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미래에셋그룹과 안방보험 사이 호텔 인수 관련 소송이 2심까지 가더라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래에셋그룹은 1일 중국 안방보험과 호텔 인수 관련 소송 1심에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호텔 15곳을 인수하는 계약이 취소됐다.
법원은 매도인인 안방보험 측이 계약조건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매수인인 미래에셋그룹의 계약해지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델라웨어주는 2심제를 적용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항소에 나서면 2021년 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심 재판 등 법정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1심 판결에서 호텔 인수계약 파기의 합리성이 인정된 만큼 판결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내다봤다.
최 수석부회장과 조 부회장은 이번 승소 판결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부담 압박에서 벗어나게 돼 안도하게 됐다.
미래에셋그룹은 호텔 인수와 관련해 안방보험에 계약금 6400억여 원을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4800억 원 정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래에셋대우의 2018년 연결기준 연간 순이익(4620억 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미래에셋대우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돼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패소 뒤 계약을 모두 이행한다면 미래에셋대우는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코로나19로 호텔업황이 부진하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재매각도 쉽지 않고 자기자본투자의 평가손실 등도 반영해야 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컸다.
만약 그 상황에서 계약 이행을 거부한다면 최소 2조 원 이상 가치가 떨어진 호텔 15곳의 시세 하락분을 전부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번 소송 결과를 통해 불확실성을 털어내는 데 성공한 만큼 최 수석부회장과 조 부회장 투톱체제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1년 3월에 만료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함께 시작한 창업 멤버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박 회장을 대신해 미래에셋그룹 신년사를 발표했고 대통령 주최 행사에도 해외에 주로 있는 박 회장 대신 참석하는 등 사실상 박 회장의 대리인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조 부회장 역시 미래에셋그룹 초기에 합류한 멤버다. 2011년 미래에셋증권 시절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7년 대우증권과 합병에 따른 미래에셋대우 출범 뒤에도 대표이사를 계속 맡고 있다.
안방보험과 소송은 계약금 규모가 워낙 크고 향후 실적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됐던 만큼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최 수석부회장과 조 부회장의 거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11월 말 조직개편에서 마득락 미래에셋대우 트레이딩총괄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는 등 내부 인사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대우증권 출신인 마 사장은 2017년 미래에셋대우 출범 당시 WM부문 대표를 맡으면서 최 수석부회장, 조 부회장과 함께 3인 대표체제를 구축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 수석회장과 조 부회장은 이번에 안방보험 소송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면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래에셋그룹의 새로운 사업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주요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개를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인수하는 7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7천억 원가량을 납부했다.
호텔 매매거래는 올해 4월 종결 예정이었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안방보험이 보유한 일부 호텔의 등기권리가 유령기업에 넘어가는 등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그룹이 정당한 사유 없이 매매계약을 해지하려 한다며 미래에셋그룹을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계약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