진 결과”라며 “지난 4월 준공된 카자흐스탄 신공장과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현지 인프라 확장은 향후에도 글로벌 사업의 성장세를 한층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