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어프레미아가 항공시장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본격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로서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시장 입지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 에어프레미아가 항공시장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본격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경영권 향방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로 접점이 없는 1대 주주와 2대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구도인 데다 회사의 재무구조도 취약한 탓에 경영권 향방에 변동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에어프레미아에 따르면 미주와 동남아시아 노선에 투입할 항공기 4대의 도입을 준비하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사업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도입하는 항공기 4대는 중대형 기종인 보잉 787-9로 항공기 임대(리스)회사 피치월터스와 계약을 맺고 들여오는 것이다. 계획대로 내년 3분기까지 항공기 도입이 마무리되면 에어프레미아의 기단 규모는 9대로 늘어난다.
이에 발맞춰 승무원 채용과 신입 승무원의 교육훈련 등도 준비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노선을 비롯한 중장거리 노선을 합리적 운임으로 이용하길 원하는 수요를 포착하며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을 채택해 나름의 시장 입지를 구축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된 뒤 전개될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은 에어프레미아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서 가치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면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국적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인 통합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 2곳으로 좁혀진다.
에어프레미아는 영업실적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전략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에어프레미아는 연결 영업이익 185억 원을 냈는데 이는 다른 후발 저비용항공사들이 대개 영업적자를 거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항공업은 기단규모가 일정 부분 갖춰져야 이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흑자 기조가 정착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다만 회사의 잠재력만큼이나 향후 경영권 다툼의 여지도 큰 상황이다.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1대 주주인 AP홀딩스와 경영권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의 핵심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최근 581억 원을 투입해 에어프레미아를 투자대상으로 한 투자목적회사(SPC) 지분 50%를 인수하며 에어프레미에아 지분 일부에 권한을 확보했다. 대명소노그룹의 거래 상대방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다.
대명소노그룹은 기존 여행·레저 사업과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항공사 지분을 확보한다고만 밝힐 뿐 명확한 태도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에어프레미아 외에 티웨이항공 2대 주주 지위도 확보한 상태다.
▲ 대명소노그룹 아래 호텔인 소노캄고양 전경. <대명소노그룹>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향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법 크다는 시각이 많다.
애초 대명소노그룹은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2대 주주였던 JC파트너스와만 교섭한 채 최대 주주인 AP홀딩스 쪽과는 교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AP홀딩스 측도 대명소노그룹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AP홀딩스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에어프레미아에 관한 어떠한 매각 협의도 진행된 바 없으며 경영권 매각 관련 논의도 전혀 없었다”며 “AP홀딩스는 대명소노그룹과 어떠한 형태의 만남, 협의, 합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AP홀딩스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주도해 설립한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에어프레미아에 김재현 사내이사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돼 기존 유명섭 대표이사와 각자대표체제를 이루게 된 배경에는 김 회장과 타이어뱅크가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지배력을 한 층 더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재현 신임 대표이사는 타이어뱅크 이사를 지낸 인물로 김 회장 쪽 사람이라 볼 수 있다.
▲ 타이어뱅크 이미지. <타이어뱅크>
에어프레미아의 취약한 재무구조도 향후 경영권 변동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난해 기준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부채총계는 5920억 원으로 자본총계(262억 원)을 크게 웃돈다. 자본총계가 납입 자본금(1468억 원)에 못미치는 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부채가 많은 탓에 이자 비용 부담도 커 지난해 영업이익 185억 원을 거뒀음에도 순손실 210억 원을 냈다. 이자를 비롯한 금융비용은 419억 원에 달했다.
1·2대 주주와 각각의 우호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로서는 자금력을 갖춘 대명소노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을 바랄 수도 있는 셈이다.
또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율 변동도 불가피하다.
에어프레미아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회사 지분율은 AP홀딩스 우호지분이 46.0%로 JC파트너스 우호지분(22.0%)보다 꽤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은 큼 기타주주(32.0%)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여지는 남아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