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올투자증권 수익구조 다변화로 다시 기지개, 이병철 잊혀진 영광의 세월 다시 한번
- "다올부동산신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사는 것이다."2010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다올부동산신탁 인수를 결정하며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다올투자증권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의 깃발을 다시 세운 것이다.금융권에서는 이병철 회장이 흑자전환을 통해 다올투자증권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보수 항목에 '성과급'을 추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병철 회장은 다올투자증권(옛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2018년 이후 매년 최소 8억 원에서 최대 12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아왔다.하지만 다올투자증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이 회장의 급여 항목에서는 성과급이 사라졌다.◆ 2년 적자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PF 편중, 수익구조 다변화로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다올투자증권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실은 각각 114억 원, 455억 원에 달했고 영업손실 역시 각각 620억 원, 749억 원이었다.영업수익 역시 2022년 1조8420억 원에서 2023년 1조5084억 원, 2022년 1조4426억 원으로 감소했다.2025년 상반기,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256억 원, 당기순이익 31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의 핵심은 바로 수익구조 다변화다. 그동안 투자은행(IB), 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에 치우쳐있던 수익구조를 에퀴티 부문, 채권·FICC·전략영업부문 등으로 다양화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물론 흑자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동산PF 충당금의 환입, 포지션 회수 등을 통한 IB부문의 순영업수익 증가였지만, 에퀴티 부문과 채권·FICC·전략영업 부문의 순영업수익 역시 각각 63억 원(48.2%), 127억 원(54.2%) 증가했다.다만 리테일 부문의 실적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다올투자증권 리테일부 문의 순영업수익은 2024년 상반기 73억 원에서 2025년 상반기 62억 원으로 오히려 14.9% 감소했다.다올투자증권은 리테일 부문의 성장전략과 관련해 "WM(자산관리) 영업에 주력하며 핀테크 연계, 브로커리지 사업 등 신규 수익창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랩어카운트 활성화 및 주식 신용공여 거래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핀테크 연계 사업 추진 등 신규사업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병철 '영광의 세월' 끝난 지 4년, 새로운 성과 보여줄까이병철 회장은 창업 후 매각, 재창업 후 KTB투자증권 인수라는 역동적 인생을 통해 금융업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2004년 민간 부동산신탁회사 최초로 은행권 공동출자를 이끌어내며 '다올부동산신탁'을 설립했고, 이 회사를 하나금융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에는 그룹 내 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2013년 하나금융에서 나와 독립해 2014년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세우면서 다시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이후 2016년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하며 KTB투자증권의 부회장 자리에 올라 경영을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권성문 당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서 명실상부한 '오너 경영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KTB투자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이병철 회장이 최대주주의 자리에 오른 2018년 344억 원에서 2021년 176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능력이 수치로 입증됐었던 셈이다.하지만 다올투자증권과 이 회장의 '영광의 세월'은 2021년까지였다.2022년 다올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938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슈퍼개미' 김기수 전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 경영권 분쟁까지 겪어야했다.◆ 승부사 이병철, 또 한 번의 기로에 서다현재 증권업계의 관심은 다시 한 번 중대한 고비 위에 서 있는 승부사 이병철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갈지에 쏠려있다.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확립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이기 때문이다.사업 다각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회사 수익구조의 중심은 부동산 PF에 쏠려있다. 리스크 높은 이러한 사업구조를 어떻게 다변화할지, IB중심 사업모델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병철 회장은 다올투자증권을 더 이상 'IB 특화 증권사'가 아니라 부문별로 균형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다올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IR 자료를 통해 IB부문에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시점까지 채권 회수에 집중하면서 신규 투자는 선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또한 부문별 균형 성장을 위해 채권과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PF 리스크 해소와 각 영업부문의 실적개 선에 힘입어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으나 아직은 그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라며 "또한 시장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