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14년 만에 등기임원 복귀하는 이유, 계열분리 앞두고 이마트 책임경영 시험대
정용진 14년 만에 등기임원 복귀하는 이유, 계열분리 앞두고 이마트 책임경영 시험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4년 만에 이마트 등기이사 복귀 수순을 밟는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이후 커진 책임론 속에 책임경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정 회장은 이마트 대표이사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직접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도 함께 맡아 스타필드 등 대형 개발사업의 성과와 리스크까지 직접 챙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신세계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오너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입증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직접 주주들의 의구심을 지우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는다.신세계프라퍼티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 뒤 다시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각자대표로 임명한다.이마트는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을 각자대표로 내정한 뒤 2027년 3월 개최할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하기로 했다. 정 회장이 이마트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2013년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14년 만에 이마트 이사회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정 회장은 2010년 신세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 인적분할 이후 이마트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그 뒤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과 회장을 거치며 신세계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만 이마트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도 주주 앞에서 직접 책임지는 구조는 아니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이런 비판은 스타벅스 논란 이후 더 커졌다.스타벅스는 5월18일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부적절한 마케팅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신세계그룹의 브랜드 관리와 내부통제 문제로 번졌다.정 회장도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섰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사과 이후에도 정 회장의 책임 방식과 스타벅스의 내부 관리 체계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이마트가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의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마케팅 문제가 아니라 이마트 계열의 위험관리 문제로 확산됐다.정 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은 이 같은 비판에 대응하는 책임경영 카드로 볼 수 있다.대표이사는 회사 운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정 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에 오르면 그동안 그룹 회장과 최대주주로서 행사해온 영향력에 이사회 책임까지 더해진다.정 회장도 이번 인사와 관련해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점도 이번 인사의 핵심 사항이다.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스타필드는 정 회장이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여온 사업으로 꼽힌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유통시설을 넘어 쇼핑과 여가, 외식, 문화시설을 결합한 체류형 복합공간을 표방한다.신세계프라퍼티가 당장 넘어야 할 과제는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이다.신세계프라퍼티는 2023년 12월 광주광역시도시공사와 어등산 관광단지 유원지 부지 개발사업 협약을 맺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 사업에 2033년까지 총투자비 1조3403억 원을 투입해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중심으로 관광·휴양·상업 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2030년에는 스타필드와 콘도, 드라이빙스쿨 등 주요 시설을 선보이고 2033년 레지던스와 부대시설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이 사업은 18년 동안 표류했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을 민간 투자 방식으로 본궤도에 올리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사업 부지 면적은 41만7531㎡로 축구장 58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신세계프라퍼티는 1월 토지비 4차 중도금 77억4천만 원을 광주도시공사에 납부했고 올해 상반기 설계, 하반기 조성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광주에서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대형 개발사업은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만이 아니다.광주신세계는 광천터미널 일대를 백화점과 버스터미널, 호텔, 공연장, 업무·주거·의료·교육시설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총사업비 3조 원이 투입된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로 잡혀 있다.신세계프라퍼티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광주신세계의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을 합치면 신세계그룹이 광주에서 추진하는 개발사업 규모는 4조 원대에 이른다.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의 일부인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조감도. <신세계프라퍼티>정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맡는 것은 이런 대형 개발사업의 추진력과 리스크 관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변수는 6·3 지방선거 이후 지역 행정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6·3 지방선거에서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당선됐다. 민 당선인은 7월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수장을 맡게 된다.민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스타벅스의 5·18 관련 논란을 두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지역사회와 새 지방정부를 상대로 사업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은 인허가와 교통대책, 상권 영향, 지역경제 기여 방안이 모두 맞물려 있다. 특히 복합쇼핑몰은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를 받는 동시에 소상공인 피해와 교통 혼잡 우려도 함께 불러온다. 스타벅스 논란까지 겹치면서 신세계그룹의 광주 개발사업은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지역사회 설득력이 더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이번 인사는 계열분리를 앞두고 이마트 계열의 책임경영 구조를 더 분명히 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받아들여진다.신세계그룹이 신세계 계열과 이마트 계열의 독립 경영을 강화해온 만큼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것은 이마트 계열의 현재와 미래사업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계열분리 이후 이마트 계열의 성과는 정 회장의 경영능력 평가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오너경영인으로서 뚜렷한 경영성과 없이 신세계그룹의 한 축인 이마트 부문을 승계한다는 듯한 부정적 시선도 있었던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시장에 증명하는 시험대에 스스로 오른다는 얘기다.정 회장에게 이번 인사는 기회이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마트 대표이사 복귀 수순은 스타벅스 논란 이후 책임경영 요구에 답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직은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성장사업과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에 힘을 싣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반대로 이마트 실적 개선이나 스타벅스 브랜드 신뢰 회복이 늦어지고, 광주 개발사업에서도 지역사회 설득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책임론은 더 커질 수 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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