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원유 조달 불안에 가동률 저하 우려, 정유 넘어 '샤힌'까지 부담으로 작용할까
에쓰오일 원유 조달 불안에 가동률 저하 우려, 정유 넘어 '샤힌'까지 부담으로 작용할까
에쓰오일이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원유 대체 수입 경로의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확보에 어려움이 이어지면 본업인 정유 사업뿐 아니라 내년 상업가동을 앞둔 석유화학 설비 '샤힌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기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대체 경로로 꼽히는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을 보면 예멘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 방침을 발표한 뒤 최근 24시간 동안 선박 6척이 항로를 변경해 회항한 것으로 전해진다.후티 반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앞서 21일 세계 각국 해운사에 해상 봉쇄 방침을 담은 경고성 이메일을 보냈다. 후티 반군은 이메일에서 "선박이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에서 화물을 적재하거나 하역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각 회사는 모든 거래 과정에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에쓰오일이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공급망을 활용해 원유를 조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후티 반군의 조치는 원유 수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상황에서도 약 1200km에 이르는 송유관을 활용해 유전이 밀집한 동부 지역 원유를 서부로 운송한 뒤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이를 수출해왔다.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수요의 약 3%에 해당하는 하루 280만 배럴 규모 정제설비가 피해를 입으면서 정제마진은 강세를 나타냈다. 에쓰오일은 당시 원유 수급에 별다른 차질을 겪지 않아 설비 가동률을 90% 수준까지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글로벌 정제설비 공급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높은 가동률을 유지한 점이 에쓰오일의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앞으로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과 그 여파로 중동 지역 정제설비 복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큰 데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제설비 가동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어 정제마진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에쓰오일이 원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과거와 달리 높은 설비 가동률을 유지하기 힘들어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시각이 나온다.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에쓰오일 보고서에서 "전쟁 확산 등으로 원유 조달과 투입에 차질이 심화될 경우 공정 운영과 수익성 확보에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처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에쓰오일의 정유설비가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로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 원유에 경질유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존 중동산 원유를 투입할 때보다 생산성과 설비 운영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우회 항로를 선택하더라도 수송기간이 최대 4주까지 늘어나 항해 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운임과 연료비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에쓰오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미 출항해 한국으로 오고 있는 선박은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 홍해에 남아 있는 선박과 관련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수에즈운하와 지중해를 지나는 항로를 활용해 원유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기존 정유설비의 가동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석유화학 설비인 샤힌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는 미래 성장 기반인 샤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해 왔다.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는 미래 성장 기반인 샤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해 왔다. 사진은알 히즈아지 CEO가1월 초 울산 온산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에쓰오일>알 히즈아지 CEO는 지난 6월 에쓰오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2026년은 샤힌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뜻깊은 해"라며 "앞으로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신뢰받는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에쓰오일은 약 9조 원을 투입한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준공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고유가와 원유 수급 차질이 겹칠 경우 사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통상 석유화학산업에서는 원재료 구매부터 제품 판매까지 3∼4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여기에 수에즈운하와 지중해 등을 거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해 수송 기간까지 길어지면 최근 유가 상승기에 구매한 원료가 내년 초부터 생산 공정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데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에쓰오일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고정비 비중도 높아 가동률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다만 에쓰오일은 원료 도입 여건뿐 아니라 내년 석유화학제품의 수급과 가격 등 시장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시점에서 샤힌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회사의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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