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ESG공시 '스코프 3 의무화 앞당겨야' 지적 이어져, 법적 책임 인정하는 국제적 사례 늘어
-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회가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 최종안이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한국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ESG공시 최종안에서 '스코프 3(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시 의무화 시기를 3년이나 유예했기 때문이다.다른 국가들에서 나온 사례를 보면 스코프 3 정보 공개 및 감축에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한국만 뒤늦어 문제가 될 여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프 3 의무화 시기 앞당겨야' 목소리 나와9일 국내 기후 싱크탱크들이 낸 의견을 종합하면 전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협의회가 낸 ESG공시 제도화 방안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논평을 통해 '이번 최종안은 환영할 만 하지만 스코프 3 공시를 또다시 유예한 것은 아쉬운 신호'라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의 실질적 몸통은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스코프 3이고 해당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당정협의회의 ESG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보면 2028년부터 ESG의무공시를 시행하는데 스코프 3 정보만 3년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한국 기업들은 2031년부터 스코프 3 정보를 집계해 공개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2028년에야 배포된다.이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논평을 통해 '스코프 3 정보를 굳이 3년 유예할 이유가 부족하다'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방침, 국제적인 투자자 그룹 및 국민연금 등의 요구처럼 1년 유예가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스코프 3와 관련한 법적 책임 묻는 사례 늘어스코프 3 공시가 3년 유예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국외에서 사업할 때 법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해외에서는 스코프 3 정보 공개 및 감축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조아나 세처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부교수와 델타 머너 미국 우려과학자연대(UCS) 수석학자는 8일(현지시각) 공동 논평을 통해 '최근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스코프 3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판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글로벌 석유 대기업인 쉘과 토탈에너지스의 사례였다.앞서 2021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네덜란드 환경단체가 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쉘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스코프 3 포함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이 판결은 2024년에 진행된 항소심에서 감축 시한을 지정하는 부분은 취소됐다. 다만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쉘이 스코프 3 정보를 공개하고 감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 만큼은 인정했다. 쉘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26년 현재 상고심에 진행되고 있다.지난달 2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법원은 프랑스 환경단체 연합이 제기한 소송에서 토탈에너지스가 스코프 3 정보 공개 및 감축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감축 계획에 반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머너 수석학자는 '이같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네덜란드 법원도 판결 당시 국제 연성법, 인권 체계, 온실가스 회계 기준 등을 고려했을 때 스코프 3는 기업의 기후대응 책임에 대한 전제로 들어간다고 봤다'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2023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행동 지침을 발간하며 기업 및 금융기관이 진행한 대출 및 투자와 관련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간접 배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토탈에너지스 주유소. <연합뉴스>◆ 스코프 3, 기업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 담고 있어 중요성 커이처럼 스코프 3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담은 유일한 지표이기 때문이다.글로벌 자율 기후공시 협의체 CDP에 따르면 업종별 편차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기업 전체 배출량의 75%는 스코프 3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 때문에 CDP는 스코프 3가 빠진 공시 체계로는 기업의 실질적 기후 리스크를 평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CDP는 세계 주요 기업들에 기후변화, 수자원, 산림자원 등 ESG 관련 경영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ESG 리스크를 평가하는 글로벌 협의체다. CDP 한국위원회 사무국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맡고 있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을 비롯한 기후 싱크탱크들은 스코프 3 공시가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수집 및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기업들이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스코프 3 정보를 수집하게 되면 기업이 자체 공급망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대응하는 경영 최적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한국 정부가 유예를 두는 기간은 경험의 축적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지체된 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은 다른 수많은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가 스코프 3 산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및 기술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하고 행정 및 금융지원을 한다면 바로 정보 공개를 시행하는 것이 못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