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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공사 사장 찾기 만만찮아, ‘독이 든 성배’를 과연 누가 들까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2021-04-16 17: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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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를 두고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임기가 사실상 1년밖에 되지 않을 공산이 커 다음 사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토지주택공사 사장 찾기 만만찮아, ‘독이 든 성배’를 과연 누가 들까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에 놓인 기념비. <연합뉴스>

16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할 다음 사장후보를 선정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지난 6일까지 사장후보자를 재공모해 서류를 접수받았다.  

토지주택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원래 1월 초 사장후보 공모를 마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복수의 사장후보를 추천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장 후보로 추천된 이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적격자가 없다고 보고 후보 재추천을 요구해 다음 사장 선출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다음 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과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보유한 부동산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만큼 토지주택공사 다음 사장으로 낙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20년 8월 ‘국회공보’를 통해 내놓은 공직자 재산등록사항을 보면 김진애 전 의원과 배우자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다세대주택 3채와 인천시 강화군에 단독주택 1채를 갖고 있는 4주택자다. 

김 의원은 4주택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년 전 어쩌다 다주택자가 됐고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다”며 “고가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사회에 기여한다는 제 선택이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본인 명의로 3기 신도시에 속한 경기도 과천시에 농지와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 공장과 땅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차관이 보유한 부동산이 정부의 3기 신도시정책과 수도권 준공업지역 규제완화대책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김세용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다음 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과거에 다주택자였으며 전국 여러 곳에 토지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정부의 검증절차를 넘지 못한 바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분위기는 주택 수뿐만 아니라 자산증식 과정까지 검증된 사람을 고르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고위직에 오른 사람 가운데 실수요 이외에 부동산 자산이 없고 증식 과정이 깨끗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토지주택공사 사장의 임기가 사실상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아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토지주택공사는 업무의 특성상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 정부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임명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 사장의 임기는 법적으로는 3년이 보장되지만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토지주택공사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등과 관련해 관련 직원들을 구속하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향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커 투기 사태와 정권 말 부동산정책을 수습하다 임기를 끝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토지주택공사 사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이례적으로 내부인사가 승진해 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토지주택공사는 5개월째 장충모 토지주택공사 부사장 겸 기획재무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하지만 토지주택공사 내부출신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큰 데다가 내부출신이 사장이 되면 토지주택공사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문제를 비롯한 내부의 부패를 적극적으로 쇄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와 내부출신 사장이 임명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모두 국토부가 임명한 외부출신 인사가 맡았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출범한 뒤 취임한 사장들 가운데 토지주택공사 내부 출신 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 

합병된 토지주택공사를 처음으로 이끈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 다음 토지주택공사를 맡은 이재영 전 사장과 박상우 전 사장은 모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토교통부에서 오래 근무한 관료출신 사장이었다. 

변창흠 전 사장은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지낸 뒤 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앞서 토지주택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올린 복수의 사장후보 가운데 허정도 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허 상임감사의 재임기간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사건이 발생하는 등 직원비위를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토부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와 공기업 사장은 없을 때 가장 그 조직이 잘 돌아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며 “정권 말기인 만큼 다음 사장을 선정하기 쉽지 않아 사장 직무대행이 1년 정도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권한을 지닌 국토부 장관후보자가 16일 지명되면서 토지주택공사 다음 사장이 이르면 다음달 취임할 가능성도 나온다. 

청와대는 국무총리와 5개 부처의 개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올릴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달 새 사장이 취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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