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정권교체에 'K배터리' 좌불안석, 집권당 환경오염·보조금·인허가 전면 재조사에 사업차질 우려
- 현지시각 12일 치러진 헝가리 총선거에서 야당인 티서당(Tisza Párt)이 16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차기 총리로 유력한 페테르 머자르 티서당 대표는 앞서 총선 과정에서 헝가리 현지 배터리 공장의 환경오염 문제, 보조금 지급 등의 전면 재조사를 비롯해 공장 인허가 재검토, 환경·노동 감독기관 설립 등을 공약했다. 머자르 당 대표가 총리에 오른 뒤, 이같은 공약을 전격 시행할 경우 K배터리 기업들의 현지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13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헝가리 총선 결과를 접한 K배터리 기업들은 티서당의 배터리 산업 관련 공약 이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2020년 출범한 티서당은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보수 정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단독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 138석을 획득,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현 헝가리 총리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켰다.오르반 총리의 배터리 산업 육성 지원책에 따라 헝가리에 공장을 설립한삼성SDI, SK온 등은 이번 헝가리 총선 기간 티서당의 공약과 소속 정치인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해왔다.실제 헝가리 괴드(Göd)시에 위치한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은 이번 헝가리 총선 유세 기간 티서당과 일부 현지 매체로부터 집중포화를 맞는 등 고역을 치렀다.괴드 공장은 삼성SDI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2조 원을 들여 조성한 배터리 공장으로, 현재 연 약 4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머자르 당대표는 지난 2월삼성SDI가 '허용 기준을 초과한 위험물질'을2019~2022년 외부로 반출했다는 내용의 내부고발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헝가리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는 등 삼성SDI의 현지 공장의 환경오염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이어 머자르 대표는 현지시각 지난 3월12일 SK온의 배터리 공장이 위치한 이반차를 방문해 "가장 엄격한 환경 및 노동 규제를 감독하는 국가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SDI 공장이 위치한 괴드를 방문해서도 "총선 후 배터리 공장 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삼성SDI는 이번 헝가리 총선에서 페테르 머자르가 이끄는 티서당 대표로부터 '위험물질 반출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사진은헝가리 괴드에 있는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 < 삼성SDI >이에 따라 삼성SDI 헝가리 공장 증설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삼성SDI는 지난 2025년 5월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6549억 원 가운데 3961억 원을 헝가리 공장 증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확대에 투자키로 했는데, 이 투자로 3억4400만 유로(약 5900억 원)의 헝가리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SK온은 티서당의 직접적 표적이 되진 않았지만, 헝가리 공장에서 다수의 안전사고·노동 문제가 발생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SK온은 헝가리에서 코마롬 1·2공장, 이반차 공장 등 합산 연 47.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코마론 2공장에 보조금 1207억 원, 이반차 공장에 보조금 2800억 원을 지급했다.SK온 헝가리 법인은 지난 2022년 1월에는 가스 누출로 직원 14명이 병원에 이송되는 사고로 벌금 4000유로(약 700만 원)를 부과받았으며, 2025년 5월에도 직무별 개인위생 적합성 검사 및 고용 금지 조항 위반으로 벌금 430만 포린트(2050만 원)를 부과받았다.삼성SDI와 SK온의 헝가리 현지 생산법인이 새 집권당의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면서 사업 차질이 빚어질 경우, 두 회사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현지에 배터리 양극재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2월 헝가리 데브레첸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연간 5만4천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고, 향후 증설을 통해 양극재 생산량을 연간 10만8천 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한국 배터리 업계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역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이 발표되면서 유럽 시장 내 수혜를 기대했으나, 유럽 생산거점인 헝가리에서 정치적 변수를 맞게 됐다.산업가속화법은 전기차 부품의 70% 이상을 유럽연합 내에서 조달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전기차 부품 가운데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셀을 포함해 핵심 구성 요소 3가지를 모두 역내 조달하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코트라(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은 최근 '헝가리 배터리·자동차 산업은 티서당 집권 시 환경·사회적 문제를 근거로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 국면에서 배터리 산업이 정치적 쟁점화될 경우, 진출 기업 운영 안정성 저하, 인허가·행정 절차 지연, 환경규제 강화 등 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번 총선 기간 진행된 여론 조사에서 배터리 공장을 향한 헝가리 국민의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현지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헝가리 현지 매체 텔렉스가 지난 3월2~7일 '21리서치센터'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괴드에 있는 삼성SDI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어야 했는가' 질문에 전체 응답자(1200명) 중 6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또 헝가리 내 배터리 공장에 대한 전반적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가 '해롭다'고 답했고, 15%만 '유익하다'고 답했다.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