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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이탈 늘어난다, 원인은 ‘역피라미드 구조와 경직된 기업문화’

김바램 기자 wish@businesspost.co.kr 2024-04-24 15: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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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반도체 전문 인력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과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에서 반도체 인재 이탈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이탈 늘어난다, 원인은 ‘역피라미드 구조와 경직된 기업문화’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이탈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반도체 불황에 따라 적자가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임금 등 직원 처우가 나빠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인력 구조가 위로 갈수록 임원 등 고연차 직원들이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면서 인사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가 꺼리는 '임원 주 6일제 시행' 등 근무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도전보다는 안정, 개방보다는 보수적 사고가 팽배해진 사내 문화에 대반 반발도 인력 이탈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내부 문화가 지나치게 경직적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19일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 IT전문지 더버지 등 외신은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 6일 근무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일부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시기에 삼성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영지원과 개발 담당 등 일부 임원만 참여하던 주 6일 근무제를 생산과 영업 등 다른 임원들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주 6일 근무는 삼성전자 외 다른 삼성 계열사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인사관리협회(SHRM)는 최근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삼성전자가 주 6일 근무를 채택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법인과는 정반대”라며 “이 회사는 2019년 주 4일 근무제 시범 운영을 통해 직원 생산성이 39.9% 증가하자 주 4일 근무제를 정식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회사 반도체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는 또 다른 이유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례가 없으면 시도하지 않는 보신주의적 사내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서 퇴사한 연구개발 직원을 인용해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은 연구개발(R&D) 직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매우 짧은 시간 내 결과물을 내도록 요구하고, 이들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생산수율 향상 방안을 제시해도 선례가 없다면 채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또 “상무 이상급 임원들 임기는 평균 1년에 불과하며, 단기적 성과에 매달릴 수 밖에 없어 중장기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리기 어려운 사내 문화를 이유로 삼성전자에서 다른 업체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매체는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엔지니어를 인용해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를 넘기 위해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이탈 늘어난다, 원인은 ‘역피라미드 구조와 경직된 기업문화’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직원 수에 비해 임원이 지나치게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도 반도체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에서 경쟁사로 이직하는 전문 인력이 그 반대보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 인력 구조가 임원이 지나치게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면서 인사 적체를 우려한 고연차 인력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사내이사+미등기임원)이 1020명으로 전년(923명)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191명에서 200명으로 5%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 SK하이닉스보다 두 배 넘는 증가세다. 

전체 직원에서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삼성전자(0.82%)가 SK하이닉스(0.62%)를 웃돈다.

DS 부문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22년 10.55년, 2023년 10.88년으로 0.33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22년 11.84년에서 2023년 12.7년으로 0.86년 증가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문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31년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은 5만6천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삼성전자 DS 부문도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9월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을 통해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가진 강점은 '사람'”이라며 “이 같은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한편 개인적·전문적 만족도를 높이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이 직업, 사회, 재정, 건강, 커뮤니티 내 자신의 위치 등 다섯 가지 기본적 가치를 통해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문화가 기업 내 조성돼야 한다”며 “진정으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야만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를 유치·유지할 수 있고, 삼성전자도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바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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