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처 '기후변화 피해 연간 5경 원' 연구 철회, 글로벌 금융권의 기후대응 위축 우려
- 기후변화가 미치는 경제적 피해를 예측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서 퇴출됐다.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해당 논문을 참고한 보고서를 여럿 냈는데 이번에 논문이 철회됨에 따라 수정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4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기후변화 관련 중요 보고서 내용이 과장돼 있음이 확인되고 이에 글로벌 금융기관이 기후대응을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자칫 기후대응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앞서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3일(현지시각) 올해 8월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가 등재한 기후변화에 관한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가 담긴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해당 논문에는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세계 시민들의 소득이 약 19% 감소하고 2049년까지 세계가 입는 기후피해액 규모가 연간 38조 달러(약 5경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이에 따라 세계 경제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6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네이처와 같은 국제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은 '동료 평가'를 통해 정확성을 검증받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번 논문은 동료 평가를 거친 결과 여러 수치가 과장됐고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을 받았다.이에 네이처 웹사이트 게재가 전면 중단됐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환경정책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은 2100년에 20% 감소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 논문에서 60% 감소라는 수치가 나온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블룸버그는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녹색금융협의체(NGFS) 등 다양한 국제 기관들이 해당 논문을 참고해 보고서를 발간했던 만큼 광범위한 수정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NGFS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NGFS 시나리오는 예측이 아니라 가능한 경로를 보여주기 위한 접근 가능한 도구'라며 '사용자들은 경제적 손실 시나리오의 기반이 되는 손상 함수와 관련된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학계의 논쟁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에 NGFS는 우선 웹사이트에 해당 논문과 관련된 면책 조항을 명시하기로 결정했다.NGFS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중국인민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90개국 140여 개 금융 기관들이 가입해 있는 협의체다. 한국에서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가입해 있다.NGFS가 보고서를 수정한다는 것은 소속돼 있는 금융 기관들도 이에 맞춰 기후대응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카리브해 도서국가 쿠바 수도 산티아고에서 올해 10월 시민들이 허리케인 멜리사 때문에 무너진 집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측은 연구 과정에서 일부 과장이 있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이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유로뉴스에 따르면 기후피해액은 연간 38조 달러에서 32조 달러로 하향됐고 소득 감소 예측치도 19%에서 17%로 줄었다.연구진은 공식성명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세계 전체에 불평등하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계산된 수치가 줄어든 것'이라며 '빈곤한 지역일수록 손실이나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해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전 세계가 입는 피해가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이어 '여전히 핵심 메시지는 유효하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여전히 상당하며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에 쓰일 비용보다는 적다'고 강조했다.다른 기후학자들도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논문이 문제가 있기는 해도 큰 틀에서는 옳은 분석을 내놨다고 봤다.게르노트 바그너 독일 기후학자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실제 수치가 어느 범위에 속하건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연구 방향은 기존과 동일할 것'이라며 '미국만 봐도 주택 보험료가 지난 10년 사이에 이미 두 배 올랐다'고 설명했다.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수정판 논문을 동료 평가를 위해 다시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고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레오니 웬츠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우리는 제기된 문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 경제 데이터와 방법론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