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20년 만에 롯데홈쇼핑 이사회 장악, 김재겸 태광산업 '족쇄' 풀고 본업 키운다
롯데쇼핑 20년 만에 롯데홈쇼핑 이사회 장악, 김재겸 태광산업 '족쇄' 풀고 본업 키운다
롯데쇼핑이 20년 동안 유지해온 롯데홈쇼핑 이사회 균형을 깨고 경영 주도권 강화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롯데홈쇼핑 2대주주인 태광그룹의 견제가 거세진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서는 이번 이사회 재편을 계기로 신사업 발굴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6일 홈쇼핑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롯데쇼핑이 최근 롯데홈쇼핑 이사회를 롯데쇼핑의 확실한 우위 구도로 재편한 것을 놓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롯데홈쇼핑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롯데쇼핑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독자 경영을 위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롯데홈쇼핑의 최대주주는 지분 53.49%를 보유한 롯데쇼핑이다. 태광산업(27.99%)과 대한화섬(10.21%), 티시스(6.78%) 등 태광그룹 측 지분은 45% 수준이다. 롯데쇼핑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사 선임 안건은 단독 통과가 가능하다.롯데쇼핑 측은 이사회 재편 자체는 언제든 가능했지만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이사회 5대 4 구조를 유지하며 균형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2대주주인 태광그룹이 롯데홈쇼핑 이사회 9석 가운데 4석을 차지하는 구도가 20년 동안 지속됐다.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홈쇼핑은 주주 간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이번 사외이사 확대는 태광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과 의사결정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하지만 13일 열린 롯데홈쇼핑 주주총회에서 이 구도가 롯데쇼핑 6 대 태광그룹 3으로 재편되면서 20년 동안 유지된 관행이 깨졌다.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는 특별결의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숫자라는 점에서 롯데쇼핑이 앞으로 사실상 롯데홈쇼핑 경영을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롯데쇼핑이 태광그룹과의'20년 악연'을 잘라낸 배경에는 최근 3년 동안 누적된 태광그룹과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실제 태광그룹은 3년 전부터 롯데홈쇼핑 이사회 결정에 어깃장을 놓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2023년 7월 이사회에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사옥 매입과 관련해 이사회 전원이 찬성했음에도 8월 '롯데홈쇼핑 양평사옥 매입 승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앞뒤가 다른 행보를 보였다.그해 9월에는 '롯데홈쇼핑-롯데지주 부당지원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넣기도 했으며 2024년 1월에는 사옥 매입과 관련해 롯데홈쇼핑의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양평동 사옥 매각 및 롯데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고 롯데백화점 등 대주주와 거래 승인을 반대하는 행보도 보였다.최근에는 롯데홈쇼핑을 향한 계열사의 부당 지원 의혹을 공정위에 신고했다.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재편은 최근 3년 동안 태광그룹의 경영권 방해가 과도해지면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롯데 측의 '초강수'에는 실적 악화에 대한 위기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9023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9.6% 줄었다. 4년 만의 수익성 반등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흐름이 꺾였다.주요 경쟁사와 비교해도 실적은 나쁜 편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773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4년보다 25.1% 늘어난 것이다. CJ온스타일(CJENM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5180억 원, 영업이익 958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15.2% 늘었다.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게 힘을 싣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가 이사회 재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그간 태광그룹이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과 상반되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불필요한 역량 소모가 있었지만 이제 롯데쇼핑의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면서 온전히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롯데홈쇼핑 이사회 재편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사진)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체질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이사회 재편은 실제로 김 대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김 대표는 2026년을 '도전의 해'로 규정하면서 차세대 핵심 사업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도전의 해''라며 '익숙한 방식보다 새로운 시도를, 안정보다 도전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본업 경쟁력 강화·신사업 추진 등 체질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서 이번 이사회 재편은 족쇄를 풀어준 셈이다.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태광의 비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빈번한 외부 고발로 기업 경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바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롯데홈쇼핑과 태광그룹 사이의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그룹이 법적 공방을 예고했고 롯데홈쇼핑도 이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태광그룹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일부 이사진의 해임을 추진하고 부결될 경우 법원에 해임을 청구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향후 근거 없는 주장이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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