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반도체 산단 6월 지방선거 이슈로 부각 가능성, "지방 이전 찬성 여론 과반 넘어"
-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용인에 추진되는 반도체 산업단지의 지방 이전 문제가 주요 정책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나온다.시민사회에서 진행한 여론 조사를 보면 용인 반도체 산단의 지방 이전해야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에너지 조달 문제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6월 지방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내놓는 에너지 관련 공약이 선거 판세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9일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참여하는 '기후정치바람'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후정책에 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전국 18세 이상 시민 1만 7865명을 대상으로 웹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광역 지자체 내 성별, 연령, 인구 구성비를 따르는 할당 추출 방식을 통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전체 응답자 가운데 53.5%는 6월3일에 진행되는 지방선거에서 마음에 드는 기후대응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있다면 정치적 견해에 차이가 있더라도 표를 주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권자 과반이 현재 수도권과 지방 지자체 사이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설문조사 응답자의 53.5%는 용인 반도체 산단이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반면 이전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21.1%에 불과했다.반도체 산단의 당사자라 볼 수 있는 수도권 유권자로 대상을 좁혀도 이전 찬성 여론이 반대 의견을 크게 웃도는 양상이었다.경기도 유권자의 46.5%는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에 찬성했고 반면 16.3%는 반대했다. 서울과 인천도 이전 찬성이 각각 48.1%, 57.2%를 차지했다.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역적으로 서울과 경기 이외에 다른 지역들 의견을 보면 용인 산단 이전에 반대한다는 여론은 단 10%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유권자들이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에 긍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수도권은 에너지 자립율이 낮은데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의 대체 입지로 유력한 호남 지역은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율로 인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전 찬성의 근거로 꼽힌다.호남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높은 탄소 배출량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서복경 대표는 '용인 반도체 산단은 송전탑 건설, 에너지 고속도로 문제하고도 직결된 문제'라며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는 지역들에서는 용인 산단에 반대하는 의사가 우세했다'고 강조했다.전체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65.7%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놓고 지산지소형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는 지역 분산형 에너지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에너지 자립율이 낮은 수도권 유권자들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은 지산지소형 에너지 공급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58.0%, 경기는 61.9%, 인천은 64.8%로 반대 의견을 압도했다.서 대표는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는 용인 산단 문제와 관련한 에너지 부분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용인 반도체 산단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이와 관련해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용인 산단 문제를 다뤘는데 사실 용인 산단은 환경적, 기후적으로 보면 허가 자체가 될 수 없었던 산단'이라며 '정부 공식 발표에도 나온 것처럼 원래는 공장 허가가 나올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허가가 나온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반도체 산단 입지를 보면 평택시 상수원 보호구역이 인근이 있어 영향을 받는다.김 소장은 '용인 산단은 환경영향평가도 거의 되지 않았던 사례'라며 '이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기후에도, 지역균형 발전에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고 이번 선거를 통해 전향적으로 문제가 풀릴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이 승인된 시기는 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때였다.이를 놓고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당시 정부는 이 시기에 전력 공급 당사자가 되는 지방 지자체와는 합의가 없이 대상이 되는 독점 대기업 2곳과 수도권 지자체와만 협의를 거친 뒤 졸속으로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박 위원장은 이어 '정작 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깔릴 예정인 충남에서도 어떤 피해가 있을지, 어떻게 계획을 추진해야 할지도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논의가 폐쇄적으로 진행됐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용인 반도체 산단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충남 지역에 깔려야 하는 송전탑 수는 1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박 위원장은 '그 막대한 예산과 중간에서 발생할 전력 손실량을 고려하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맞지 왜 그걸 감수하고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그저 모든 인프라를 수도권 중심으로 편성하려는 관성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도 '용인 반도체 산단 문제는 수도권 쓰레기 지방 전가 논란하고도 결을 같이 하는 문제'라며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만 넘기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