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U 이어 CPU가 메모리 수요 촉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범용 D램 호황 4년 더 간다?
- 최근 몇년 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늘린 데 이어 앞으로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메모리 수요를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비서(에이전트)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AI 칩에서도 CPU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이에 따라 CPU에 탑재되는 DDR5, LPDDR5 등의 수요가 증가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범용 D램이 2030년까지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2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I 발전에 따른 병목 현상이 GPU에서 CPU로 점차 넘어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이와 관련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최고경영자(CEO) 딜런 파델은 '이제는 GPU가 아닌 CPU가 AI 발전에 제약 요소'라며 '예전에는 100메가와트(MW) 규모의 GPU를 1MW 이하의 CPU로 뒷받침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강화학습(RL)과 추론, 특히 에이전트 추론에서 그 비율(GPU 대 CPU)이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최근 AI 기술의 패러다임은 '읽고 쓰는 거대언어모델(LLM)'에서 '행동하고 해결하는 비서형 AI'로 진화하고 있다.비서형 AI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복잡한 관리와 판단을 스스로 한다. '검색해라', '데이터를 분석해라', '이메일을 보내라' 등 수많은 작업의 순서를 정하고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처럼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GPU보다 CPU가 훨씬 적합하다.르네 하스 암(Ar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암 에브리웨어' 행사에서 '3천만 개의 CPU 코어가 필요했던 1기가와트(GW) 데이터 센터가 이제 4배인 1억2천만 개의 CPU 코어가 필요해졌다'며 '에너지 효율적 CPU 솔루션이 필요해진 것으로, 이는 암의 전문 분야'라고 말했다.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기존 거대언어모델(LLM) 환경에서는 CPU 비중이 AI 시스템 내에서 15%에 불과했다면, 비서형 AI 환경에서는 CPU 비중이 약 50%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AI 반도체 환경 변화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DR5, LPDDR5 등 범용 D램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CPU는 전통적으로 범용 DDR5를 활용해왔다.인텔의 최신 서버용 CPU인 '제온 6'를 기준으로, 4테라바이트(TB)~6TB 수준의 DDR5가 들어간다. AMD의 최신 CPU '에픽 9005'도 최대 6TB DDR5를 지원하며, CXL을 통해 용량을 8TB까지 확장할 수 있다.CXL은 CPU, GPU, 스토리지, 메모리 등 전자회로기판에 올라가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CPU가 외부 메모리를 내부 메모리처럼 인식할 수 있다.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16Gb LPDDR6 D램. < SK하이닉스 >저전력 LPDDR D램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LPDDR은 일반 D램인 DDR D램과 달리 전력 효율성이 높아 그동안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최신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그레이스 슈퍼칩'에 LPDDR5X이 채택되는 등 최근 AI 서버용 칩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AI 확산으로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전력 효율성이 높은 LPDDR의 활용도가 넓어진 것이다.이처럼 서버용 CPU에 탑재되는 D램 수요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내 메모리 공급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를 통해 메모리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공급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올해 평택 P4(팹3~4)에서 D램 생산량을 월 9만 장, SK하이닉스는 M15X 팹3에서 D램 5만 장 정도를 추가 생산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시장조사업체 IDC는 2026년 D램 공급 증가율이 약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4~2024 연평균 D램 공급 증가율 20% 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이와 같은 공급 부족은 범용 D램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분기보다 90%가량 상승했으며, 2분기에도 추가로 60%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AI가 불러온 메모리 호황기가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AI가 2030년까지 15~45엑사바이트(EB, 10억 기가바이트)의 범용 D램(HBM 제외) 수요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2027년 전체 D램 예상 공급량의 26%~77%에 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