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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양극재 LFP배터리 시장 진출 '딜레마', 탐나는 수요 VS 중국 저가 경쟁력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3-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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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양극재 제조사들도 수요 증가에 발맞춰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LFP 양극재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해결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양극재 LFP배터리 시장 진출 '딜레마', 탐나는 수요 VS 중국 저가 경쟁력
▲ 국내 양극재업체들이 리튬인산철을 비롯한 중저가형 양극재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개발과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국내 2차전지 업계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차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 인하를 위해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림에 따라 국내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의 LFP 사업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7%에서 2023년 37%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테슬라, 포드, 현대차, 폭스바겐 등은 이미 자사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내년에는 스텔란티스, BMW, 제너럴모터스(GM), 리비안 등 대다수 전기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됨 따라 LFP 배터리·소재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주력 품목인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인 만큼, 저렴한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원가를 낮추는 데 핵심 부품이다.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 3곳(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모두 LFP 배터리 기술개발과 양산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사들 역시 LFP 배터리용 소재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배터리 제조사들과 제품 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퓨처엠도 LFP 양극재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양극재 제조사뿐 아니라 동박 제조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LFP 양극재 시장에 뛰었다.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들이 주로 공급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만큼, 국내 셀·소재 기업들이 LFP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따른 기술 장벽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업체들은 인건비와 전기료, 원재료 수급 등의 측면에서 국내 기업보다 앞선 가격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이미 공급망과 양산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만큼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양극재 LFP배터리 시장 진출 '딜레마', 탐나는 수요 VS 중국 저가 경쟁력
▲ 8월16일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닝더스다이)이 새 배터리 제품인 셴싱(Shenxing)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LFP용 양극재는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중국 양극재 기업 상주리원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5년 동안 LFP 양극재 약 16만 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특히 LFP 양극재 시장은 국내 소재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는 2월22일 전남 광양공장 착공식에서 “LFP 양극재는 낮은 수익성 때문에 사업 난제로 자리잡고 있다”며 “가공비와 원료가 저렴해 양극재 회사가 마진을 붙일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국내 다른 양극재 기업 관계자도 “LFP 양극재 시장이 커지고 있어 이 시장을 놓칠 수는 없는데,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빠른 LFP 배터리 시장 성장세를 보이는 북미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정책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양극재 기업들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서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데다, 내년부터 중국산 LFP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해외우려집단(FEoC)으로 지정돼 판매 규제를 받게 된다.  

다만 이런 정책 기조는 미국 내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 또한 크다.  

게다가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 외 시장에서는 중국 양극재 기업들의 시장 잠식이 더 거세질 공산도 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LFP 배터리와 양극재 설비 과잉 증설 탓에 2035년까지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치적 이유로 중국 배터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국에서도 포드와 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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