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허용, SK하이닉스 내년 HBM3E 영업익 8천억 이상 간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SK하이닉스의 수혜 폭이 관심을 끈다.H200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단의 70% 이상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는 H200의 중국 수출로 2026년 HBM3E 매출이 약 2조 원, 영업이익은 8천억 원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자시각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과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출하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미국 정부는 H200 매출의 25%를 정부에 수수료 형식으로 납부하는 조건에 중국 수출을 허가했다.H200은 엔비디아의 지난 세대인 '호퍼' 아키텍처의 최상위 모델로 B200 등 최신 '블랙웰' 모델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존 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 'H20'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다.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가장 중요한 지표인 'FP8 연산 속도'에서 H200은 H20 대비 15배 이상 빨라, 중국 기업의 수요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화웨이가 개발한 AI 칩 '어센드 910C'는 성능이 H20의 40% 수준에 불과하고, 전력효율성은 훨씬 떨어져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도 중국 빅테크는 화웨이 AI 칩의 사용을 주저해왔다.투자기관 딥워터에셋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연구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중국 매출은 엔비디아의 다음 회계연도 성장률을 기존 예상치인 51%에서 6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중국 수출 허가는 SK하이닉스에도 호재다.H200에는 HBM3E 8단이 들어가는데,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H200에 들어가는 HBM3E는 스택 하나당 약 24기가비트(GB)의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6개의 스택을 통해 총 141GB의 메모리 용량을 탑재한다.엔비디아는 H20 대신 단가가 비싼 H200을 중국에 수출함으로써 연간 최소 20조 원 이상의 중국 매출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200 가격에서 HBM3E 비중은 최소 15%로 추정되고 있어, HBM 매출은 3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3E 물량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엔비디아 AI 반도체 'H200' 이미지. <엔비디아>이를 고려하면 H200 수출 허용으로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2조1천억 원 수준의 HBM 매출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HBM3E의 가격이 내년 HBM4 출시와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이 최소 4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영업이익은 8천억 원 이상 증가할 수 있는 셈이다.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200은 호퍼를 적용한 칩 중 최고 성능의 제품으로 HBM3E 8단이 탑재되어 지난 H20에 보였던 수요 그 이상의 업사이드가 존재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특히 엔비디아 HBM3E 8단 물량의 70%를 독점하는 SK하이닉스에 추가 주문이 현실화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SK하이닉스는 HBM3E 수요처가 확대됨으로써 HBM4(6세대) 양산 계획도 좀 더 유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HBM3E를 찾는 고객이 많은 만큼, 서둘러 HBM4로 전환할 필요성은 줄어든 것이다.SK하이닉스는 HBM4의 양산 시점을 당초 내년 1분기를 잡았으나,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AI칩 '루빈' 개발 일정에 맞춰 1~2개월가량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향후 고사양의 엔비디아 AI 칩이 추가로 중국 수출 허가를 받는다면, HBM3E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김선우 연구원은 'H200 수출 허가가 열린 만큼, 향후 베라-루빈 출시 이후 블랙웰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HBM3E 공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독점력을 기반으로 향후 장기적인 실적 증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