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그레 영업이익 3년 만에 1천억 아래로, 김광수 '불모지' 유럽 공략 '총력'
- 올해 빙그레 영업이익이 3년 만에 1천억 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빙그레는 유년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주력 해외시장에서도 성장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난 6월 빙그레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광수 부회장은 식물성 메로나를 들고 '불모지'로 여겨졌던 유럽시장 문을 두드리며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29일 증권업계 분석과 빙그레 실적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빙그레 수익성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관측된다.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빙그레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2024년보다 24.4% 줄어든 992억 원으로 집계됐다.앞서 2020년부터 200억~300억 원대를 오가던 빙그레 영업이익은 2023년 1123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천억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1313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뒤 원부자재 구매•물류망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김광수 부회장은 올해 6월 빙그레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임기 첫 해에 영업이익 1천억 원선이 무너질 상황에 처했다.빙그레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내수 소비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더욱이 빙그레는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주요 해외시장에서 성장세가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빙그레 미국 법인은 올해 1~3분기 매출 815억 원을 거둬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다만 3분기 매출만 따로 보면 1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역성장했다.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법인 매출은 62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4.8% 급증했다.3분기 들어 미국 법인 성장세가 크게 꺾인 데는 도날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8월부터 상호관세 부과로 빙그레의 미국 수출 제품에 15% 관세가 적용됐다.빙그레 관계자는 "3분기 관세에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기 보다는 빙과류는 재고를 많이 가져가는 상품인데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유통채널에서 상반기 선주문을 늘리고 그 뒤 재고를 줄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빙그레의 미국시장 주력 제품은 멜론 맛 아이스크림 메로나다. 해외에서는 메로나 등 대표제품을 묶음 상품으로 팔고 있어 판매마진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빙그레 해외법인 중 미국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중국법인도 올해 1~3분기 매출이 2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중국 내수 경기 침체 영향으로 냉장 제품 판매가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빙그레의 중국 대표 상품은 바나나맛우유다.베트남법인은 올해 1~3분기 매출 108억 원을 내 1년 전보다 27.4% 성장했지만 매출 규모가 중국법인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빙그레는 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4년 중국 현지법인을, 2016년 7월 미국 현지법인을, 2019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김 부회장이 빙그레의 지속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식물성 메로나 제품 이미지. <빙그레>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식품업체들에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은 필수적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빙그레는 어린이가 주 수요층인 만큼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에서 한계를 더욱 빠르게 마주하고 있다.빙그레의 수출액은 2021년 823억 원에서 지난해 1540억 원으로 8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수 매출 증가율(22.5%)의 4배에 이른다.김 부회장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다품종으로 다국가를 공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그 선봉에 '식물성 메로나'가 섰다.식물성 메로나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유성분을 모두 빼고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기존 메로나 맛을 구현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유가공 업체인 빙그레에 있어 유럽시장은 불모지로 여겨졌다. 유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크림 제품은 수출할 때 여러 통관 장벽의 제약을 받는데 특히 유럽 지역에서는 수입 유제품에 높은 비관세 장벽이 적용되기 때문이다.2023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식물성 메로나 수출을 시작했고 지난해 유럽 지역 매출은 2023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최근에는 프랑스 대표 유통체인 까루프에서 식물성 메로나 멜론맛, 망고맛, 코코넛맛의 판매를 시작했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맛을 개발해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식물성 붕어싸만코를 출시하고 유럽 내 식물성 아이스크림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김 부회장은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해 인재개발센터 센터장과 사업2부 상무 등을 거쳐 2015년부터 10년 동안 물류 자회사 제때 대표이사를 맡았다. 제때는 2006년 빙그레 오너일가가 인수한 냉동•냉장 물류 전문회사로 빙그레 승계의 키가 될 계열사로 꼽힌다.빙그레 관계자는 "미국 상호관세와 중국의 한한령 등은 단순히 사업적인 게 아니라 외교관계가 얽힌 다양한 변수를 동반하기에 다품종 다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유럽이 이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