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발 'AI 선순환' 빅테크 범용메모리도 '입도선매', 삼성·SK하이닉스 장기 호황 예감
-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AI 거품론'을 잠재웠다.게다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도 '장기 계약'을 통해 미리 확보하려 하고 있어, 과거 1년 안팎의 짧은 호황과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린 데다, 4분기에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파란불'이 켜졌다.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570억600만 달러(약 83조4천억 원), 영업이익 377억5천만 달러(약 55조1300억 원)를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41% 증가한 것이다. 주당순이익(EPS)도 1.3달러를 기록하며 시장기대치 1.25달러를 웃돌았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I 칩 '블랙웰'의 판매량은 차트를 뚫고 나갈 정도로,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미 매진됐다"며 4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기존 시장예상치인 616억 달러를 넘어서는 650억 달러로 제시했다.엔비디아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을 실적 상승으로 일축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향후 HBM 수요 전망도 밝아졌다.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최대 협력사이며, 삼성전자도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HBM 공급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HBM 출하량이 2분기 대비 85%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할 차세대 AI 칩 '루빈'에 탑재될 HBM4(6세대)의 공급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빈 출시 시점이 당초 2026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소폭 지연됐으나, 이는 정상 범주 내"라며 "메모리의 장기 호황 속에 적어도 2026년 상반기 말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흠 잡을 것 없이 좋은 구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HBM에 이어 범용 메모리 반도체도 장기 계약으로 묶이고 있는 추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기 호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되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따라 가격이 극심하게 변동하는 경향이 있었다.맞춤형 제품의 성격이 강한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규격이 동일해,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호황기와 불황기를 오갔던 것이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0월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함께 올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AI 칩에 필수적인 HBM은 이미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이 2~3년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장기 계약(LTA) 구조로 바뀌었다. 덩달아 최근엔 일반 D램도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변화하며 장기 계약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AI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에 따라 서버용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빅테크는 범용 메모리도 내년 생산분까지 미리 확보하는 장기 계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젠슨 황 CEO는 이날 "메모리 부족 상황 속에서 상당한 공급량을 확보했다"며 "메모리 제조사와 (범용 메모리에 대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기존에 월 또는 분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던 것을 1년 단위로 장기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실적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이에 따라 기업가치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AI 투자 확대 기조도 메모리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내년에 10조 원, 내후년에는 14조~15조 원을 AI에 투자하겠다"며 "향후 5년은 AI 대전환기이자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엔비디아는 최근 전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AI 서버에 서버용 D램 대신 모바일용 D램(LPDDR)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2026년 LPDDR 생산량을 늘리는 반면, 일반 서버용 D램 생산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줄일 가능성이 있다.이는 범용 D램의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엔비디아가 AI 서버에 모바일용 메모리칩을 사용할 경우 2026년 말까지 공급이 부족한 서버용 D램 가격은 현재보다 두 배 더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고급 메모리 분야에 큰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