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발걸음 잦아지는 '스타필드', 계열분리 이후 '포스트 이마트' 전략 선명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눈길을 '이마트'가 아닌 '스타필드'에 두고 있다.올해에만 현장 경영에 두 번 나섰는데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의 모체인 이마트가 아닌 스타필드만 찾았다.정 회장이 계열분리로 독자 경영하게 될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의 미래가 단순한 대형마트가 아닌 체류형 복합몰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19일 정용진 회장의 행보를 보면 정 회장이 사실상 '이마트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스타필드 중심'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과거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의 성장을 견인한 엔진은 단연 이마트였다. 하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와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 변화로 대형마트 산업이 성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쏟아진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국내 대형마트3사는 고전을 거듭했고 홈플러스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정 회장이 이마트부문의 차세대 핵심 축으로 체험형 복합몰을 지향하는 스타필드를 바라보는 것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읽힌다. 단순히 생필품을 구매하는 목적형 공간인 이마트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만으로는 이마트부문의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정 회장이 7일 스타필드 죽전점에 이어 가장 최근 스타필드 옷을 입은 경기 파주의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16일 방문한 것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성장 동력을 이마트에서 스타필드로 진화시키려는 시도는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와도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선언하면서 정 회장은 이마트부문을 온전하게 담당하게 됐다. 현재 신세계부문과 이마트부문의 연결고리는 SSG닷컴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 이 지분관계가 정리되면 두 부문은 각각 독립경영 체제에 들어서게 된다.정 회장은 이마트부문 독립 경영의 첫 목표로 '2027년 연결매출 34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내건 상태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는 2027년 창원, 2028년 청라로 이어지는 스타필드의 공격적 출점을 낙점했다.정 회장이 기획 단계부터 출범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프로젝트가 바로 스타필드라는 점에서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스타필드가 꼽힌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이 잇따라 스타필드를 방문하는 것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자신의 경영 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행위라는 것일 수도 있다.정 회장이 올해 첫 현장경영에 나선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은 이마트 내부에서도 의미가 있는 매장이다.이마트 점포 가운데 최초로 '스타필드 DNA'를 이식한 지점이기 때문이다.죽전점은 기존 대형마트의 공식이었던 '효율적 장보기 동선'을 과감히 파괴한 매장으로 유명하다.직영 매장 면적을 40% 줄이는 대신 임대 매장(테넌트)을 70%까지 확대했으며 매장 1층 핵심 공간에 서점, 카페, 공연장, 커뮤니티 라운지 등 체류형 공간을 전면 배치했다. 물건을 파는 면적을 줄이고 고객이 머무는 공간을 늘린 '스타필드형'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현장 경영으로 스타필드마켓과 스타필드 빌리지를 찾았다. 사진은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은 정용진 회장(앞 줄에서 가운데)이 간편식 델리 매장에서 상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신세계그룹>결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이마트에 따르면 2024년 8월 리뉴얼 개장한 죽전점은 2025년 매출이 2024년보다 28% 증가하며 전국 이마트 점포 매출 1위에 등극했다. 같은 기간 방문객 수 역시 22% 늘었다. "마트도 스타필드화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정 회장의 가설을 실적으로 증명해낸 셈이다.실제 수치도 이러한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이마트는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21조6587억 원, 영업이익 3324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0.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67.7% 늘었다.주목할 점은 이익의 질과 구성이다.별도 이마트(할인점·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의 영업이익이 2624억 원으로 34.6% 증가하며 선전한 가운데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의 영업이익은 811억 원을 기록하며 363.4%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전통적 대형마트 사업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스타필드를 필두로 한 '체류형 수익 모델'이 이마트 연결실적의 견인차를 넘어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정 회장은 16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방문해 '올해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단계를 넘어 고객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형 복합몰을 넘어 사람들이 일상을 향유하는 지역 커뮤니티까지 '스타필드식 공간 경험'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이 같은 전략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이마트는 2025년 6월 킨텍스점을 두 번째 스타필드마켓으로 정식 개장했다. 일각에서는 죽전에서 시작해 킨텍스, 향후 리뉴얼이 예정된 동탄·경산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스타필드마켓 벨트'가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 스타필드 빌리지도 확대한다. 현재 서울 가양동 CJ 공장 부지와 진주 복합터미널, 대전 유성호텔 부지 등 핵심 거점에 입점을 확정했으며 장기적으로는 2033년까지 스타필드 빌리지를 전국 30곳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다"며 "스타필드마켓과 스타필드 빌리지 모두 사람들이 자주 찾는 힙하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해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