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K하이닉스 '바퀴 달린 컴퓨터' 선점 경쟁, AI 버금가는 메모리 전장터 '자율주행차'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다음의 메모리반도체 전장터로 '자율주행차'를 선택했다.자율주행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자 '움직이는 서버'로 진화하면서,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용 반도체는 장기 공급이 가능한 만큼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제품 단가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2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구글 자회사 '웨이모' 자율주행차에 차량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서버급 고성능 메모리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차량용 HBM을 상용화한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엔비디아가 최근 CES 2026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 구동에도 SK하이닉스의 차량용 HBM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알파마요는 차량이 인간처럼 상황을 판단하고 설명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로, 차 안에서 실시간으로 돌아가려면 데이터를 읽어오는 속도가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빨라져야 하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가 지난 19일 LPDDR5X 차량용 D램 제품으로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표준 ISO 26262의 최고 안전 등급인 'ASIL-D' 인증을 획득한 것도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에 대응하는 해석된다.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2조6천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하만의 전장 사업 강화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와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ADAS 구동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차량용 LPDDR5X를 비롯해 낸드플래시 제품인 오토 솔리스테이트라이브(SSD), 내장용 멀티미디어카드(eMMC) 등을 생산하고 있다. CES 2026에서는 '탈부착 가능한 차량용 SSD'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게다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와 차량용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오토' 등 시스템반도체 제품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객사에 통합된 반도체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SK하이닉스의LPDDR5X 차량용 D램 제품. < SK하이닉스 >테슬라를 비롯해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갈수록 차량은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수많은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 한국에 출시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은 레벨2 수준이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비감독 FSD'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하며 레벨4 진입까지 시도하고 있다.레벨4 자율주행차 한 대에는 일반 차량보다 10배 많은 3천 개 이상의 반도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 용량은 최소 128기가바이트(GB) 이상, 낸드플래시 용량은 최소 4테라바이트(TB)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차량용 메모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30년엔 약 15%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AI 기반 자율주행, 전기차 확산 등으로 2025년 176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1년 705억 달러(약 103조 원)로 확대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연평균 16.3%의 빠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중국은 17.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PC용 반도체와 달리 한 번 채택되면 7~10년 이상 장기 공급이 가능한 만큼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차기 주력 제품으로 주목하고 있다.차량용 반도체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의 극한 온도와 강한 진동을 견뎌야 하며, '결함률 0%' 수준의 엄격한 품질이 요구돼 테스트와 인증에만 3~5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일반 메모리보다 판매 단가가 높게 책정된다.이 때문에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을 정리하고, 차량용 메모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기준 약 4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매슈 비첨 S&P 글로벌 모빌리티 연구원은 'ADAS 부품 수요와 차량 당 반도체 탑재 가치 상승으로 북미 차량 기준 반도체 비용은 대당 약 1154달러(약 170만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같은 추세는 2026년을 기점으로 중앙집중형 컴퓨팅시스템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