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진 영풍그룹회장(왼쪽)이 2024년 10월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
[씨저널] 영풍그룹은
장형진 회장이 2015년 3월 임기 만료로 영풍의 대표이사 자리를 내어놓으면서 오랫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되어 왔던 곳이다.
이를 두고 오너일가의 책임 회피, 연봉공개 회피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장형진 회장은 “기업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뜻을 줄곧 보여왔다.
장 회장은 2024년 9월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식이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라며 “그런데 그렇게 물려받은 기업이 잘 되는 경우보단 잘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전면에 나선 장세환, 보여준 능력은 아직 미지수
재계에서는 장 회장의 이런 신념이 아들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영풍그룹 부회장은 영풍이 지분 40.21%를 쥐고 있는 자회사 코리아서키트 대표이사다. 또 둘째 아들인 장세환 영풍그룹 부회장은 2024년 6월까지 영풍과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수출입을 맡던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 대표를 맡고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장씨 일가를 대표해 정면에 나서고 있는 장세환 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장세환 부회장은 3월22일 열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주관의 ‘프록시 토크(Proxy Talk)’ 행사에 참석해, ‘영풍 부회장’ 직책으로 고려아연 주총 관련 안건에 대한 입장을 직접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장 부회장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경영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장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뚜렷한 경영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그는 비상장 계열사 영풍이엔이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그룹 핵심 계열사인 영풍에서는 아무런 공식 직함을 맡고 있지 않다.
장 부회장이 지난해 6월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KZ트레이딩 역시 장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장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KZ트레이딩은 상당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2024년 4분기 매출은 3108억 원으로 2023년 4분기(3128억 원)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84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다.
▲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오른쪽)과 박번 삼성선물 대표가 2021년 4월7일 비철금속 이커머스사업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선물> |
◆ 영풍은 장남에게 고려아연은 차남에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목적인가
이런 상황에서 장세환 부회장이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 창구로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을 두고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영풍그룹의 경영 승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영풍의 지분을
장형진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차남인 장세환 부회장에게 고려아연을 물려주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풍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영풍 지분은 장세준 부회장이 16.89%, 장세환 부회장이 11.83%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장형진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목적이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상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형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아버님 세대가 (고려아연을) 만들었지만 꼭 우리 손에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주식은 소유할 수 있어도 기업은 소유할 수 없고, 소유한다고 생각했을 때 기업은 망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