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새 상근부회장 자리를 놓고 강경한 카드를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사안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상근부회장 교체로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 복원 역시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새로 선임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전임인 송영중 전 부회장처럼 관료 출신이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송 전 부회장은 고용노동부 출신으로 친노동 성향을 띠었다. 이는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인 경총 부회장에서 조기에 물러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산업부 출신으로 친기업성향이 강한 편이다. 송 전 부회장으로 한 차례 내홍을 겪은 경총이 김 부회장을 선임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제23회 행시 출신으로 상공부 통상정책과,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등을 지낸 통상전문가다.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 산업정책국장, 산업정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쳐 산업정책에도 밝다.
또 2013년부터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업계는 물론 정부와도 두루 소통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김 부회장은 노사 문제에서 비교적 강경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시절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이 대립적 노사관계에 발목 잡혀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원인을 주로 노조 쪽에서 찾으며 협력적 노사관계로 가기 위해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노사협상을 3~4년 주기로 바꾸고 인건비 인상률을 2% 이내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파견근로와 기간제근로, 아웃소싱, 전환배치 등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김 부회장이 한국GM 사태의 원인을 노조와 노동 생산성에서 찾은 데서도 이런 인식이 잘 드러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GM 임금은 평균 8700만 원 수준인데 단가가 낮은 차를 생산하면서 인건비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본사는 4년 단위로 임금협상을 하는데 우리는 매년 임금협상을 해 소모적”이라며 “우리는 시간외 수당도 너무 많고 노동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경영계와는 잘 부합하는 것일 수 있으나 노동계와는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노동계와 접점은 드물었으나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김 부회장이 이전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면 노사 대화가 순조로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회장은 경총 상임부회장으로서 이전부터 품었던 신념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선임 후 최우선 과제로 노사 문제 해결을 꼽으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