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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개발한 LNG화물창 언제 쓰일까, 선박에 검증할 기회 못 잡아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11-26 12: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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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개발한 LNG(액화천연가스)화물창이 선박에 탑재되는 기회는 언제 올까?

조선3사는 모두 독자적 LNG화물창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개발 화물창을 LNG운반선에 탑재할 수 있다면 프랑스 엔지니어링회사 GTT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없앨 수 있고 선박 건조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조선3사 개발한 LNG화물창 언제 쓰일까, 선박에 검증할 기회 못 잡아
▲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그러나 조선3사는 독자개발한 화물창의 선박 탑재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박 사양의 결정권이 대부분 조선사가 아닌 선주사에 있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가 프랑스 엔지니어링회사 가즈트랑스포르 에 테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GTT)와의 불공정한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맞았다.

GTT는 멤브레인형(화물창이 선체와 일체화한 형태) LNG화물창의 기술특허를 보유한 원천기술회사다. 시장 지배력은 사실상 독점에 가깝다.

과거 일본 조선사들이 건조했던 모스형(반구 모양의 화물창을 선체 위에 얹은 형태) LNG운반선은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모든 LNG운반선은 멤브레인형으로 건조되고 있는데 조선사들은 GTT의 화물창 라이선스를 활용하고 있다.

GTT의 화물창 마크(MARK) 시리즈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결함이 발생했고 이를 기술적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것은 조선3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GTT는 라이선스를 보유했다는 우월성을 이용해 조선3사의 솔루션을 홍보에 활용해왔다.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서비스를 라이선싱계약에 포함해 화물창 검수작업에 간섭하고 있다.

이에 앞서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랑스 GTT의 LNG화물창과 엔지니어링서비스 ‘끼워팔기’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25억 원을 부과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TT는 법적으로 우위에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한국 조선업계에 기술적으로 종속된 회사”라며 “이번 공정위의 GTT 제재를 계기로 국산 LNG화물창이 부각되면 과도한 로열티를 줄이고 LNG운반선 건조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3사는 LNG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1척당 선박 건조가격의 5%를 GTT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LNG운반선의 건조가격은 척당 1억8600만 달러(2천억 원가량)로 로열티로만 100억 원이 나가는 셈이다. 이는 조선3사가 선박 건조계약을 맺을 때 100억 원 만큼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선3사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때 철판 자르기(Steel Cutting)를 기준으로 7~8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동급의 초대형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데는 2년가량이 소요된다.

야드에서 진행되는 선체 건조작업에 필요한 시간은 LNG운반선이나 다른 초대형 선박이 비슷하다.

그러나 LNG운반선은 안벽에서 진행되는 의장작업에서 GTT의 검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1년가량이 지나간다. 이는 조선3사의 LNG운반선 합산 건조능력이 연 60척 수준으로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3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LNG화물창을 개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하이멕스(Hi-MEX), 대우조선해양은 솔리더스(Solidus), 삼성중공업은 KCS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3사가 독자개발한 화물창을 LNG운반선에 탑재한다면 로열티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보다도 선박 건조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선박 건조기간을 줄이면 야드와 안벽의 회전율을 높여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할 수 있고 그만큼 조선사에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조선3사가 자체개발한 LNG화물창은 효율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LNG화물창의 운송 효율은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가 자연 상태에서 기화하는 비율인 기화율을 낮추는 데 달려 있다. 조선3사의 화물창은 기화율이 GTT의 화물창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KCS는 기화율이 0.07%로 GTT의 화물창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마크3-플렉스(MARK3-Flex)와 같다. 대우조선해양의 솔리더스는 기화율이 0.049%로 마크3-플렉스보다 낮다.

한국조선해양의 하이멕스는 정확한 기화율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KCS와 솔리더스 사이일 것으로 조선업계는 추정한다.

그러나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조선3사는 자체개발한 LNG화물창의 선박 탑재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자체개발 화물창을 꾸준히 홍보하고는 있지만 선주사들은 선박을 놓고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앞으로도 LNG화물창은 GTT가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3사 개발한 LNG화물창 언제 쓰일까, 선박에 검증할 기회 못 잡아
▲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LNG화물창 '솔리더스(Solidus)'.<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의 척당 건조가격은 2천억 원가량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 선박의 운항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한다면 선주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GTT의 마크3-플렉스 화물창은 아직 운항 도중 결함이 보고된 사례가 없는 만큼 글로벌 선주사들이 굳이 한국 조선3사가 개발한 화물창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선박 건조계약에서는 선주사가 갑이고 조선사가 을의 입장인 만큼 조선사는 선주사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조선3사는 아직 자체개발 LNG화물창을 선박에 탑재해 안전성을 검증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형 LNG화물창으로 한국가스공사가 조선사들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KC-1도 있다. 이 화물창은 정부의 선박 공공발주정책에 힘입어 SK해운의 선박에 탑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박은 LNG화물창의 외벽에 이슬이 맺히는 결함이 발생해 삼성중공업이 수리를 진행했다. 수리기간에 발생한 용선료의 손해는 SK해운이 떠안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주사들은 KC-1의 문제 사례를 보면서 조선3사보다 GTT 화물창을 향한 신뢰가 더 굳건해졌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조선3사는 자체개발한 화물창들이 LNG선박에 탑재될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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