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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자문사 ISS의 KT&G 수수께끼, 사장 선임 6년 전과 상반된 주장 왜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18 15: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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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자문사 ISS의 KT&G 수수께끼, 사장 선임 6년 전과 상반된 주장 왜
▲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KT&G 사장 후보 선임을 놓고 6년 전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KT&G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놓고 내세운 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다.

ISS는 6년 전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찬성하면서 후보자 선정 과정이 ‘공정하다’고 봤는데 오히려 투명성을 더 강화했다고 볼 수 있는 이번 절차를 놓고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서다.
 
특히 ISS는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뚜렷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1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ISS가 최근 KT&G 이사회가 올린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IBK기업은행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한 것은 6년 전 내세운 논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의결권자문사 ISS의 KT&G 수수께끼, 사장 선임 6년 전과 상반된 주장 왜
▲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6년 전과 상반된 논리를 내세워 KT&G를 압박하고 있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사진은 방경만 KT&G 새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

IBK기업은행은 KT&G의 최대주주로 2023년 말 기준 지분 7.11%를 보유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KT&G가 사장 후보 선정 절차를 통해 뽑은 방경만 후보자의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이 연장선에서 자신들이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를 KT&G 이사회에 입성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ISS는 최근 KT&G와 관련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IBK기업은행의 주장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ISS는 “겉으로 보기에는 KT&G가 공정하고 투명한 최고경영자(CEO) 선출 절차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이며 이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방 사장 후보자에 반대하는 논리를 댔다.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놓고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KT&G가 지난해 말부터 2달여 동안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면서 공정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은 계속 존재했기 때문이다.

KT&G 회사측 입장을 대변해온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기구가 차기 사장 선임의 전권을 쥐는 것은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논란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ISS가 과거에 내세웠던 논리와 비교해보면 이번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지점이 상당하다.

ISS는 2018년 3월 백복인 사장의 연임 시도에 찬성하면서 “사장 공모 기간은 짧았지만 전체적인 과정은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사장 선임 절차를 살펴보면 올해 절차보다 미흡하다고 여길 만한 구석이 많다.

KT&G는 2018년 1월30일 백 사장의 뒤를 이을 후임 사장 공모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서류 접수 기간을 단 이틀밖에 주지 않았다.

공모 접수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에 3년 동안 KT&G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경영계획서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모 자격 역시 한정적이었다. KT&G 전현직 전무 이상을 지낸 사람이거나 전현직 KT&G 자회사 사장을 역임한 인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백 사장을 제외한 2명만 공모에 도전할 수 있었다.

선정 과정도 속전속결이었다. KT&G는 사장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힌 뒤 일주일 만에 백복인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6년 전과 비교한다면 올해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로 최종 낙점한 과정은 절차상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부분이 많다

KT&G는 우선 올해 사장 공모제를 6년 만에 부활시켰다. 무엇보다 KT&G 전직 임원들에게만 공모 자격을 주지 않고 사외 인물 전체로 대상을 넓힌 것은 사상 최초의 시도였다.

공모 응모자 8명, 서치펌 추천 6명 등 사외 후보 14명이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제도적 정비 덕분이었다. 이 가운데 외부 인물 2명은 최종 사장 후보군에 오르기까지 했다.

기간도 대폭 늘렸다. 이사회 내 비상설위원회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에 총 4주 동안 활동했다. 2021년에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단 11영업일 만에 백 사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KT&G가 과거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절차를 대폭 정비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며 “KT&G가 6년 전에 일주일 만에 사장 후보를 결정했을 때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ISS 내부적으로도 정합성이 결여된 논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ISS가 방 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KT&G의 부진한 실적을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다.
 
의결권자문사 ISS의 KT&G 수수께끼, 사장 선임 6년 전과 상반된 주장 왜
▲ ISS는 6년 전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사장 선임 절차를 놓고는 '공정하다'고 평가했지만 절차를 대폭 개선한 최근 사장 선임 과정에는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ISS는 최근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자를 놓고 “회사의 경영 성과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임원을 사장 후보로 임명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방 사장 후보자가 경영 전면에 나선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부정적 지표만을 부각시켜 방 사장 후보자의 적격성에 흠집을 냈다고 보는 시각도 업계 안팎에 상당수 존재한다.

실제 ISS는 15일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에 앞서 11일 KT&G측과 만나 회사의 현황을 듣고 질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자리에서 ISS는 행동주의 표방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로부터 제공받았던 자료를 토대로 KT&G에 질의했다.

KT&G는 "ISS가 FCP로부터 받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통지했지만 ISS는 이에 대한 고려나 응답이 없었다"면서 "ISS와 FCP의 공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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