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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현대차 품질문제에 시장도 지쳐, 정의선 수술 칼 빼들었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  2020-10-22 15: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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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뒤 조직재편으로 회사의 품질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기로 하는 등 품질문제 개선에 매달리고 있다.

엔진과 배터리는 각각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정 회장이 이번 기회에 품질과 관련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미래차 전환시대에 도약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2일 현대차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세타2엔진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하고 품질문제 개선을 위한 조직정비를 준비하는 데에는 품질문제를 완전히 털고 가겠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품질비용을 한 분기에 3조 원 넘게 반영하고 조직재편을 통해 회사의 품질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는 결정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에따라 품질문제를 다루는 유관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정비에 들어갔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품질불만 사례를 데이터화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품질문제에 대응하고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 회장이 품질문제와 관련해 조직재편이라는 칼을 빼든 데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품질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경영’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을 이끌었고 정 회장도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경영을 총괄할 때부터 무엇보다 품질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정 회장에게 이번 엔진 관련 대규모 품질비용 발생과 전기차 코나EV 배터리 화재에 따른 리콜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엔진과 배터리는 각각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힌다.

정주영 창업주가 1980년대 반대 의견에도 자체 엔진 개발을 밀어붙이고 정 회장이 올해 전기차시장의 본격적 개화를 앞두고 배터리사업을 하는 삼성그룹과 SK그룹, LG그룹 총수를 잇따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장에 오른 2000년부터 줄기차게 품질경영을 내걸었으나 결과적으로 내연기관차 엔진 신뢰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전기차배터리 문제를 새롭게 안게 됐다.

특히 세타2엔진 문제는 2015년 첫 리콜을 시행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년 대규모 품질비용을 일으키며 현대차그룹 신뢰 확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매년 이어지는 품질비용에 이제 시장은 지쳤다”며 “품질비용 반영에 따른 우발적 이익 훼손이 정기적으로 나타나 시장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품질문제가 단순히 대규모 충당금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손익을 줄이는 일회성문제가 아니라 이미 상수로 자리 잡아 현대차그룹을 향한 시장 신뢰를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미래차는 크게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데 자율주행시대에는 차량성능에 온전히 안전을 의지하면서 품질이 소비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회장이 시장이 놀랄 정도의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에 품질비용과 관련해 3조39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지난해 9200억 원보다 3배 이상, 2018년 4600억 원보다 7배 이상 많은 규모다.

증권업계는 차량 잔존기간과 관련한 가정을 기존 12.6년에서 19.5년으로 늘리고 세타2엔진이 아닌 다른 엔진으로도 품질강화 조치를 확대한 점 등을 들며 현대차그룹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바라본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세타2엔진'. <현대자동차>

차량이 출시된 뒤 20년 가까이 유지되는 사례는 흔치 않을뿐더러 리콜대상이 아닌 엔진까지 선제적으로 품질비용을 반영했다는 것인데 정 회장 입장에서 어차피 발생할 품질비용이라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전기차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 품질비용이 또 다시 발생하는 일은 부담스러울 뿐더러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인식한 만큼 앞으로 실제 품질비용이 그만큼 발생하지 않으면 충당금이 환입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와 기아차 경영진이 3분기 충당금 규모를 놓고 오랜 기간 고심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회사측은 추석 전 단체교섭에서 3분기 영업손실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애초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19일 대규모 품질비용 반영을 발표한 뒤 적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 회장은 14일 취임사에서 고객과 품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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